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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지향적 사회 본문
원래 채식주의와는 거리가 멀고, 앞으로도 채식주의자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요즘 들어 식습관에 일말의 변화가 필요하단 생각이 든다. 육식 습관이 얼마나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지에 대한 몇 가지 통계를 접했기 때문이다.
식육습관이 환경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는지, 알고보면 꽤나 심각하다.
1. 채식에 비해 경제적으로 비효율적
예를 들어서 소를 한 마리 도축했을 때 200kg의 고기를 얻을 수 있다고 치자. 송아지가 자라서 도축될 때까지 소가 먹어치우는 풀은 그 수 십배가 될 거다. 소의 경우 1년에 4톤이나 되는 풀을 먹어치운다고 한다. 2년을 길러 도축을 한다고 가정하면 (고기 200kg을 얻기 위해 8000kg의 풀을 먹여야 하니까,) 고기 1kg을 얻기 위해 풀 40kg이 들어가는 셈이다. 식육재료가 사실은 상당히 비효율적이고 대가가 큰 식품인 셈이다.
다른 예로, 사람은 고구마 한 그릇으로도 끼니를 때울 수도 있지만 고구마를 먹여서 키운 돼지고기로 한 끼니를 때우려면 그동안 그 열 배 정도 되는 고구마를 돼지에게 먹여야 한다. (그나마 소보다는 돼지가 효율적이다.)
2. 부산물에 의한 환경 오염 - 축사
뉴스나 환경다큐멘터리에서 등장하는, 수질을 오염시키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소, 돼지를 키우는 축사에서 나오는 오염물질들이다. 소와 돼지 축사 근처에 가면 심한 냄새가 난다. 그 동물들이 하루에 수십킬로그램의 사료를 먹고나서 배출하는 분뇨가 얼마나 많은가.
3. 부산물에 의한 환경 오염 - 자동차 배기가스 및 기타
소를 먹일 사료를 실어나르는 트럭의 배기가스에 의한 공기 오염, 축사를 짓는 데 들어가는 건축자재, 축사에 켜놓는 전기, 항생제 생산 부산물, 플라스틱 항생제 주사기 등등
4. 부산물에 의한 환경 오염 - 소의 방귀
소의 방귀 때문에 환경이 오염된다고 하면 왠지 농담처럼 들리는데, 소 한 마리가 배출하는 메탄가스의 양이 생각보다 엄청나다고 한다. 소의 축사에서 나는 냄새가 분뇨 냄새 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_- 소가 배출하는 메탄가스가 지구온난화의 범인 중에 하나로 지목될 정도라고 하니 말 다 했다. 남들보다 방귀가 잦은 사람들 역시 어쩌면... 식목일에 나무 한 그루라도 심으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5. 우림파괴, 초목 파괴
남미 여러 나라에서 소를 방목하기 위해 울창한 나무들을 베어 넘어트리고 목장을 만든다고 한다. 수십미터 키의 나무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풀밭이 생기는 셈이다. 그리고 기존의 있던 풀밭이라고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방목된 소나 동물들이 풀을 뜯어먹으면서 땅이 벌거벗고 자연재해에 노출된다고 한다.
위에 나열한 것들은 채식주의자들이 육식 습관에 대해 비판하는 논거들이다. 십분 공감하면서도 앞으로 채식으로 완전히 돌아설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측면에 대해서 이해를 하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B. 중국의 경제 발전과 소비 증가
작년과 올해 초, 중국에서는 건자재값 폭등에 이어 생활 물가 폭등으로 인플레이션 문제가 심각하다고 한다. 중국에선 어디에를 가도 공사 현장을 볼 수 있다. 대도시라면 차를 타고 달리면서 몇 분에 한 번씩 공사 현장을 지나치게 된다. 그게 한 두 곳도 아니고 중국의 여러 대도시에서 그러고 있으니 세계적으로 시멘트, 철강재 값이 오르는 현상이 이해가 된다.
문제는 그것 뿐이 아니라, 중국 사람들이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곡물, 육류, 자동차 등 모든 면에서 소비를 늘리고 있다는 사실. 중국 사람들이 치즈에 맛을 들이면 세계 치즈 값이 들썩거리고 중국 사람이 연어에 맛을 들이면 연어값이 들썩거린다. 중국에 자동차가 늘어나니 석유값도 올라간다.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현재 중국에서 상해 이남은 '남부지방(화남)'으로 분류해서 건물을 지을 때 난방시설을 할 수가 없다. 날씨가 더 추운 북경에서 실내에선 따뜻하게 지내는 반면 상해에서는 겨울 날씨가 덜 춥긴 하지만 난방장치가 없어서 겨울에 훨씬 더 춥다. (전기 히터로는 난방을 해봐야 별로 도움이 안된다.) 에너지 절약을 위한 조치일 거라고 짐작할 따름이다.
