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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ZINE
타지키스탄 유목민생활 다큐를 보니 그네들의 전통생활을 바라보는 내 시각에서는 다양성과 오리지널리티랄까 그런 것들이 얼마나 이어질까, 오래 유지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네들 생활의 일부는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보며 케넥티드 삶을 살고 있고, 살고싶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카메라 앞에서 전통적인 음식을 해먹고 약재료를 구하는 장면을 찾아내서 보여주고 기도를 하는 장면과 나른한 나레이션도 이젠 어색하나마 이즈음이 마지막이 아닐까, 몇 년만 지나도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에게 이마저도 기회가 없어지지 않을까. 전세계가 동시에 같은 것들을 누린다는 황망함, 그렇다고 그들의 누릴 권리를 부정하는 것도 옳지 않지만.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 음악 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는 세트도 이젠 다 멈춘채 무대 위엔 정적만이 남아있죠 어둠만이 흐르고 있죠 배우는 무대옷을 입고 노래하며 춤추고 불빛은 네온을 따라서 바삐 돌아가지만 끝나면 모두들 떠나버리고 무대 위엔 정적만이 남아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무대에 남아 아무도 없는 객석을 본 적이 있나요 힘찬 박수도 뜨겁던 관객의 찬사도 이젠 다 사라져 객석에는 정적만이 남아있죠 침묵만이 흐르고 있죠 관객은 열띤 연길 보고 때로 울고 웃으며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 착각도 하지만 끝나면 모두들 떠나버리고 객석에는 정적만이 남아 있죠 고독만이 흐로고 있죠 정적남이 남아 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이 노래는 연..
아이들과 숨 참기 놀이를 하다가 적절한 시점에 다른 놀이로 관심을 돌리고, 그러다 하루를 마무리했다. 아이들이 이런 간단한 놀이를 진심으로 아빠와 즐거워서 하는 것이 좋기도 하고,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 하는 궁금함도 들었다가, 또 다 큰 어른들도 가끔은 이러고 놀지 않는가 (물론 다 큰 어른과 노인이 그러는 경우는 그렇게 흔하진 않은 것 같다.) 하는 생각도 했다. 아무튼 처음에 들었던 생각처럼 '언제까지 이럴 수 있을까' 하고 습관적으로 비관할 일은 아니라고 다시 생각을 했다. '이렇게 아빠와 노는 일이, '놀아주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 그게 느껴지면 좀 허전한 기분이 들겠다' 싶기도 했는데, 생각해보면 지금도 '박물관' 같은 곳에, 아이들이 그닥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따라오는 경우가 지금도 이..
한국 캠핑 유투버만 해도 여럿이고, 스타일도 각자 제각각이다. 말 없이 텐트 치고, 요리하고, 쉬고, 불멍하고, 마무리까지 자막만 달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스타일, 혼잣말 오지게 하는 스타일, 몸매를 강조하는 옷차림의 여자 유튜버, 털털한 스타일의 여자 유튜버, 캠핑 유튜버계의 조상님에 가까운 유튜버, 부부 캠핑 유튜버, 회사 그만두고 캠핑 영상 두어개 올리고 소식이 없는 유튜버... 반면 기존에 찾아본 몇 개의 미국, 일본 캠핑 유튜버는 미국은 부시크래프트(정글에서 맨손으로 살아남기)에 가까운 자연인 스타일, 일본은 미니멀까진 아니고 컴팩트하고 조용한 스타일의 유튜브를 본 적이 있다. 골고루 찾아본 건 아니라서 어떻다 말하긴 어렵지만 내가 본 한국 유명 캠핑 유투버들은 대체로 장비를 많이 갖춘 스타일..
어릴 때 글이라는 걸 읽기 시작하면서 이런 글을 접하고는 이런 글을 짓고 읽는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 의미 없는 동어반복이나, A는 A라는 당연한 말,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는 당연한 말 반복하기 같은 느낌이었다. 지금이라고 크게 이해를 잘 하는 건 아니지만 언젠가 끝나는 인생살이를 그렇게 해석하며 스스로에게 설명하려는 본능적인 행위일 수도 있겠다 싶다. 그리고, 나도 같은 이유로 그런 행위를(세상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고 설명하고 덧없다는 느낌을 벗어나려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건 순전히 주말에 실컷 놀다 회사가려니 생각이 많아져서 그렇다.
