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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신벗어던지기

thezine 2022. 11. 3. 23:39

딴지일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체로 적어나간 탈기독교인의 무신론설. 글을 쓰고 받고 하는 과정에서 딴지일보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었다고 한다. 딴지 게시판에는 목회자를 포함해서 다수의 기독교인이 있으니, 아마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서 이리저리 한마디 보탠 유저들이 많았을 듯 하다.

이 책 각 장의 끝부분에는 그 장의 논지에 대한 예상되는 반문과 이에 대한 답을 미리 해놓았는데, 거기 실린 '예상질문'들은 아마 딴게에서 받았던 대표적인 질문들이었을 것 같다.

실제로는 악플이 꽃 피는(?) 익명의 공간에서조차, 정치적인 문제로는 격렬하게 치고 받는 것에 비해서는 종교 자체에 대한 공방이 많지 않다. 종교적인 배경으로 아무리 욕 먹을 짓을 해도 특정인이 아닌 종교 자체를 근본적으로 건드리는 것은 본인 스스로도 다양성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자각이 있는 것 같다.

종교는 종교를 가진 이들에게는 삶의 커다란 일부이기 때문에, 종교에 대한 공격은 삶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 같은, 아주 커다란 상처와 분노를 주는 공격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유럽 신문들의 이슬람 모욕 만평 게재 전후에 유럽 내외에서 벌어진 반목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너 기분 나뻐!"(말)보다는 "퍽"(피꺼솟! 일단 주먹부터)에 가까웠다.

(참고로 내가 느끼기에 당시 만평 관련 반목의 과정은 언론의 자유와 문화의 충돌이라기 보다는, 가세연 스타일의 우익 어그로와 통제를 잃은 분노 표출이었다. 여러 우익 언론이 반복해서 의도적인 모욕 주기 만평을 싣고 이슬람 단체에 "너네 왜 가만 있어?" 찌르고 다닌 몇 나라의 우익 꼴통단체들, 그리고 여기에 넘어가서 만평을 수업시간에 다룬 프랑스 교사를 참수하는 사건까지 벌인 이슬람의 환장 콜라보.)



종교를 논리로 반박해서 종교인을 설득하기란 애초에 어려운 일일 것이다. 반대로 2022년을 살아가며 합리주의를 자처하는 비종교인이 보기에 종교란 (이 책의 주제인 개신교가 아니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모순덩어리일 것이다.

성경은 종교적인 명상, 가르침, 가치와 같은 추상적인 이야기만 담긴 경전이 아니라, 수천년의 역사 속에서 시대의 색이 진하게 담긴 책이기에, 답을 구하기 힘든 수 많은 의문으로 가득찬 책이다. 이 책에서 그에 대한 신학적인 연구 결과가 어떤지, 이런 해석이 있구나 설명하는 부분은 신선하기도 하고 납득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현실에서 신학과 목회가 별개라는 부분은 현직 목회자들의 의견이 어떤지 궁금해진다




무종교인과 종교인의 사이에는 근본적인 인종의 차이를 가르는 무언가 있는 것 같다. 나는 종교적 감수성이라고 표현하는데, 종교적 감수성이 발달한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현 대통령이 청와대를 창경원 같은 구경거리로 만들고 떠난 일을 두고 터가 안좋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돌고, 그걸 정말 그럴 수도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꽤 많을 것이다. 종교적 감수성 유무 외에도, 그 안에서 취향의 다양성이 다시 여러 갈래이구나, 새삼 느껴졌지.

나에겐 새로운 내용이고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어할 것 같은데, 주제가 주제인 만큼 소수만의 관심으로 그치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내가 본 책도 겨우 1쇄라고 적혀있던 것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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