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ZINE

맥주 이야기 - OeTTINGER Hefeweiβ 본문

잡담끄적끄적

맥주 이야기 - OeTTINGER Hefeweiβ

thezine 2009. 3. 3. 17:08

OeTTINGER Hefeweiβ


 기네스(Guinness) 맥주 같은 수입맥주는 가격이 비싸고, 강남역의 더블린이나 직접 양조한 맥주를 판매하는 가게들은 가격도 비쌀 뿐더러 일부러 가기도 번거롭다. 유럽식 맥주를 마시려면 결국 대형 마트가 최고. 여기에 한층 까탈스런 티를 내자면, 시내의 양조맥주집 다수는 맥주 제조법을 전수한 마이스터가 계속 근무하지 않고 잠시 기술을 전수해주고 비전문가가 비슷하게 제조하는 방식이라서 제맛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여기서 마이스터라 함은 독일에서 맥주 양조법으로 학위를 취득한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측)

 그러다 알게 된 외팅어(Oettinger) 맥주. 사진 속의 맥주다. 이마트에 가면 같은 상표에 노란 캔과 검은 캔이 있는데 검은 캔은 내 기억으로 도수가 10%에 육박하는 꽤 센 맥주였다.(이렇게 알콜 도수가 높은 맥주는 처음! 못 먹겠더라.-_-) 내 입맛에는 노란캔에 든 이 녀석이 딱이다.

 호가든(Hoegaarden) 맥주와 외팅어 맥주 모두 밀과 보리를 원료로 만들었고 맛과 색깔이 비슷하다. 대신 호가든이 유명한 만큼 비싼 대신, 외팅어 맥주는 최근에 환율이 많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에서 큰 캔이 2800원 정도. (전에는 천원대 중반이었다고도 함.)


백수들이 좋아하는 맥주, 벡스!


 호기심이 생겨서 알아보니 외팅어 맥주는 독일의 소규모 맥주 업체였다고 한다. 가족이 경영하는 영세한 규모의 업체였는데, 우수한 품질과 낮은 가격으로 독일에서 4위 정도의 업체로 성장했다. 일체의 광고를 하지 않고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제품을 배송하기 때문에 경쟁사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공급이 가능하다. 크롬바커, 벡스 같은 독일의 기존 맥주 업체들은 처음에 외팅어의 등장을 우습게 보았다고 함.

 이게 나름 혁신적인 마케팅(?)이었는지, '외팅어'로 검색해보면 경영학과 학생들이 등록했음직한 보고서 링크들이 몇 개 나온다. (요즘은 검색엔진의 검색결과에 관련 정보가 안나오고 온통 뭘 사라는 홈쇼핑 사이트 아니면 학교 보고서 유료 다운로드 사이트들 뿐이다.)



사진 참 예술로 찍었다. 추르릅.. 침 나온다. 크롬바커도 물론 좋은 맥주!





 광고에 헛돈 쓰지 않고, 다른 데 쓰는 돈을 아껴서 저렴하게 양질의 상품을 공급한다는 것, 실현만 된다면 아주 이상적이지만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나마 이런 브랜드도 있긴 있다는 점 정도가 그나마 다행이랄까.


 언젠가 기회가 되면 독일에서 외팅어 병맥주도 한 번 맛보고 싶다. 맥주는 이동거리가 길어질수록 맛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양조장 가까이는 못가보더라도 물 건너지 않은 현지의 맛은 다르긴 다를 거다. 요즘 우리나라 술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사히 생맥주도 일본에서 마시는 것과 맛이 다르다는 의견이 많다. 맥주도 와인처럼 이동/보관상태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건 사실인 것 같다.("내가 일본에서 마실 땐 말이지~"하는 식의 설레발이가 아니라)


 그나저나 우리나라에서도 OB맥주가 호가든맥주를 라이센스 생산한다고 한다. 효모인가, 원료를 들여와서 생산한다는데 그래도 수입산과 맛이 같지는 않아서 '오가든'이라고 불린다. 외국에서 한국 음식을 먹으면 비슷하면서도 어딘가 부족한 것처럼, 외국 음식 역시 땅과 공기와 물과 재료가 다르면 맛도 미묘하게 다를 것이다. 호가든을 라이센스 생산해서 더 싸게 공급하면 그것도 좋겠지만 그보다는 한국 맥주 업체도 이제 슬슬 눈이 높아질대로 높아진 소비자 수준에 맞춰서 맛에 더 신경을 쓴 제품을 만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