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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예술평

[서평] 시크릿

thezine 2008. 7. 11.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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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찮게 책이 생겨서 읽었다. 이렇게 작고 알맹이가 적은 책은 내 취향이 아니라 직접 사는 경우는 드물다. '밀리언 달러 티켓'처럼 실수로 산 책을 제외하면 말이다. (내친 김에 '밀리언 달러 티켓'에 대해 서평도 간단히 해본다. '밀리언 달러 티켓'은 요약하면 '좋은 생각' 2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의 내용을 억지로 늘리고 늘려서 책 한 권을 만들어서 만원 넘게 받아먹는 책이다. 이런 구매행위를 했을 때 사람들은 '눈탱이 맞았다'는 표현을 쓴다.)


 다행히도 the Secret은 눈탱이 맞았다 싶은 수준은 아니다. 나름 신선하고 은근히 머릿속을 맴돌며 종종 생각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의 주제는 자기암시의 강력한 힘이다.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자기 암시를 하라고 권한다. 예를 들어서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건강한 모습을 상상하고, 자기가 그렇게 될 것이라 믿고 머릿속으로 그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not이 들어가는 부정의 표현이 아닌 정正의 표현으로 하라고 주장한다. 사업을 할 때는 '망하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이 아니라 '성공할 거야'라는 식이다. '~하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도 결국은 '~한다'는 동사가 기본인데 자기 암시는 이 기본적인 표현대로 이루어진다고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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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 Rhonda Byrne

 책의 저자는 호주의 전 TV 프로듀서이고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위에 소개한 것과 같은 '비밀'을 깨달은 후, 그런 비밀을 알고 있는 세계 각지의 사람들의 지혜를 모아 책을 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책이 대히트가 되서 오디오북CD로도 출판되고 DVD로도 출시되고 나중에는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도 크게 다루어졌다고 한다.


 분명 긍정적인 생각, 긍정적인 자기 암시, 그리고 스스로 암시를 믿음을 통해서 스스로를 실현하는 과정은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책의 구성이나 문체 자체가 한국 사람에게는 낯설은 편이라 우리나라에서는 책이 잘 팔렸는지 어땠는지 모르겠다.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마치 미국에서 잘 나가는 대중 강연 강사가 관객을 홀려서 관객들이 종교적으로 반응하는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성공학이든, 요가 전문가든, 평화운동이든, 정치집회든, 처세술이든 주제는 다양하지만 특정 사조가 특정 지역에서 특정 시기에 유행이 되고 인기를 얻는 것은 흔한 현상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도 오래전에 '이상구 박사'라는 사람이 등장해서 엔돌핀과 아드레날린을 유행어를 만들었던 적이 있고, 나중에는 '황수관 박사'가 등장해서 특유의 높은 톤의 목소리로 하는 강연이 유행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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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서 소개하는 '비밀'의 상당 부분은 한국 교회에서 설교하는 '믿음'과 닮은 구석이 있다. 본문에 등장하는 수 많은 인용문 중에 성경구절도 조금이나마 등장한다. '믿음은 보지 못하는 것들의 실상'이라는, 비종교적인 문맥에서라면 궤변이지만 종교적인 문맥에서는 감동적인 성경 구절은 이 책의 주제와 아주 근접해있다.

 다만 차이점은 교회에서는 믿음으로 이루는 것이 신의 역사役事라고 이야기하지만 이 책에서는 '우주의 힘'이라고 설명하는 점이다. 그래서 이 책은 내용이 심오한 책은 아니지만 가볍게나마 종교적인 영역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미국에서는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하는데, 마치 인기 대중 강사의 강연을 글로 옮겨놓은 듯한 문체는 영 정이 가지 않는다. 다만 본인이 갖고 있는 목표에 대해, 그리고 목표 실현 방법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못내 문체와 형식이 맘에 들지 않았는데, 같은 주제로 한국적 정서를 바탕으로 한 담담한 문체로 완전히 새롭게 쓰면 좋았을 것 같다.

 내가 본 책이 107쇄였고 1쇄가 나온 후 8개월 정도 지난 후였으니 아마 책은 잘 팔렸나보다. 양은 많지 않다. 그렇게 꼼꼼히 읽을 필요가 있는 책은 아니다. 책은 좋은데 꼭 사서 소장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도서관에 가서 자리잡고 속독으로 요점만 읽고 치워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