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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끄적끄적

BW6276 브런치카페

thezine 2018. 9. 25. 22:10

국립공원 입구에 고기집, 오리집, 닭집 등등 외에도 괜찮은 카페 한둘씩은 있을 거라 생각하고 길을 따라 다니던 중 눈에 띄어 들어갔다.

 차를 타고 정처 없이 가던 길이라 주차장이 눈에 띄지 않으면 생각할 것도 없이 패스 패스.

카페 자체가 많지 않았고, 개중에는 돈가스와 스프를 판다고 써있는, 카페가 카페가 아닐 거란 의심이 드는 곳도 있었다. 그곳에 가면 그 옛날 유선전화가 놓인 카페에 가면 종종 마셨던, tea bag에서 우려낸 헤이즐넛 커피가 나올 것 같아서 역시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나쳐왔다. (그러고 보니, 이런 저런 nut이란 nut은 많이 먹어봤지만 hazelnut은 실물을 한 번도 보지 못한 것 같다.)

날씨가 좋은 추석 연휴, 국립공원 주차장 입구에는 주차 줄이 길게 늘어설 만한 날이었다.

그러다 이 곳을 발견해 서들어갔다. 이 카페는 열 두어개 되는 테이블 중 두 테이블에만 손님이 있었다. 바깥에서 보았을 땐 문을 연 걸까 구분이 가지 않고, 내부의 모습은 카페에 들어서야 보인다.

테라스 밖으로 북한산의 봉우리 하나가 곧바로 보이고, 내부에는 약간 어둡고 조용한 느낌의 테이블들이 있다.

 입구에 '아이들 조용히 시키라'는 문구를 보니 때때로 아이들 때문에 정신 사나웠겠구나, 상상이 된다. 때때로 아이들을 카페에 데려갔던 부모로서 여러 생각이 드는 문구로다.

 아침을 먹고 적당히 진한 아메리카노가 고프던 시간이라 커피를 주문하고 냉장고를 스캔하다가 당근케이크도 주문했다.

문득 제주의 추억이 떠올랐다. 제주에서 나름 괜찮다는 카페에서 당근케이크를 시켰다가 기대에 찬 포크질에 딸려온 것은 당근 베이스의 시나몬 케이크였던 씁쓸한 추억.

이곳의 당근케이크는 미세한 실오라기처럼 잘라진 당근 털(?)이 군데군데 박혀있을 뿐 크림(생크림 맛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마도 식용유 크림?)이 층층이 쌓아진 사과파이 케이크였다.

그래서 나는 아직 제대로 된 맛난 당근 케이크를 맛보지 못했다.

 아메리카노는 샷을 내리기가 귀찮았는지, 돈이 아까웠는지 이유는 모르지만 눈에 띄게 묽었다. 샷을 1개만 넣은 듯 한데 차라리 그렇게 큰 머그컵을 쓰지 말고 200cc 컵을 쓰는 편이 낫겠다. 미국의 동네 식당에서 팬케이크와 커피를 시키면 커피는 몇 번이고 더 따라주던데, 그런 식당의 커피 맛이 생각났다.

테라스는 북한산의 봉우리가 바라보이는 멋진 경치가 좋았는데 매장 안쪽 좌석들은 (손님이 적을 때라는 전제하에) 한적한 느낌이 들어보여 좋았다. 특히 천정 높이가 높아서 더 쾌적한 느낌을 준다. 공간의 크기를 따질 때는 단순히 바닥 면적 뿐 아니라 체적도 함께 따져야 한다는 글을 읽었다. 천정 높이가 높은 것도 공간의 매력을 평가하는 척도 중 하나라는 이야기에 공감한다.

신촌에는 (불법 개조했던 것이 아닐까 싶은) 복층 카페, 술집이 많았다. 허리를 제대로 펼 수 없는 낮고 답답한 공간에서 20-30명이 20-30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배를 채우고 술도 마셨던 것은 (안전은 개에게 양보하고) 공간효율을 극대화했던 사장님들과 주머니 얇은 대학생들의 타협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게맛 밀가루 튀김과 과일 칵테일과 덧없이 화려하게 잘라낸 바나나 조각과 감자튀김의 향연이었던 스페셜 안주, 골뱅이 슬라이스로 장식된 소면무침과, 메뉴판에는 3,000cc라고 적힌 2,500cc 생맥주가 있었기에, 우리는 단돈 회비 1만원으로 배도 채우고 동시에 2,500cc만 마셔도 3,000cc를 마신 듯한 취기를 느낄 수 있었고, 심지어 '남는 돈'은 2차에 보탤 수 있었다. 천원 주고 뭐뭐 사고 잔돈 거슬러 오라던 오래된 농담이 사실은 대학가에선 농담이 아니었다.

커피도, 케이크도 맛이 별로였고, 가격은 아메리카노 4,500원, 케이크 7,000원?  도심지 카페와 비교해도 네 오른뺨을 맞거든 왼뺨도 대주거라 할 만한 가격이건만, 위치와 공간이 좋아서 썩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평일에 새벽같이 산행을 나선 후 한창 더워지기 전에 산을 내려와 맛있는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코스라면 더 좋았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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