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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끄적끄적

토닥토닥

thezine 2020. 12. 29. 01:23

아이가 어릴 때 퇴근 후에는 육아에 지친 엄마 대신 아이를 재우곤 했다. 따뜻한 분유를 진하게 타 먹이면 트림까지 마치고 속이 편해진 아이를 안고 거실을 천천히 이리저리 움직이며 등을 토닥였다. 새벽에도 강변북로에는 늘 차가 다니고, 이중창에 소리는 갇힌 채로, 빠른 듯 느린 듯 불빛이 조용한 거실의 벽을 훑고 지나갔다. 아빠 품에 안긴 아이는 아빠와 반대 방향 어디쯤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인생에서 가장 조그맣던 시절을 보내는 따뜻하고 작은 사람의 온기를 느끼며 거실을 혼자 산책한 것처럼 시간을 보내고 아이를 자리에 눕히곤 했다. 이젠 그때에 비해 아이들도 많이 커서 장난을 칠 때나 아이를 안아주게 된다. 더군다나 품에 안고 재울 일은 없어졌다. 밤 늦게 택시에서 내릴 때, 잠이 든 두 아이를 동시에 안고 걷던 것도 그리 먼 과거의 일이 아닌데, 이젠 다신 그럴 일이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밤에 잠이 안 오는 평범한 밤에 가끔 그 시절이 생각난다. 조용한 거실과 불규칙적이면서도 규칙적인 자동차 불빛과 따뜻하고 부드러운 아기의 감촉이 통감각적으로 그립다. 그 시절 내 정신을 맑게 해주던 순간들. 누군가에게 토닥거림을 받길 바라는 것은 아니고, 다만 누군가를 토닥거리면 나도 토닥임 받은 기분이 될 것 같다. 아니면 그건 그때 그 느리고 여유있는 리듬 덕분이었을까?

연말에도 늘 마음이 바쁘다. 마음이 바쁘면 작은 새로운 것도 채워지지 않는다. 내일은 옷이라도 따뜻하게 입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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