배경지식1 크게 활약하는 사람, 고군분투한 사람을 하드캐리 했다고 함. 배경지식2 여름에 크게 더워질 때는 신으로 추앙하고, 더위가 꺾이면 그런 사람 뭐가 필요하냐고 하는 환절기 밈이 된, 에어컨의 발명가, 윌리스 캐리어 (사진)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를 다룬 책을 읽다가 에어컨의 등장이 불러온 변화를 지적한 부분이 아주 인상깊어서 이 글을 시작했다. 계절이 바뀔 때 한 번씩 소환되는 농담 소재를 넘어서서, 캐리어라는 사람이 세상의 변화를 불러오는, 시대의 작은 분절을 가져오는 사건을 만들었다니. 에어컨이 없던 시절 미국 남부는 날씨 때문에 업무의 효율도 떨어지고 산업 기반도 제한적이었다고 한다. 습도가 변하면 종이가 줄어들고 늘어나는 탓에 다른 색의 잉크를 몇 차례 인쇄해야 하는 컬러 인쇄가 힘들었다거나..
연애를 해보기 전에는 마음이 어딨는 줄 모르다가 상대방 때문에 힘들 때 아픈 곳이 가슴 속 어딘가여서 마음이 이곳에 있구나 깨닫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그렇게 고통의 위치를 알게 되는 거지. 그리고 그 아픔에서 벗어나려고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는 법을 익히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그것이 상대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 흘려버리는 것은 그냥 막는 것과 같으니까. 그리고 관계를 유지하고 회복시키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좋았던 시간들이 아직 끝나지 않을 수 있고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고 그것이 얼마나 좋았는지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시간을 이내 다시 누릴 수 있다는 것은 혹은 그럴 희망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신촌을 이 각도에서 보기는 처음. 그러고 보니 학생 시절 다니던 곳은 6층(칵테일바 런어웨이), 7층(카페... 이름이 재즈였던가?)이 가장 높은 곳이었나보다. 내가 들르던 만화방, 당구장, 플스방, PC방, 술집, 밥집은 거의 지하1층~2층 이었던 것 같다. 바람산은 어쩌면 처음이 아닌지.... 가본 적이 한 번 정도 있거나 아니면 그마저도 착각이거나. 신촌은 이 정도 높이에서도 꽤나 멀리 조망할 수 있다. 잠깐 하숙이란 걸 해본 시절이 있었는데 이젠 무인카페 스터디룸이 되어있다니. 하긴 하숙집이 있기엔 번화한 곳이었나보다. 입대 전날 머리를 깎으러 평소 가던 곳보다 비싸고 좋아보이는, 보보라는 미용실을 찾아갔었다. 그 사이 (그러니까... 25년!?!) 어떤 매장들이 이곳을 거쳐갔을까. 지금은 휑하니..
'재개발'은 그 전에 '개발'이 있었다는 말. 태초에 빛이 있고 언덕배기 가파른 비탈에 빌라들이 지어지던 그 전의 개발 혹은 그 전에 빌라보다 허술한 양옥, 그 전에 판자집 같은 것이 있었을지 모르는 곳. 서울의 경계 노릇을 했을 가능성도 높다. 원주민들이 하나둘 자리를 떠나기 전에는 작은 수퍼 작은 세탁소 작고 낡은 철물점이나 백반집이 있었던 것 같다. 아파트가 들어서기 위해 땅을 고르면서 이 곳은 등고선 자체가 달라져버릴 테고 수몰지역처럼 삶의 흔적도 깨끗하게(?) 지워질 것이다. 이미 내가 사는 곳이 그렇고 그 옆의 아파트가 그런 건처럼.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한 번 지으면 고쳐짓기 힘든 아파트가 들어선 후에는 오히려 역사가 쌓일 만큼 보존이 될지도 모르겠다.
일요일이 특히 흔할 것인데, 멘탈이 흔들리는 날이 있다. 흔들린다 아니다로 말하긴 뭐하지만 평소보다 약해지는 날이 있고 그렇지 않은 날이 있다. 그렇지 않은 날에 난 참 멘탈이 좋아. 좋아졌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 조금 멘탈을 저축해뒀다가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아니면 마음이 편해지는 주문, 만트라 같은 글이 많은 책이나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으면 좋겠다. 옛날에 PC통신에 글을 쓰던 건 내가 글을 쓰며 기분을 다스린 것인데, 오늘은 쓸데없이 커뮤니티를 오가며 글을 읽다가 문득 이중에 마음을 다스려주는 글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게 있다면 아주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텐데. 절실한 사람들이 많이 있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일주일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