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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imate others 가까운 타인

thezine 2024. 4. 27. 00:28



굳이...  가까운 타인이라는 말이 안맞다 싶어서 저렇게 썼다. 친숙한, 이 더 가깝지만 그것도 좀 아니다.

요 며칠 외부 교육기관에서 하는 교육을 수강했다. 옛날에 비슷한 기회가 있었을 때도 그렇고, 이런 외부기관 교육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하루든 며칠이든 교육이 이어지는 동안 앞뒷자리 수강생들과는 회사 파티션보다 가까이 앉아서 시간을 보낸다. 수업 내용 때문에 같이 이야기하고 물어보는 일도 생기는데, 그럴 때면 너무 부자연스럽게 거리두는 느낌은 무례하고, 오바하면 부담스럽고, 각자의 기준으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교육이 끝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원래 자리로.

2005~2006년 쯤, 민방위도 아니고 무려 예비군이라는 파릇파릇(?)하던 시절, '박달 교장'이라는, 안양? 부근의 예비군 훈련장에를 갔다.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같이 훈련을 받은, 나이도 나와 비슷할 총각(?)과 귀가길에 말을 나누었다. 어차피 땀과 먼지 범벅인데 고기 연기쯤 거리낄 것도 없고, 서로의 집 근처인 낙성대 어느 고기집에서 연병장의 먼지를 씻자며 삼겹살을 먹었다.

지금까지 기억에 남을 정도면 그때 동네 친구 하자고 연락처 정도는 받았을 법도 한데 그 날은 그냥 삼겹살에 소주만 먹고, 이름도 나이도 연락처도 묻지 않고 그대로 헤어졌다. (군복에 새겨진 이름은 보았을 텐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얼마 전 첫 직장 지인 한 형님이 무슨 자격증을 땄다고 페북에 사진을 올리셨다. 그 글에는 기억이 가물가물한 옛 회사 다른 지인들이 답글을 달았다. 스쳐감이 인연으로 레벨업 되면 가뭄에 내린 소나기에 갈라진 흙바닥에서 싹이라도 난 것처럼 언젠가는 다시 인연의 싹을 틔운다.

몰래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적극적으로 찾아가야 만날 수 있던 옛날 미니홈피와 달리, 요즘 SNS는 적극적으로 각자가 보유한 최첨단 AI를 동원해서 최대한 다양한 컨텐츠를 나에게 들이민다. "이래도 안볼 거야?"

얼마 전에는 미용실 디자이너가 이곳에서 일을 시작한지 6개월만에 워킹홀리데이를 떠난다며, 신입 시절부터 줄곧 본인을 찾아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다. 처음에 남자 머리 커트에 1시간이 넘게 걸릴 때는 다른 미용실에 가서 수습을 해야 하나, 마음이 복잡했는데 어느덧 6개월만에 30분으로 시간이 단축되서 좋았다. 나는 어지간해서는 커트 중에 거의 말을 안하는데, 이제 몇 마디 할 정도는 친숙해졌는데 다시 사람을 바꾸려니 아쉽다. 어릴 때 떠나는 워홀에 대해 중년의 아재로서 영어공부니 목적이니 생각나는 말은 많~았지만 할말하않 하고 잘 다녀오라고만 했다.

'순간적으로 가까웠던' 타인들 소식을 누군가 한 줄 요약해서 이야기해주면 참 재밌겠다.

아직 봄꽃이 봄바람에 살랑거릴 때 골프장을 간다니 반갑다. 너무 이른 새벽 4시 알람의 압박만 빼고는, 이번 주도 대체로 온전히 마무리해간다.

pea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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