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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샹하이(상해上海)의 옛날 사진 모음 (#2)

thezine 2009. 8. 31. 22:28
상해의 옛날 사진 모음을 올렸던 전편에 이어 나머지 사진을 올림. 사진 내용으로는 전편보다 더 재미있고 여러 생각이 드는 사진들이다.


3. 생활

  이 사진 파일에 붙어있던 제목은 '1중대의 스포츠팀의 운동선수들'이다. 당시 상해에 주둔해있던 영국의 군대 병사들이 아닐까 싶은데, 그때 이미 다인종 부대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상해에는 크게 일본, 영국, 미국, 프랑스 등의 조계(租界)가 있었다. 조계지역은 독자적인 행정자치권이 있었고 중국의 법이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치외법권이었다. 국간의 완력에 의해 생겨난 비정상적인 제도였던 만큼 그런 조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군부대가 필수였을 것이다.

  미국으로 이민한 중국 출신의 단순 노동자들은 힘들게 일을 한다 해서 苦力(우리나라식 발음으로는 고력, 중국어 발음으로는 '쿠리')라고 불렸고, 이것이 단순화되어 colly라고 불렸던 것 같다. 이 사진 파일의 제목은 'Coolies의 출입이 통제되는 거주 지역'이다.

 인력거꾼 등 중국인 단순 노동자들도 출입은 가능했지만 통행증 같은 것이 필요했고 위 사진은 조계에서 출입이 통제되는 지역에서 통행증 등을 검사하는 체크포인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땅에 중국인이 마음대로 못 들어갔다는 반식민지적 현실도 현실이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입에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는 것이 가장 중요한가보다. 1900년쯤 중국 상해에서 '금수저'는 중국인으로서는 부잣집 출신이거나, 아니면 조계를 설정한 강대국 공무원과 사업가 관계자인 것을 의미했을 것이다.


  (외국인) 거주지역의 건축물이다. 화려했던 아시아의 진주 '상하이' 어딘가에서는 영국식으로, 일본식으로 불을 밝힌 유흥가도 함께 빛나고 있었다. 영화 '색계'에서 주인공 커플이 일본말만 가득한 일본식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을 떠올림직 하다. 국가 버전만 다를 뿐, 비슷한  군상들이 각자 고향의 유흥 코드에 맞춰 주말을 보냈을 실력자들의 밤을, 이 사진은 상상케 한다.


  위 사진도 그렇고 아마 대부분 영국 내지는 미국 조계의 사진들인 것 같다. 이 사진은 거주지역의 골프 코스다. 너른 풀밭에서 골프를 즐기다 Ford 승용차를 타고 체크포인트를 나서면 북적대고 위험한 상해의 번화가였을 것이다.

  '대륙의 수영장'이니 하는 사진을 인터넷에서 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풀장에 빈틈 없이 사람들로 가득한 사진이었는데, 위 사진도 '대륙의 수영장'이다. 다만 미국조계지의 거주지역에 있는 풀장이었다는 차이가 있다. 세계의 손꼽히는 열강들이 뒤질세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중국에 깃발을 꽂던 시절이다.

 중국의 대부분의 대도시에는 이 시절 열강들이 경쟁적으로 차지했던 땅들의 흔적이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있다. 내가 가서 본 중에는 상해의 와이탄 외에도 복건성의 시아먼, 광동성의 광저우가 그랬다.






4. 황포강과 와이탄(the Bund)

  안개가 낀 듯 사진은 흐릿하지만 건물의 모습은 와이탄에 가본 사람이라면 눈에 익을 것이다. 와이탄 황포공원 부근의 옛 모습이다. '독일 클럽'과 Palace 호텔이 있는 곳이다.중간에 보이는 건물이 Palace 호텔인 듯 하다.


역시 와이탄의 모습. 와이탄은 흔히 영어로는 '제방'이란 뜻의 bund를 따서 the Bund라고 불리운다.


이 건물이 Palace 호텔. 지금도 와이탄에 가면 볼 수 있다. 지금은 무슨 건물일까.

황포강의 부두 모습이다. 와이탄쪽도 마찬가지지만 푸동쪽은 그냥 황무지처럼 보인다. 당시 푸동은 그저 거주지 정도가 아니었을까.

이 사진은 내 블로그나 미니홈피에도 올린 적이 있는 사진이다. 와이탄의 스카이라인(?)이 거의 완성된 시절의 사진인 듯 하다. 사진에 나온 건물들 대부분 모두 지금 와이탄에 가도 볼 수 있다. 다만 지금은 수면보다 훨씬 높게 황포공원이 조성되어있는 차이 뿐인 것 같다.

황포강을 다니는 증기선의 모습이다. 돛을 달고 다니고 과거 우리나라의 나룻배와 비슷한 중국 배들과 비교된다.

파일 제목은 '황포강을 항해하는 junk'다. 이 사진을 찍은 사람은 저 배가 '고물 배' 정도로 보였나보다.

  이 사진은 TIME에 실린 사진이다. 중국 경제의 성장에 대한 기사였다. 번화하고 복잡한 당시 상해 와이탄의 모습이 눈에 잘 들어온다. 저 복잡한 거리에 서보고도 싶은 풍경이다. 와이탄의 고층(?)빌딩의 창가에서 커피를 마시며 무거운 선풍기의 미지근한 바람을 맞는 상상도 떠오른다.


  그리고 지금의 상해 푸동에서 찍은 상해의 풍경. 아마 새로 지은 금융센터인가 하는 건물에서 찍은 사진인가보다. 그 앞으로 한동안 상해 최고였던 진마오 빌딩, 상해의 못생긴 명물 동방명주가 보인다. 사진에 등장한 오래된 건물이 즐비한 와이탄은 강 건너 왼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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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0년대를 전후한 상해,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항구도시들은 생각보다 꽤나 국제적이고 번화했던 것 같다. 2차대전과 식민지들의 해방 이후 모두 각자의 길을 걸으며 그때의 기억은 많이 잊혀진 것 같다.

 이 사진은 황해 바다 건너 중국 중에서도 한 도시의 역사일 뿐이지만 사진 속 가득한 인파들을 보고 있으면 대한민국 상해임시정부의 독립운동가들, 열강의 지배 세력들과 그에 부역한 중국인('색계'의 양조위가 맡은 역할), 폭력과 유흥과 활력으로 가득찼던 거리가 아주 남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느껴진다.

 역사는 사람의 이야기다. 압축되고 변형되고 잊혀지기도 하지만 그 어떤 드라마보다 드라마틱하면서도, 실재했던 이야기이기에 전혀 허무맹랑하지 않고, 그래서 들여다볼수록 감동적이고 때론 슬프기도 한, 사람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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