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서평&예술평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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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명사(유명인), 어떤 단어, 어떤 사건. 여러 번 들어보긴 했는데, 누가 설명해달라고 하면 구체적인 사실은 물론이고 대표적인 특징도 하나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 막연히 이름만 들어본 사람, 단어, 사건인 경우가 종종 있다. 나에겐 이어령이라는 분도 그랬다. 어릴 때부터 집에 이 분이 쓴 책도 있었고, 가끔 신문에 기고문의 필자로 보기도 했고, 다른 책에서 한 꼭지의 주제로 등장하는 경우도 보았다. (김정운 교수의 '남자의 물건'을 읽고 블로그에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내가 쓴 글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그 책에는 이어령 교수의 책상도 등장했던 것 같다. [서평] 니얼 퍼거슨의 '위대한 퇴보', 김정운의 '남자의 물건' (tistory.com)) 막연하게 알고 있던 이어령 교수가 노환에 췌장암까지 여명이..
아래 목차를 보시라. 태국의 역사, 문화, 언어, 왕실의 의미, LGBT 이야기 등등 '태국 개론 101'이라 할 수 있는 책이다. 문장이 너무 길거나, 비문이 있거나, 쓸데없이 어렵게 쓴 표현도 없으면서도, 흥미와 호기심을 채워주는 적당한 설명만 덧붙여서 읽기가 편하다. 필요한 기본적인 내용을 두루두루 모아 읽기 쉽게 썼으니 참 좋은 책이다. 태국에 대해 생겨난 약간의 호기심을 채우기에 딱 맞는 책이었다. 책을 느릿느릿 돌아가며 읽는 편인데 쉽게 빨리 마쳤다. 외대 태국어과 교수 2인이 썼다. 몇 년 살고 현지언어도 할 줄 안다고 전문가 행세하는 수준이 아니라, 긴 시간 경험하고 공부하고 연구해온 지식이 바닥에 깔려있다. 쉽게 읽히는 책이지만, 이 정도 글을 쓰려면 공부하고 검색해본 후 뇌피셜을 더하는..
앞서 올린 [서평]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tistory.com) 책을 읽으니, 이 저자는 인용한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 그 중에 수잔 손택과 나쓰메 소세키가 있었다. 책을 참 많이 읽는 사람인가보다 싶었다. 특정 상황에서 떠오르는 누군가의 연설 문구, 소설 구절, 노래 가사, 영화 장면 같은 것들이 많을수록 감정과 생각의 차원이 넓고 깊어진다. 그런데 읽다 보니 유독, 수잔 손택과 나쓰메 소세키를 인용하는 부분이 많은 듯 해서, 이번엔 나쓰메 소세키를 키워드로 책을 찾아봤다. 인문학도였다면 일찌감치 대학 시절에 이미 이런 작가들의 책을 읽어보았을 것 같다. 수잔 손택은 사회운동가로, 평론가로, 소설가로 유명했던 사람이고, 나쓰메 소세키는(타이핑을 거듭할수록 이 이름은 타이핑하기 번거로운 이름이라는..
이 책의 작가는 2차대전 유태인 학살 생존자인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만화 형식으로 책을 펴냈다. 이 책의 그림체는 이러하다. 작가는 아버지를 가끔 만나러 가서 이야기를 청해 듣는다. 책 후기에 나오는 설명에 따르면, 만화로 그림을 그려야 하기 때문에 건물의 창문 모양 같은 디테일한 부분까지 물어봐가면서 듣고, 그렸다고 한다. 이 책의 중요한 화법이라면, 제목과 같이 유태인들을 약자인 '쥐'로 그리고, 독일군은 고양이로 그렸다는 점이다. 그래서 제목이 MAUS('쥐'의 독일어)가 되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작가의 아버지는 체코슬로바키아 출신인데, 실제 성년기는 폴란드에서 보내게 된다. 그리고 폴란드에서 결혼도 하게 된다. 그러다 2차 대전이 터지고 독일이 폴란드를 점령한다. 독일군이 처음부터 유태인들을 ..
이 책을 (블로그에 서평을 쓰는 이유인) 다시 기억하려면 알아둘 것은, 이 책의 저자는 재일 한국인2세이자, 재일 한국인 최초로 동경대학의 교수가 되었으며, 이 책은 2016-2017년에 일본의 여러 곳들을(표지에 표시된 곳들) 여행하면서 쓴 에세이다. 주제는 대체로 국가와 사회의 피해자라던가, 소외된 피해자들의 이야기다. 방문했던 곳들이 '이따이이따이 병(수은중독)'이 발생했던 곳, 후쿠시마, 군함도, 오키나와, 한센병 환자 요양원, 재일 한국인의 코리아타운 같은 곳들이다. 일본 엘리트들이 소수자들을 죄악시하고 탄압(?)했던 역사가 남은 곳들을 주로 방문했다. 일본 사회의 가장 약한 집단들이 겪은 역사와 현재의 모습이 그 시절과 현재의 일본 사회를 잘 비춰준다고 했다. 책에도 간략히 언급되지만 강상중 ..
