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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예술평

만화 <도쿄 80'>

thezine 2009. 11. 8. 18:07

도쿄 80' 11권 표지


 학창시절(아~ 그 이름만 들어도 아득한 먼 옛날이여 ㅠㅠ) 만화방 죽돌이는 아니었지만 종종 갔었다. 다른 놀거리 대비 시간당 비용이 싼 편이기도 하거니와, 쇼파에 편하게 앉아서 만화책 페이지를 넘기며 읽는 편한 느낌이 좋았다. 재미있는 만화를 발견했을 때 아주 흥미진진한 기분으로 다음권을 꺼내는 재미도 좋았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이야기들(일본 만화 시마과장 시리즈처럼 기본 조사에 충실한 일본 만화들)을 접하는 것도 흥미로웠다.

 아주 오~랜만에 엊그제 만화방에 들렀다. 시간이 잠깐 남아서였는데, 오래전에 추천으로 몇 권 읽다 만 이 만화를 집어들었다.

 이 만화의 배경은 80년 쯤의 일본이고, 와세다 대학에 다니는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국도 대충 비슷했지만, 일본의 80년대는 최고의 호황을 누리며 버블경제의 정점을 향해 치닫던 시기였다. 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경제를 재건하며 전세계로 뻗어나가던 일본 경제의 정점을 구가하던 시절. 그만큼 사회적으로, 개개인의 정신적으로 자신감으로 충만하던 시절이다.




 주인공들이 취직을 할 무렵이 되자 위에 보이는 것처럼 두툼함 '기업연구', '기업분석' 같은 책들을 보면서 수많은 회사들의 특징이나 취업 요령 같은 것들을 연구한다. 나도 오래전에 저렇게 기업정보를 모은 책을 본 적이 있긴 한데 일본은 오래전부터 저렇게 체계적으로 대학생들이 졸업을 준비하는 것 같다.


 










 만화의 몇 몇 장면을 첨부하려고 편집할 때는 각각 설명을 붙이려고 했는데, 이렇게 보니 설명은 굳이 달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이 만화의 주인공은 80년대 대학생이지만 이미 시점은 그로부터 20년 가까이 세월이 지나 주인공들이 중년에 가까워진 무렵이다. 나로서는 도쿄의 80년대는 물론이고 한국의 80년대의 경제상황도 겪지 못했지만(그땐 초등학생이었으니) 이 만화의 가장 중요한 테마는 '향수'인 것 같다.

 


 만화의 정서에서 '80년대'는 '지금'과 많이 다르다. 경제상황도 다르고 대학생들이나 사회인들의 마음가짐도 다르다. 그리고 주인공은 풋풋한 대학생이었고 이제는 사회생활에 익숙한지 사회인이다.

 너무 많은 것이 변했지만, 따지고 보면 변하지 않은 것도 꽤나 많은 것 같다. 나는 '도쿄의 80년대'를 겪지 않았지만 그 시절을 만화 속에 녹여내고 그와 함께 청춘을 함께 했던 우정과 애정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건 이 만화가 가지는 가장 훌륭한 힘인 듯 하다.

 그 옛날, 동생 친구네 비디오가게에서 공짜로 비디오를 빌려보며 영화에 빠져들었던 시절 어두운 방에서 티비 속에 펼쳐지던 미국 영화에 빠져들며 이국적인 모습에서 '향수'를 느끼는 재미있는 경험을 떠올릴 수 있었다. 미국보다는 훨씬 문화적으로 가까운 일본의 대학과 기업 문화가 배경이기 때문에 아마 더 내용에 빠져들 수 있었을 것이다.

 주인공들의 옛날 학창시절 모습에서 조금씩이나마 공통점을 발견하고, 주인공들이 사회생활을 하는 '현재'의 모습에서 또 군데군데 나와의 공통점을 발견하는 것도 재밌었다. 이 맛에 만화를 본다.

 신촌에 만화방은 이제 거의 남지 않은 것 같다. 옛날부터 다녔던 '만화동산'과 '만화플러스'는 이미 문을 닫았고, 이제 '만화공화국' 말고는 딱히 남은 곳이 보이지 않는다. 자주 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생각이 날 때면 찾아갈 수 있는 곳으로 오래 오래 남아있기를 바라는 이 마음도 이 만화의 주인공들과 비슷하단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