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끄적끄적

화무십일홍

thezine 2025. 4. 14. 09:29



지금 사는 곳에 벚꽃이 피던 시기에 구경 왔다가 입주하게 되서 그런지, 벚꽃이 피면 아이들 어렸던 그 시절의 애틋한 기분이 돌아온다. 그리고 짧다는 봄보다도 더 짧은 벚나무 꽃 피는 기간이 끝났다. 꽃도 꽃이지만, 겨울이 끝나고 봄이 왔다는 공식적인 선언인 듯 해서 사람들이 여기저기 벚꽃 사진을 올리는 것 같다. 나처럼 되는 대로 사는 사람도 이 정도면 계절이 변했다고 고개들어 위를 보게 하는 신호수다.

엊그제 눈보라 비바람으로 주말에 후두둑 떨어진 벚꽃잎들을 보니 벚꽃 계절이 짧다는 원망이 부당하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벚나무는 1년 내내 그 자리에서 살아가는 것을 2주 남짓한 꽃 피는 시절만 삶인 것처럼 말한 것은 아닌지. 벚꽃잎은 비오듯 우수수 떨어져도 길거리에는 눈 녹은 구정물 같은 지저분한 느낌은 없다. 여름에 존재감 없이도 계절 내내 보도에 그늘을 드리워준다. 벚나무재선충 같은 말을 들어보지 못했는데 아마도 병충해에도 잘 버티는가 싶다.

"꿈 많던 엄마의 눈부신 젊은 날은
너란 꽃을 피게 했단다.
너란 꿈을 품게 됐단다."

가장 으뜸가는 시절로 쓰이는 꽃이라는 단어는 한편으론 짧은 정점을 뜻하기도 한다. 인생의 빛나는 시절, 꽃 같은 시절은 아름답고 소중하고 애틋하다. 그리고 인간의 인생의 대부분은 시기는 꽃이 아닌 평범한 가로수 이파리같은 것일까.

벚꽃 지는 계절에 지는 꽃잎을 보고 해본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