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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세금으로 미국 쇠고기 광고 본문
며칠 전 우리나라의 주요 일간지라고 하는 조중동에 실린 광고다. '3억인의 미국인과 96개국의 세계인들이 즐겨 먹는 바로 그 쇠고기가 수입됩니다.' 라는 멘트는 그야말로 광고에 적합한 멘트다. 몇 천 달러 미만의 극소량을 수입하는 나라를 제외하고 실질적인 수출 대상 국가는 3개국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광고 문구에 쓰인 96개국이란 말은 홈쇼핑 수준의 과장 멘트다.
그런데 정말 재밌는(?) 사실은 광고 가장 밑에 들어간 '농림수산식품부 - 보건복지가족부'라는 부분.
설마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광고를 냈을 리는 없고, 분명히 정부 예산으로 광고를 했을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면 어느 정부가 외국 수입품 광고를 이렇게 해줄까? 사례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서 현대차를 미국에 수출하는데 미국 정부의 관련 부처에서 이런 광고를 해주면 어떨까?
이런 광고가 미국 신문에 등장하는 것을 우린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이런 광고는 이해할 수 있다. 육류수출협회에서 자기 돈 들여서 자기네 물건 광고하는 거야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물론 작년까지만 해도 수입을 금지하라고 난리치던 언론사에서 이런 광고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이율배반을 넘어서서 블랙코미디에 가깝지만 말이다.
하지만 정부 예산으로 외국 수입품을 광고해주는 일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그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작년에 함께 수입 반대를 외쳤고, 올해는 함께 말을 바꿔 수입을 외치는 '동반자'관계인 특정 신문들을 선택해서 광고를 집행한 것은 웃고 넘어간다 치자. 하지만 국민의 세금을 외국 수입품 홍보에 사용하는 저 담대함에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가 막히는 일이다.
차라리 한우 시장을 정비하고 한우 농가를 육성, 지원하겠다는 광고를 했다거나 한우의 우수성을 알리는 광고를 했다면 이만큼 욕을 먹지는 않을 것이다.
외국 신문에 특정 한국 업체를 홍보해줘도 특혜 시비가 생길텐데 국내 신문에 외국 상품을 홍보해주는 정부를 보니, 이 정부가 한국의 정부인지, 아니면 미국이나 일본의 정부인지 헷갈릴 법도 하다. 친일청산을 위한 인명사전에 대해서도 "우리가 다 용서했는데..."라며 국민을 대신해서 모든 것을 용서해버리신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여서 그런지 확실히 남다르다. 다만 국민들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에 대해서는 어찌 하실 작정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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