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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역사 박물관 견학기

thezine 2015. 8. 24. 00:07

6월에 오랜만에 홍콩에, 그것도 관광으로 갔다. 그 전에는 간 김에 놀러다닌 건 있어도 놀러 간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어쨌든 몇 번 가본 곳이라서 유명한 곳들은 틈틈이 섭렵을 한 터라 안 가본 곳을 가보자 하며 찾은 곳 중 하나가 박물관. 위치는 침사추이에서 걸어서 슬슬 가면 될 거리. 물론 6월이니 홍콩 날씨는 작살나게 덥고 눅눅했지만 박물관 안은, 홍콩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시원하다.


준비 없이 간 여행에선 뭐니뭐니 해도 구글이 최고...배터리, 보조 배터리로도 모자라서 호텔방에 있는 특이한 물건 (핸드폰하고 똑같이 생겼는데 3G 인터넷 무료라서 구글 검색에 활용)도 배터리가 닳도록 검색을 하면서 돌아다녔다.


구글 검색으로 보니 박물관 후기 중에 하나가 '4시간 정도 보면 적당할 것 같다. 난 바빠서 2시간에 봤다'는 내용이었다. 나름 설명 문구를 대부분 읽어가면서 봤는데 딱 4시간 걸린 것 같다. 물론 박물관 안 좋아하는 사람은 1시간이면 볼 수도 있겠지만.


들어가면 인류의 발자국이 닿기 전, 홍콩이라는 땅이 처음 탄생했을 무렵부터 시간 순서대로 홍콩의 역사를 보여준다.



처음엔 홍콩이 이런 곳이었을 거라고...


땅 위는 이렇고


물 속은 이렇고


바닷가는 이랬을 것이고


민물이 흐르는 곳은 이랬을 것이라고.... 하는데 그런가보다 해야지


그러다 지표의 융기와 침하도 일어났을 것이고


바다에는 수 많은 조개들도 있었을 것이고

좀 더 큰 조개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 역사 시대로 넘어오면서부터 더 많은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처음 접하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지만, 관심이 가는 내용만 사진으로 남겼다. 사진은 흔들렸고 기억은 잘 나지 않는데, 아무튼, 홍콩은 중국의 영토에서도 저 아래 쪽의 변방이었겠으나, 나름 주강 하구인 데다가 바다로 나가는 길목이어서 아무 존재감 없는 장소는 아니었던 것 같다. 대만이나, 상해나, 청도나.. 식민지든, 조차지든, 뭔가 외세의 침략도 당하고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찰랑거리는 파도라도 맞았다 하는 곳들이라면 지리적으로 뭐라도 사람들이 주목할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지금 홍콩 공항이 있는 란타우 섬. 이곳이 옛날에는 몰래 숨어서 소금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었고, 이에 화난 관리들이 란타우 섬에 있는 사람들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탈세범들이니 죽여버리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지금 사는 세상이 문제가 많긴 하지만, 옛날에 비하면 그래도 엄청난 진보를 이루어낸 건 분명하다. 소금 좀 만들어 먹고 좀 팔기도 했기로소니 그 동네 애까지 다 죽여버리라고 했던 시절에 비하면 말이지.


초기 정착자들은 내륙에서 먹고 살기 힘들어서 대안을 찾아 떠나온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들 중에서도 결국은 누군가는 더 잘 살고 더 많은 것을 가지기 마련. 홍콩에도 몇 몇 가문이 그러했다고 함. 저기 이름이 나온 가문들, 지금도 잘 먹고 잘 사는 가문이 있는지 조사해보고 싶었는데 아직 못 해봤다.




내가 왜 사진을 이렇게 찍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잘라 쓰려고 했는지 이상하게 찍었네. 아무튼 지역의 경계를 표시하려고 세운 돌이라고 한다. 관리 출신인 어떤 부자(어느 나라나 그렇겠지만 동양에선 특히 관리 출신들이 돈을 많이 모았던 것 같다. 권력과 정보를 쥐고...  인천 국제 공항이 처음 기획될 때도 땅 팔아서 돈 번 사람은 타지 사람이 더 많지 않았을까.)가 자기 땅을 표시하면서 세운 비석인 듯 하다. (기억이 가물가물) 말하자면 서초구에서 관악구까지 돌 몇 개 세워놓고 여기가 다 내 땅이라고 표시해놓는... 그런 사람들이 있었던 거지.






