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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출일기

여름

thezine 2014. 12. 16. 00:47



늘 여름이고 1년에 세 번 농사를 짓는 이 나라 사람이 나고 자라서 말을 배울 때, 아마 초등학생쯤, 다른 나라에 계절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처음 배울 땐 그게 무슨 뜻인지 아리송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여기는 눅눅함이 곳곳에 배어있다. 오래된 건물들에는 비와 습기 속에 살아가기 위한 동남아 특유의 긴 처마가 자주 눈에 띈다. 울창한 나무와 곳곳을 덮은 이끼, 살 곳이 많아 수가 많아진 벌레들과, 그 벌레를 먹고 사는 새와 도마뱀들. 심지어 이곳을 즐겨찾는 호주사람들도 발리의 풍경의 일부다.

푹 쩔어서 이리저리 다니다보면 기운이 쭉쭉 빠지는 듯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적응 해버리면 그만인 듯하다. 아이 둘을 데리고 젖병과 온수까지 챙겨 다니는 여행이 고되지 않을 수 없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종종 피곤에 지쳐 눈빛이 멍해지는 아이에게 더 고된 일정이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도 문득 문득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존재들과 함께 하는 이 가족이라는 이름의 공동체가... 내가 이룬 것들이라는 생각에 뿌듯해질 때가 있다.

돌아가는 길은 더욱 길어 더욱 더 지치곤 하겠지만, 처음 출발할 때 엄두가 나지 않던 기분은 다 잊었다. 가족과 함께 어디든 같이 간다는 것이 축복이고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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