아이들에 좋겠다 싶으면서도 인디아나존스의 올드한 화면을 아이들이 집중해서 볼지 확신이 없었다. 아이들 보여주기 전에 슬쩍 미리 둘러봤는데, 초반 기차씬에서 뱀으로 가득한 상자들 위를 기어가는 장면이 나오길래 '아 반응 괜찮겠다!' 생각이 들었다. 가족 액션 탐험 코믹 활극 그리고 수식어 몇 개는 더 갖다 붙일 수 있을 것 같은, 그 시절엔 꼭 봐야했던 블록버스터. 어지간한 장면은 전부 CG로 만드는 요즘에는 가끔은 실제로 실외에서 촬영한 장면은 없는 것 같은 영화도 많다. 터미네이터2 시절에는 CG가 신기하고 화려한 비현실적인 장면에 쓰는 기술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현실적인 길거리 풍경을 실내에서 편하게 찍는 기술로 의미가 바뀐 것 같다. 배우가 먼 현장을 오갈 일도 없고, 변수가 많은 야외에서 카메..
모바일 기기와 SNS의 시대가 도래했을 때 기존의 PC를 옹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산성'이었던 것 같다. 여전히 생산적인 활동에는 PC가 우세인 듯 하지만 모바일OS가 PC와 비슷한 형태의 옵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온 것 외에도, 정보 습득 방식이 모바일 & APP 기반으로 많이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PC 시절 대비 모바일 기기 생산성의 강약을 논하기보다는 모바일 기기의 강점은 다른 방향으로 강화되어왔는데, 어디에서나 핸드폰으로 강의를 듣는다거나 유튜브로 수업, 시사, 부동산, 재테크, 정치... 정보를 입수하는 경로 자체가 모바일 기기 중심으로 변해왔다고 느낀다. 이렇게 조선미 교수의 강의를 유튜브에서 처음 접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렇게 한 문단이 소요되었다... 그리고 이 분의 책..
이런 책을 읽거나,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줄 때 반복되는 머뭇거리게 하는 포인트가 있다. 누구나 다 알고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키지 않는다는 말, 누구나 다 이미 알고는 있다는 말. 물론 아는 내용, 들어본 내용도 꽤 많이 있다. 반대로 의외였던, 처음 들어보는것들도 있었다. '의외', 즉 잘못 알고 있던 부분들을 일부 바로잡거나 새로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었다. 그런데 이런 조언들은 대체로 불편함도 함께 안겨준다. 마음이 찔리게 만드는 조언, '직장인이 이런 조언을 어떻게 따르냐' 싶은 실천이 쉽지 않은 조언, 알고 있었지만 지키지 못했던 조언... 1. 우선 공통적으로 반복되게 나온 이야기 중 하나가 온전한 식품을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흔히 '정제 곡물', '정제 당' 같..
유튜브가 기성 미디어를 압도하는 강점은 콘텐츠의 다양성 아닐까. OOO텐트 치는 법, XXX 섬 여행, --- 자동차 신모델 리뷰... 생각나는 무엇을 검색해도 대부분은 찾아낼 수 있다. 그 중에는 교양, 역사를 파고드는 준수한 품질의 채널들도 많은 듯 하다. 나도 그런 채널을 가끔은 보는데 이 책을 쓴 사람도 그런 채널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표지에 적힌 '세상의 모든 지식'이 채널 제목인 듯. 이런 교양 채널 중에 기업의 역사, 창업주 이야기 같은 주제도 재미있는데, 이 책은 유명한 회사/브랜드가 탄생한 이야기를 묶었다. 질레트, 3M, 레고, 아디다스, 롤스로이스 같은 큰 회사 외에도 '모노폴리(브루마블의 원조 보드게임)', 아스피린, 페니실린 같은 제품을 다루기도 한다. 한 꼭지가 그리 길지 않고 ..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퍼와진 글을 읽고 호기심이 생겨서 이 작가의 책 중에 최근에 나온 듯한 책을 골랐던 것 같다. 이런(?) 종류의 책을 기준으로도 꽤 짧은 단락으로 된 글들, 한 꼭지가 3-4페이지에서 마무리되는 여러 편의 짧은 글을 모아 만든 책이다. 그리고 그 글들을 나름 몇 개의 카테고리로 묶기는 했지만 크게 내용으로 구분되어있지는 않다.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본 정지우 작가의 글도 그렇고, 이 책에 나온 다른 글들도 그렇고, 어떻게 보면 나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 같기도 하고, 내 평소 생각을 비슷하게 표현한 것 같기도 한 글들이다. 다른 말로 하면 공감이 잘 되는 글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읽다 보면 표현을 더 쉽게 해도 됐을 텐데 하는 문체이다. 딱딱하고 힘이 들어간 느낌.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