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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ZINE
'여행의 쓸모'라는 책을 새로 펼쳐들고 읽던 중 '궁벽진' 단어를 보고 사전을 찾아들었다. 요리 전문가로 (본인은 요리전문가, 쉐프 같은 표현을 쓰지 않는 듯 하지만) 그보다 더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없을 듯한 백종원님이지만, 본의 아니게 그가 퍼트린(?) 단어 하나가 종종 거슬리곤 했다. 백종원님이 요리법을 설명하는 영상에서, 무언가 필수는 아니지만 추가하면 좋을 재료를 추가하면서, '이러면 보기에도 더 고급지쥬'와 같이 충청형 어미와 어우러져서 입에 촥 붙는 표현을 쓰곤 했다. 고급지다는 표현이, 고급스럽다의 잘못된 표현이려니 생각해서 이런 표현은 쓰지 않는 게 좋겠는데, 라고 생각해왔지만 나도 가끔 입에 붙은 고급지다는 표현이 튀어나오곤 했다. 그러다 오늘 이 책을 보다가 궁벽지다는 표현을 찾아보니..
회사 도서관에 볼 책이 없나 습관처럼 배회하던 중 발견. 계획에 없던 책, 내가 어디서 듣고 고른 책이 아닌(탑다운?) 서가에서 우연히 만난 (바텀업?) 책이다. 이런 책을 읽는다는 것이, 어쩌면 주부들 대상 같기도 하고, 아침마당을 보는 듯한 어색한 느낌도 들지만 이런(?) 책은 십중팔구 쉽게 읽히고 부담도 없고, 살아보니 40대라는 나이가 요즘 사람들에겐 사십춘기 인생의 전환기가 맞다는 생각도 들어서, 한두가지라도 내 마음에 와닿는 것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퇴근 길에 집어왔다. 퇴근 길에 거의 다 읽고 집에서 마저 읽었다. 교육비라는 것은 선행학습, 국영수, 예체능 취미, 다른 건 몰라도 영어 회화는 시키자, 언어발달, 독서, 운동량 채우기, 친구 만들어주기, 부모님 퇴근 전까지 시간 ..
세상 많은 책 중에 어떤 책을 내가 읽는 것은 나름 대단한 인연이다. 1년에 몇 권이나 읽을까. 항상 책을 갖고 다니고, 고르고 하지만 권수로는 그리 많지 않다. 딴지일보에서 기사로 올라온 홍콩 이야기를 읽던 중에 저자의 관점도, 깊이도 재미가 있어서 누군지 찾아보고, 책도 쓴 사람이기에 주문해본 책이다. 학문적인 바탕이 있어 깊이는 있으면서도 여행자로, 관찰자로, 홍콩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홍콩에 친구가 있는 사람으로, 홍콩에서 유학했던 사람으로 홍콩을 바라본 글이다. 홍콩의 랜드마크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여행가이드책보다는, 산책 중에 마주친 건물에 담긴 이야기(같은 뜻이지만 보통은 '스토리'라고들 더 많이 부르는)를 재밌게 풀어주는 느낌이다. 유시민 작가의 유럽 도시 이야기는 그래도 여행에 방점을 ..
'재개발'은 그 전에 '개발'이 있었다는 말. 태초에 빛이 있고 언덕배기 가파른 비탈에 빌라들이 지어지던 그 전의 개발 혹은 그 전에 빌라보다 허술한 양옥, 그 전에 판자집 같은 것이 있었을지 모르는 곳. 서울의 경계 노릇을 했을 가능성도 높다. 원주민들이 하나둘 자리를 떠나기 전에는 작은 수퍼 작은 세탁소 작고 낡은 철물점이나 백반집이 있었던 것 같다. 아파트가 들어서기 위해 땅을 고르면서 이 곳은 등고선 자체가 달라져버릴 테고 수몰지역처럼 삶의 흔적도 깨끗하게(?) 지워질 것이다. 이미 내가 사는 곳이 그렇고 그 옆의 아파트가 그런 건처럼.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한 번 지으면 고쳐짓기 힘든 아파트가 들어선 후에는 오히려 역사가 쌓일 만큼 보존이 될지도 모르겠다.
경악할 만한 공기였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북경의 공기. 그전엔 만나지 못한 부자들의 삶이란 것도 중국에서는 부와 권력과 관계로 얽힌 특권층의 삶도 겨우 이 정도면 충분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의 부로 얻을 수 있는 것이 고작 이런 숨 막히는 환경이라니. 익숙해져서 혹은 어쩔 도리가 없어서 모른척 살고들 있겠지.
