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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2일 폭우로 한강변이 물에 잠긴 날

thezine 2009. 7. 18. 21:30

 지난 주 일요일,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늘 같은 곳에서 같은 구도로(기껏해야 좌우로 방향을 바꾸는 정도) 찍다보니 내가 찍는 한강 사진은 너무 단조롭다. 그런데 이날처럼 비가 많이 온 모습을 확인하기에는 편리한 점도 있다. ^^


오전 11시 14분

 낚시꾼의 파라솔이 보인다. 평소라면 해를 가리려고 쓰겠지만 이날은 비를 피하려고 쓰는 것 같다. 사진에 보이는 강변북로(잠실방향)의 교각 중간의 숫자가 수면 위로 2~3미터 위에 보인다.

오전 11시14분

 위 사진과 같은 시간에 찍은 사진이다. 강변북로에서 잠실방향으로 달리는 차들이 보인다. 그 위로는 여의도로 연결된 원효대교가 보인다. 달리는 차들이 일으키는 물보라가 차 높이 만큼 튀어오른다.

오전 11시 21분

 수위가 올라오기 전 강변공원의 모습이 잘 나와있다. 주말이면 자전거, 운동하는 사람을 수없이 볼 수 있는 곳이다. (이 동네에 이사온 후로 저 코스를 뛴 적은 한 번도 없다. 반성중!) 도로처럼 포장된 길이 있고 그 옆에는 핑크색으로 우레탄인 듯한 재료로 길이 나있다.

오전 11시 21분

 강 건너편 63빌딩이 마치 산봉우리처럼 구름에 감겨있다. 이 날만큼은 63빌딩이 아니라 63봉이라고 부르고 싶었다.

오전 11시 22분

 평소에 시선이 잘 가지 않는 방향으로 사진을 찍어봤다. 멀리 국회의사당과 마포대교가 보인다.

오전 11시 22분

 맞은 편에 여의도의 유명 빌딩들이 보인다. 유명하다기보다, 여의도의 금융회사들이 밀집한 곳이다. 그리 높은 빌딩들도 아닌데 꼭대기가 구름에 가려있다.

오전 11시 22분

 원효대교, 그리고 그 뒤로 한강철교의 구조물이 보인다. 그리고 저 멀리 노량진? 상도동? 같은 동네의 아파트가 역시 구름 속에 희미하게 보인다.

오전 11시 23분

 베란다 난간에 매달린 저 화분에는 처음에는 메마른 흙만 가득 있었다. 그런데 어디서 씨앗이 날아든 건지, 들풀, 잡풀이 뿌리를 내려 저렇게 화분 가득하게 자랐다. 뿌린 이도, 가꾸는 이도 없지만 하늘에서 내리는 햇빛과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만으로도 저렇게 자라나서, 지금은 삽으로 뒤엎어도 살아남을 것 같은 모습으로 무성하다. 화초 씨앗을 심었다면 저렇게 잘 자랄 수 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오후 1시 26분

 다시 한강변 공원의 모습이다. 사진 오른쪽에 물 위로 보이는 산책로(핑크색)의 낮은 부분인 왼쪽 부분은 이미 물에 잠겨있다. 위에 1, 3번째 사진과 비교해보면 시멘트 난간도 물에 잠긴 걸 알 수 있다. 강변북로 교각의 중간에 새겨진 숫자와 수면까지 거리도 더 짧아졌다. 낚시꾼 아저씨는 의자만 조금 뒤로 물러난 채로 여전히 낚시를 즐기고 있다.

오후 3시 36분

 물이 조금 더 불어나서 자전거도로도 이제 보이지 않는다. 조그맣게 사람이 보이는 곳 뒤로 비탈길이 강변북로(일산방향, 사진 맨 아래부분에 차들이 달리는 도로)이어지기 때문에 비 때문에 물이 서서히 불어난다고 해도 그렇게 위험하진 않아보인다.

 한강 중간에 보이는 건 유람선 2척인데, 아마 물이 불면서 강둑이나 다른 구조물에 부딪힐까봐 일렬로 연결해서 강 중간에 띄워놓은 것 같다. 한 가지 궁금했던 건 저 배들은 원효대교에 연결을 했을지, 아니면 닻을 내렸을지 하는 점.

