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1터미널에서 2터미널 가는 길에 도로변에 황무지가 나오면 볼 수 있는... 바위? 산도 아니고 언덕도 아니고 그나마 바위라는 표현이 가장 가깝겠다. 2터미널이 생기기 전에도 다른 곳에 가다가 이곳을 지나친 적이 있다. 그땐 이 길에 통행이 적었던 터라 차를 세우고 이 바위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기억이 확실한지는... 잃어버린 예전 핸드폰에 증거가 남아있을 텐데 아마 중국 어딘가로 팔려가면서 다 지워졌겠지. 췟. 영종대교를 넘어 인천공항에 넘어올 때도 중간에 유난히 불쑥 솟아있는 섬이 하나 있다. 깎아지른 절벽에 둘러 쌓여 있어서 섬이라 하기도 그렇고, 모양이 독특하다. 이런 모양의 풍경에 꽂히는 게 나만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유명한 정자, 팔각정 중에는 그렇게 험하고 불쑥 솟아오른 곳에 자리잡은 곳들이 많다. 거칠고 메마른 땅이지만 마치 바닥은 황량한 물결 같고 그 중에 홀로 솟은 외로운 섬 같은 느낌. 술 좋아하는 한량 중 물을 무서워하는 이가 있다면 강가 언덕의 정자 대신 이런 곳을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물을 무서워한 서태후가 호수 옆에 배 모양의 건물을 만들고 물놀이(?)를 즐긴 것처럼.

누구도 그닥 신경쓰지 않는 지붕 위에서 풀이 자란다. 정성껏 가꾸지 않아도 자라는 민가 구석의 풀에 눈이 간다. 모두가 야생인 곳에서는 각자 도생이 당연한 것이지만 사람의 곁에서 자라는 풀들을 보면 반가운 무엇이 있다. 집 안의 풀들은 나름 신경을 써도 결국은 다 죽어나가는데 저 녀석들은 잘도 살아남는다. 어제도 냉장고에서 시들어 상한 쌈채소를 내다 버렸지만 여전히 풀이 좋답시고 멍하니 지붕 위 잡초 사진을 바라보곤 한다.



소금물 섞인 바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식생도 뭔가 다르긴 다르다. 소금 바람의 끈적함만 남았을 것 같은데도 생각보다 촉촉하고 탱글탱글한 풀들이 자라곤 한다. 자주 가던 횟집 마당에는 가꾸지도 않은 풀들이 자라곤 했는데, 어느 해에는 과실수가 자라더니, 어느 해에는 이름 모를 선명한 푸른 풀들이 자라고 있었다. 동해안에는 웅장하고 임팩트 있는 아름다운 곳도 있지만 30분마다 차를 세워 바람을 쐬고 산책을 즐길 만한 소소한 풍경들이 많다.





가끔 들려오는 무전기 소리와 버스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거친 주행. 백담사 셔틀버스는 (뻥 좀 보태서) 마추픽추 등반버스에 비견할 만한 험한 주행을 자랑한다. 어찌나 거친지 사진을 찍을 정지된 0.2초의 시간도 좀체 허락하지 않는다. 가끔씩 지나치는 반대편 버스와 서로 비켜가는 시간이 그나마 유일하게 주어지는 차분한 시간이다. 그렇게 사시사철 등산객들을 실어나르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바로 옆의 계곡에는 인적이 극히 드물다. 유료 셔틀버스를 타지 않고는 걸어가기 힘든, 어쩌면 일부러 걸어서 가기 힘들게 만들어 놓았을지 모르는 통행로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걷기 좋은 통행로가 놓여 있고 중간 중간에 계곡의 바위를 걷는 사람들이 보이면 나라도 버스를 타지 않고 걷고 싶었을 테니까.

다만 그 옛날 만해 한용운 선생이 백담사에 기거하던 시절(아마 그때 백담사는 위치도 달랐을지 모르지만)에는 똑같은 통행로로 걸어다녔을지 어땠을지 문득 궁금했다. 그땐 유료 셔틀버스가 없었을 텐데 말이지.

백담사로 향하는 길 옆에 길게 이어지는 계곡은 군데 군데 거대한 크기의 한 덩어리로 이어진 바위들이 보인다. 용암이 흘러 그대로 한 덩어리의 바위가 되고 그 위로 물이 흘러 깎이고 마모되어 물길이 만들어진 흔적들. 지구가 우주에서는 먼지보다도 작은 존재라는 것까지 갈 것도 없이, 그보다 인간의 시야가 '겨우' 이 지구에 한정되어 있던 시절만 하더라도, 인간은 기나긴 시간의 흐름 속 찰나의 인생을 살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이다. 계곡의 흐르는 물만 봐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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