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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초기 증세

thezine 2011. 1. 17. 01:40


 회사를 옮긴 후부터 가끔 채를 휘둘러보고, 그러다 회사 방침(?)에 따라 레슨을 끊고, 그러다 가끔 동료들과 스크린골프를 치고, 그러다 직원특별가로 나온 골프클럽 풀세트를 장만한 게 나의 골프 히스토리.

 가끔 '내가 어쩌다 골프를 치게 됐을까' 할 때면 생각나는 순간이 있다. 이 동네에서 운동을 할 헬쓰클럽을 알아보던 중, 유력한 후보였던 한 곳에 갔는데 골프연습타석(일명 '닭장')이 있는 것을 보고 '흠. 나랑은 무관한 시설이군' 하는 생각을 하며 다른 시설에만 관심을 기울이며 구경을 했었다.

 아직 스윙 실력도 미천하고 골프장에서 실제로 쳐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나 골프 친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아무튼 어쩌다 보니 이런 단계까지 왔다. 집에서도 쓸데 없이 클럽을 꺼내서 이리저리 만져보고 가구를 안 건드리게 조심하면서 스윙 자세를 취해보고, 자기 전에 골프에 대한 글을 쓰는 그런 단계.

 골프클럽 풀세트에 100만원 정도 썼다. 카메라는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보통 백만원 언저리에서 시작이고 조금 갖춘다 싶으면 몇 백만원은 쓰는 것을 알고 나니 그렇게 나 같은 사람은 범접할 수 없는 그런 운동은 아니었던 것 같다. 직원가에 눈이 어두워 이걸 산 거지, 보통 초보자용이면 6, 70선에서도 장만 가능한 것 같다. (운 좋은 친구 녀석은 아는 분이 쓰던 걸 공짜로 잘도 업어오던데, 내 주변엔 마땅한 귀인이 없었다. --^)

 당구도 치질 않았었고... 이에 비견하자면 공전의 히트작 스타크래프트 정도? 군대 가기 전 친구들과 날밤을 새곤 했지. 군대 동기들도 입대 전에 한 일들은 대충 비슷했다. 며칠을 PC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게임을 했던 놈도 있었다.

 아무튼 오랜만에 뭔가에 빠지는 느낌인데, 다행히도(?) 회사 업무와도 관련이 있으니 게임에 빠질 때의 죄책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다행이랄까. ^^  우리나라도 나 같은 사람이 골프를 칠 정도로 보급화가 되었지만, 더 흔하게 보급된 미국에서조차도 아직 골프가 비즈니스의 중요한 수단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나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자... 이제 자기 전에 5번 우드를 한 번 쓰다듬어주고 자야겠다. 꿈 속에서도 언더파 좀 해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