오후 4시 23분

 강변 공원의 평지 부분은 이미 다 물에 잠겼고 낚시꾼 아저씨는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듯 하다. 강변북로 기둥을 보면 물이 불기 전에 비해서 물 위로 나온 부분이 원래보다 1/3~2/5 정도 줄어들었다.

오후 4시 47분

 강변북로 교각 중간에 새겨진 숫자 바로 아래까지 물이 불어났다. 비탈진 곳을 제외하고 모두 물에 잠겼고 나무들도 뿌리부분은 물 속에 잠겨있다. 그런데 떠내려온 온갖 쓰레기들이 이곳에 가득 떠있다.

 생각 같아서는 이렇게 떠있을 때 뜰채로 전부 건져내고 싶었다. 이대로 물이 빠지면 쓰레기들은 그대로 땅 위에 지저분하게 널려있을텐데 물에 떠있을 땐 청소하기가 더 쉬울 것 같기 때문. 해상 쓰레기의 일부는 어민들이 유기한 어업용품들이지만 그보다는 강을 통해 떠내려온 생활쓰레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한다.

 한강 하류, 혹은 한강 상하류에 골고루 2~3군데에 부유쓰레기를 수거하는 설비를 설치하면 많지 않은 비용으로 쓰레기를 많이 줄일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오후 5시 15분

 물이 어느 순간에 확 불어나지는 않지만 하루 종일 창가에서 쳐다보고 있으니 시간이 갈수록 물이 불어나는 게 보인다.(할 일 없이 창가에 붙어있을 수는 없고, 창가의 테이블에서 컴퓨터를 하고 책을 읽으면서 중간 중간에 사진을 찍었다.)

 쓰레기도 수면에 엄청나게 떠있고 수위는 비탈길 아랫부분을 덮을 정도다. 비탈길은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사진 중간 부분에서 왼쪽으로 오르막길이 도로까지 이어져있다.

오후 6시 21분

  더 클로즈업한 사진에 보면 쓰레기가 많다는 게 보인다. 강변북로 교각의 잠긴 모습을 보면 그 위로 차들이 안전하게 고속으로 달리는 상황이 아슬아슬해보인다.

저녁 7시 50분

 바로 윗 사진하고 비슷한 사진인데 부유 쓰레기가 적나라하게 보여서 포함시켰다. 물에 뜨는 쓰레기, 뜨지 않는 쓰레기, 모두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 같다. 누가 이렇게 쓰레기를 버리는 걸까? 기본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의 행동이 모이고 모여 엄청난 양을 이룬다.

 낙동강이 밤이면 가끔 폐수 방류 때문에 역한 냄새가 난다는데, 어떻게든 삽질하고 공구리 칠 생각만 하지 말고 현실적인 환경대책을 만드는 똑똑한 정부를 보고 싶다. 

저녁 9시 4분

 이곳이 진정 한강변 공원이었단 말인가... ^^; 강변의 평지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몇 그루 나무 윗둥만 아슬아슬하게 고개를 내밀고 숨을 쉬고 있다. 저 쓰레기들은 물이 빠지면서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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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 늦게 비는 그쳤지만 팔당댐에서 방류한 물이 수위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자기 전에 본 수위보다 아침에 출근 전 본 수위가 조금 더 높았던 것 같다. 물이 빠지는 과정은 보지 못했지만 몇 사람이 청소하는 모습은 봤다.

 그 몇 사람들의 수고 덕분인지, 지금 한강 공원은 원래 모습을 상당 부분 되찾았다. 자전거 도로, 보행통로는 깨끗해졌지만 풀이 있던 부분은 태풍이 지나간 풀밭처럼 풀들이 쓰러져있다.

 아직 장마는 끝나지 않았다. 지금도 창밖으로는 비가 내리고 있다. 사진을 찍은 지난 일요일이나 오늘 낮에 내리던 큰비(호우豪雨라고도 하지만 '큰비'란 뜻)에 비하면 지금 내리는 비는 가랑비처럼 보인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라 빗발이 잘 보이지 않을 땐 지나가는 차들의 와이퍼가 움직이는지, 혹은 도로변에 고인 물에 물방울 튀는지를 보곤 한다. 밤에 도로를 달리는 차들을 보고 있자니 나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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