제주 사랑의 일환으로 읽은 책들이 많다. 제주야생화 같은 마이너한 책도 있고, 제주 어디 학부모회에서 책 만들기 강좌 수강생들이 단체로 책을 낸 건가 생각이 드는 에세이도 있고, 브런치에서 등단한 작가의 에세이, 만화로 된 여행기도 있었고, 제주 오름을 소개하는 책도 있었다. 그 중에 소설은 처음인 것 같다. 제주항은 한 명의 작가가 쓴 여러 편의 단편 소설을 묶은 책이다. 몇 백 년 전부터 어쩌면 그 자리였을지 모르는 제주항을 중심으로 멀게는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각기 다른 시대 배경 속에서 제주 사람들이 살아갔던 이야기를, 시간 순서대로 나열했다. 그 어느 한 편도 유쾌하게 마무리되지 않는다. 그리고 삶은 참 고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본 제주의 역사를 다루는 글에는 거의 항상 '척박한 환경'..
서점 앱 첫 화면이나 그 외에도 쉽게 보이는 곳에서 어떤 책 제목을 볼 수 있다면, 그리고 그 다음 번에도 일부러 찾지 않아도 그 책 제목을 반복해서 보게 된다면, 그 책은 대한민국에 몇 안되는 베스트셀러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책을 적게 읽네 어쩌네를 떠나서 한국에서 인세 수입만으로 먹고 살 만한 작가는 전체 인구 중에 극 소수일 것이다. (물론 작가의 소득이 인세 수입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리하여 워낙 잘 나가는 책인 것 같아서 나는 굳이 읽고싶지 않은 마음 반(심지어 이 책은 10만부 기념 스페셜 에디선!!), 그 만큼 공감이 될 것 같다는 마음 반으로 이 책을 골랐다. 열심히 살아온 정신과 의사가 파킨슨 병에 걸려 좌절하고 삶의 의미를 돌아보고 그 생각을 나누는 이야기가, 예전에 서평..
저자는 지방대의 교수이고, 저자가 실제 접하고 경험한 지방대 20대 청춘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라고 한다. 원래는 신문에 연재한 짧은 이야기의 모음이었는데, 연재가 이어지면서 주제도 다양해지고 무거워지고, 책으로 엮으면서 수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본문에 '면 소재지에 있는 모교'라는 표현이 있다. '면 소재지에 있는 학교'조차도 가본 적이 거의 없지만, 어디에선가 지방대 폐교에 대한 영상이나 사진에서 본 이미지가 떠오른다. 학교 앞에는 번화가라고 할 만한 것은 없고 약간의 하숙집, 원룸, 식당, PC방만 있는 조용한 동네, 그러다가 학교가 폐교되면서 그마저 흉가처럼 변해버린 동네의 이미지. 주인공은 변변한 대학으로 쳐주지도 않는 '모교'를 졸업하고 '취준'이라는 '미래'를 위해 '편의점 알바'나 '배달..
'파도수집노트'에 대한 이야기는, 그 전에 우연히 먼저 접했던 아래 '하와이하다' 이야기로 시작해야 한다. 하와이를 좋아하니 하와이가 들어간 책이 눈에 띄면 일단 펼쳐보는데, 회사 도서 코너에서 우연히 읽은 책이다. 부부가 모두 미술 전공에 삽화나 교재 만화 그림 같은 일을 하니 외국에 살면서도 생계 활동을 할 수 있는 복 받은(?) 부부인 것 같다. 하와이 생활에 대해 부인이 쓴 이 책의 삽화는 남편이 그렸다. 생각지 못하게 부기보드라는, 그림처럼 서핑보드보다 훨씬 작은 보드로 파도를 타는 취미에 푹 빠진 남편과 본인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하와이 생활이 주제이지만 부기보드 이야기도 전체 이야기의 몇 할 정도는 될 정도로 많은 시간을 보낸 취미였던 것 같다. 남편 이우일 작가의 그림체는 (교재나 학습만화..
일요일이 특히 흔할 것인데, 멘탈이 흔들리는 날이 있다. 흔들린다 아니다로 말하긴 뭐하지만 평소보다 약해지는 날이 있고 그렇지 않은 날이 있다. 그렇지 않은 날에 난 참 멘탈이 좋아. 좋아졌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 조금 멘탈을 저축해뒀다가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아니면 마음이 편해지는 주문, 만트라 같은 글이 많은 책이나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으면 좋겠다. 옛날에 PC통신에 글을 쓰던 건 내가 글을 쓰며 기분을 다스린 것인데, 오늘은 쓸데없이 커뮤니티를 오가며 글을 읽다가 문득 이중에 마음을 다스려주는 글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게 있다면 아주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텐데. 절실한 사람들이 많이 있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일주일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