그런데 막상 화남 지방에도 난방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추가로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될 거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일반인들도 난방비를 감당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그렇게 되었을 때 에너지 소비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온실가스 배출도 그에 비례해서 격증할거라는 점.
제비집 요리
옛날에는 황제나 고관대작들만 귀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었겠지만 이젠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높아진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자원은 유한하다는 사실.
비싼 음식 재료 중에 하나로 꼽히는 제비집은 인공으로 제비가 머물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서 양식 비슷하게 만들어낸다고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식량 자원은 유한한 자원을 최대한 채취하는 방식으로 이용되고 있다. 바다 바닥이 황폐화될 정도로 저인망 그물로 박박 긁어가면서 해산물을 잡아대는 걸 보면 언제까지 저럴 수 있을까 걱정이 든다.
C. 절대 소비량 증가 ∝ 삶의 질? (둘은 비례하는가?)
미국은 인구당 에너지 소비가 세계 1위다. 그것도 2위하고 차이가 많이 나는 독보적인 1위다. 환경이 풍족하고 소득도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세상엔 잘 사는 사람들은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는 않는다. 미국인의 과소비(=오염 유발)을 욕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란 뜻이다. 옛날엔 소수 잘 사는 나라에서만 에너지와 식량자원 등을 과소비했다면 지금은 갈수록 더 많은 나라의 더 많은 사람들이 소비를 늘려나가고 있다.
옛날에는 상어지느러미 요리를 찾는 사람이 극소수였지만 이젠 돈 좀 벌었다고 누구나 고급요리를 찾는다. 옛날에는 소수만 차를 끌었지만 요즘에는 자동차가 생필품처럼 되버렸다. 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옛날에는 황토초가집에서 호롱불 켜놓고 살았지만 요즘은 30평 아파트에서 겨울에도 반팔티 입고 온 방에 전기불은 다 켜놓고 살고 있다.
식량증산 속도가 인구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거라던 맬서스의 예언은 틀렸다고들 했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경제가 발달하면서 인류는 서서히 자기파괴적인 소비를 늘려가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식량증산 속도와 인구증가 속도의 균형을 맞추는 문제 외에도 소비증가 속도를 조절하는 문제도 걱정해야 할 것 같다.
적게 소비하고, 그래서 더 적게 생산하면 좋을 것 같은데, 경제가 발전하려면 더 많이 만들고 더 많이 소비해야 한다고 한다. 적게 소비하자는 녹색 운동은 시민 운동의 수준이지만 '경제적 동기'는 국가 정부와 기업체, 개인들의 욕망과 관련된 강력한 동기 유발 인자이다. 게임이 되지 않는다.
자동차를 보면 소비경향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오래전 언젠가, 차를 가진 사람은 부자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던 것이 한동안은 '집 사기 전엔 차를 사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는 정도로 바뀌었고 이제는 아예 집은 전세거나 부모님에 얹혀 살아도 차는 갖고 있는 게 일반적인 상황이 되었다.
도로는 찔끔찔끔 늘어나다보니 서울 시내는 막히지 않는 곳이 없고, 그만큼 도로체증으로 길바닥에 뿌려지는 기름의 양도 엄청나게 많다. 차값도 비싸지고 기름값도 비싸지고, 길이 막혀서 같은 양의 기름으로 갈 수 있는 거리도 짧아졌다. 하지만 소득 수준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른 건지, 서울 시민들은 한계소비효용이 감소하는 와중에도 자동차에 대한 소비를 늘려나가고 있다. (생각해보면 억울하지 않은가?)
'1인당 자동차 대수' 같은 지표로만 보면 살기 좋아지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그리고 언젠가부터 유행어가 된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도 살기 좋아지고 있다고는 확신할 수 없게 됐다.
소비 속도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중국의 발전이 문제라는 식으로 비칠 수도 있다. (사실은 돼지고기 문제도 중국의 소비증가, 가격폭등과 관련된 문제) 하지만 내 요점은 중국이 꼭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중국 말고도 인도나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어쨌거나 전지구적으로 볼 때, 시간이 지날수록 부자는 더 많아지고, 지구촌 사람들의 전체적인 소득 수준도 점점 더 높아질 것이며 1인당 소비량 역시 비례해서 늘어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중국의 환경 오염에 대해 '그동안 선진국이 지구를 다 오염시켜놓고 이제와서 발전 좀 해보려고 하니까 우리보고 뭐라고 그러냐' 고 하는 중국의 항변도 일리는 있다. 그리고 온실가스 배출이 실제로는 지구온난화의 원인이란 증거가 없다는 보수주의자들의 주장도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동안 오염시키지 않았으니까, (혹은) 증거가 없으니까 맘껏 오염시켜도 괜찮다'고 해석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심정적으로 논리적으로 정당화한다고 해서 오염이 줄어들지도 않을 것이고 그로 인한 폐해가 줄어들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건, 올바르게 생산하고 돈을 버는 것 뿐 아니라 올바르게 소비하는 것까지도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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