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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텐도와 국가의 역할에 대한 소고

thezine 2009. 2. 11. 17:45

 얼마 전에 대통령이 '우리나라도 닌텐도를 만들어야'한다는 말을 한 이후 위와 같은 기사가 올라왔다. 우리나라의 현실의 단면을 보여주는 상황이란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원문 링크 클릭)

 이명박 대통령은 예전에 "IT가 일자리를 줄였다"는 발언을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 적이 있는데, 그 에 이어서 '우리도 닌텐도를'이라는 발언을 했고 여기에 정부는 '지원책 마련'과 '예산 배정'과 같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후속책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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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이명박 대통령의 동정을 보도하는 기사들을 보다보면 예전에 전두환 시절의 땡전뉴스를 연상시킨다. 지금 정권을 어떻게 전두환 독재정권과 비교하냐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역정을 낼지 모르겠으나 사실 그런 면이 많긴 하다.

 대통령이 어디 순시를 다녀오고 거기에서 '우리 이런 거 하면 좋겠다.' 하면 '네 각하, 조속히 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하고 똑같은 서류에 '주어'와 '작성날짜'만 바꿔서 '육성방안'을 내놓는 방식 말이다. (누구나 한 번쯤 들었음직 한 이야기인데)사단장이 다녀가면서 '산에 나무가 없네' 했더니 다음 방문 전까지 멀쩡한 옆산 나무를 통채로 뽑아서 심었다는, 대한민국 육군의 저력을 연상시키는 이야기와 비슷한 전개 방식이다.

이 사진은 특정인과 무관함. 사이버모욕죄로 잡아가지 마셈.



 이번 대통령의 발언은 과거 '창의력 교육'을 육성한다던 시절을 떠올린다. 어린 학생들의 창의성을 북돋우기 위해 창의성을 주입식으로 교육시키는 방안을 만들어내던 것 말이다. 교복만 입히고 머리는 짧게 깎고 밤10시까지 자율학습을 시키고 고등학교 입시를 위해 중학생 때부터 경쟁하는 학생들에게 혀를 끌끌 차며 '왜 이렇게 창의력이 부족한 거야? 배부르고 등따신데 뭐가 부족해서?'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주입식 교육으로 창의력을 키울 수 없고 강자의 폭거를 감시하고 '다름'에 대해 관용적인 사회 분위기가 없이 민주주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소프트웨어의 발전을 바란다면 하드웨어적인 수단으로 이를 이루려는 근시안적인 사고를 벗어나야 한다. 닌텐도 플레이어라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면 단순히 투자만 해도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낫게도 만들 수 있겠지만 소프트웨어도 그런 식으로 만들 수 있다고 이해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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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은 별 생각없이 돌아다니면서 툭툭 내던지듯 발언하고 정부는 그 뒤를 조아리고 따라다니며 뒷수습을 하고 그게 잘 안될 때는 '진노'하고 '역정'을 내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국정 운영 방식인 걸까.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에게 청와대에서 전화를 걸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협박을 하는 방식으로 이명박 정부가 나머지 4년을 꾸려나간 후에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가 되어있을지 걱정 반 호기심 반이다.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은 따로 따로 발전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의 경제 발전 역시 한계에 봉착할 거란 주장이 있다. 민주적으로 사회구성주체들의 의견이 반영이 되지 않기 때문에 평소에는 경찰과 군대를 동원해 불만을 잠재우지만 간헐적으로 불만이 폭발해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고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이나, 극심한 빈부격차로 인해 계층이동이 사실상 정체된 중국 국내 상황을 보면 거의 맞는 말인 것 같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만족한다면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역시 이 정도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