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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예술평

연극] 조선형사 홍윤식

thezine 2007. 4. 2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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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드림플레이의 연극을 본 건 이번이 두 번째다.

먼저 본 건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혹은 이것과 비슷한데 한두글자 다른 제목).

연대 앞의 '오늘의 책'과 고대 앞의 '장백산' 등은 당대 인문사회 서적의 젖줄이었던 서점들이다.
이젠 책 팔아가면서 대학가의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사라졌다.
(장백산은 이름만 들어봐서 사라졌는지 어쨌는지,
아무튼 오늘의 책은 자리를 옮겨서 다시 여는 우여곡절 끝에
결국 창고 속에서 책들만 잠자고 있다고 한다.)

대학가 앞에서는 물장사, 옷장사, 밥장사가 아니면 임대료를 뽑아내는 것이 어려운가보다.
그러고보니 그 후로도 꽤 오래 버틴 신촌로터리 홍익문고도 언제부턴가 사라져버린 것 같다.
다시 가서 눈여겨 봐야 알 것 같긴 하지만 아마 그 근처에 생긴 스타벅스 같은 걸로 대체되었을 것 같다.


극단 '드림플레이'의 연출, 극본은 대체적으로 사회적인 메세지를 중시하는 것 같다.
운동권과 post운동권 사이에 낀 세대의 애매한 위치를 그렸던 '오늘의 책.....'을 볼 때도 그랬지만
'조선 형사 홍윤식'을 보며 다시 한 번 느꼈다.
드림플레이의 작품을 2개만 봤으니 아직 잘은 모르겠다 싶지만. ^^

일제시대의 경성(?)을 배경으로,
어떤 사건을 수사하는 경관(그 시절 표현으론 뭐라고 하는지?)과
그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다.
지난 번에 본 '오늘의 책....'에 나온 출연진 일부를 또 보게 되니 반갑더군.

사회적인 메세지, 시대적인 고증을 위한 노력,
편하고 유머러스한 대사 등, 재미있는 연극이다.

연극이란 걸 처음 볼 때만 해도
코앞에서 여기하는 배우의 존재가 참 부담스러웠는데
내용이 유쾌해서 그런지, 익숙해진 건지,
처음 느낌과는 사뭇 다르고 관람 자체가 즐거워져 간다.



그러고 보니, 연극을 돈 주고 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누가 표를 사서 보여줘서 본 거,
연극동아리 공연,
표를 누가 줘서 본 것,
초대해줘서 본 것, (드림 플레이 극단의 'XX롬'의 초대로)


관람해본 몇 안되는 연극 중에 대부분은 극장 수준이 영세하다.
기본적으로 공간만 주어지면, 거기에 약간의 소품과 약간의 의상 정도.
그렇게들 최소한의 여건에서 공연을 하는 것 같다.

공연 예술이 다 그렇지만 연극도 나름 빡센 연습 강도를 자랑하는데
공연 전에 자주 모여 연습하고 왔다갔다 차비들이고 밥만 먹어도,
기본 공연비용에 더해서 돈이 (거액은 아니지만) 꾸준히 들어갈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제값 주고 공연을 보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핸드폰대리점 같은 일을 하며 투잡으로 연극을 한다는 얘기가
연극 하는 사람들의 상황을 절절히 말해주는 듯 하다.


대학 다니다가
4학년 되면 토익 성적 준비해서
2학기 정도 되면 슬슬 아무데나 원서 써서 합격하면 회사 다니는 것도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저렇게 정해진 길도 없이,
스스로의 의지를 나침반 삼아 예술가의 길을 걷는 일은 늘 대단해 보인다.

물론 연극하는 사람이나 음악을 하는 사람이나
결국 인간적인 면에서는 평범하고 익숙한 사람들일 뿐이지만
개인적인 인생의 목표 앞에서 그들의 고집과 용기만큼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덕목이라 생각된다.

어쩌면,
좋아하는 걸 하려다 보니 그 길로 간 거라고,
밥도 먹어야 하고 용돈도 필요하다보니 아르바이트도 하는 거라고,
그렇게 말할지도 모르고 그 말이 맞는 것도 같다.
닭과 달걀 중 어느 것이 먼저냐는 말이 될 것 같다.

얼마 전 신문기사에서 연극계의 상황이 아주 어렵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150개 내외의 극단이 있다고 하지만
그 중에 실제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는 극단은 많지 않다고 한다.
유명한 극단 몇몇도 돈이 없어서 꾸려나가기 힘들고
그나마 요즘은 뮤지컬이나 돈이 된다고 한다.

아무튼 결론은 돈 주고 연극을 보자는 말씀..^^
이번엔 공짜로 보는 사람들만 몇 명 갔었는데
다음에 초대를 받으면 그땐 친구 몇 명 데려가서
친구들 요금을 공짜로 보는 사람도 같이 나눠서 내서 보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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