그런가 하면 위에 사진 세 장은 남송이라는 나라가 몽고 군대에 쫓겨나면서 소년 황제가 머물렀던 곳을 표시한 바위다. 결국 남송은 멸망했고, 저 바위는 나중에 일본군이 홍콩을 점령하면서 자리가 옮겨졌다가 카이탁 국제공항을 만들 때 훼손되었다고 한다. 망한 나라의 망한 황제의 마지막 거처를 표시한 바위가 그렇게 끝을 맞이한 듯. 그림이지만 앳된 얼굴이 선한데, 망한 나라의 뒤를 이은 망한 나라의 진짜 마지막을 맞이한 사람. 그래도 황제였으니 불쌍하다는 생각은 안 드네.







위 사진 몇장은 청나라가 영국 군대의 침략에 나름 반항하면서 만든 흔적들이다. 지금은 전혀 저런 느낌도 없이 공원이 되어버렸고 공원 이름만 구룡성채공원으로 불리고 있는 듯 하다. 가보려다가 시간도 없고 가도 남은 건 없을 듯 해서 못가봤네. 다음에 기회되면 가보고 싶긴 하다. 남은 게 거의 없어도 뭔가는 남아있기 마련이고, 그런 데서 역사의 무상함을 느끼는 게... 나의 취미.




이 사진은 전에 따로 사진만 올리려고 찍은 사진. 홍콩은 나름 다민족이 어울린 곳. 아주 오래전부터 자리 잡고 살던 사람들, 비교적 늦게 홍콩으로 이주하면서 안 좋은 땅(경작도 어렵고 살기도 불편한)에 정착해야 했던 사람들, 수상생활을 했던 사람들 등등.


아편 전쟁의 시발점이 된 사건. 영국 상선이 싣고 온 아편을 바다에 버렸다고 하는데 그냥 풍덩 갖다 버린 게 아니고 이렇게 물에 녹여서 버렸다고 한다. 바닷물이 드나드는 도크 같은 시설을 만들어서 여기에 줄지어 인부들이 엄청난 양의 아편을 부어 버렸다고 한다. 설명문구를 찍지 않아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아편 자체가 어떤 전용 용기에 담겨서 수입되었는데, 그걸 깨고 꺼내고 뭐. 이런 손질을 한 후에 버렸던 것 같다. 그리고 레드 카페트 밟고 올라가서 그걸 감독했을 단상까지... 황비홍의 한 장면 같다.


 그 근방 일대의 물고기들이 아편에 취해서 헤롱대진 않았을까... 그거 잡아먹고 사람도 같이 헤롱대지 않았을까... (나만 이런 상상을 하고 궁금함을 가진 건 아니겠지? 보스턴 차 사건 때는 바다에서 홍차 냄새가 진동을 했으려나.)



이건 이번 홍콩 박물관에서 알게 된 나름 신선하고(?) 재밌는 사실. 홍콩에 이 많은 땅이 모두 간척지라고 한다. 시기적으로 다른 시기에 간척이 된 차이는 있는데, 아무튼 진한 파란색이 바다고 살구색이 원래 땅이고 나머지 하늘색, 자주색, 초록색은 모두 간척지다. 땅값이 비싸고 산지가 많아 개발이 어려운 홍콩의 현실에서 당연한 선택이었을지 모르겠다. 홍콩이 바닷가 동네 치고는 해수욕장 보기 힘든 것도 이것 때문인 것 같다.


 덧붙이자면... 오른쪽에 하늘색 간척지 바다로 쑥 나온 곳은 옛날 홍콩 공항이 있었던 곳이다. 지금은 정확히는 뭐 하는 땅인지 모르겠지만 구글지도에서 보면 '활주로 공원' 같은 게 있다. 그리고 그 하늘색 간척지가 시작되는 곳 부근이 아마도 저 위에 남송 마지막 소년 황제의 거주지를 표시한 바위가 있던 곳이겠지.




박물관 전시물 끝무렵에 가면 홍콩의 가게들을 업종별로 전시해놓았다. 실제로 몇 십년 영업을 하다 문을 닫는 가게에서 가게 주인의 협조로 (기증?) 가게 물건들을 그대로 옮겨다 놓았다고 한다.


화양연화, 색계에서 보았을 듯 한 느낌의 홍콩 구 시가지...


그 옛날에도 부잣집 애들은 따로 과외를 받았다. 이 자리에 가면 실제로 고전을 낭독하고 제자가 따라 읽는 테이프를 틀어준다. (아... 습관적으로 나오는 표현. 요즘은 테이프가 아니라 음성 파일이겠지.)





사진으로 담지 않은 것들이 훨씬 많지만 내가 보면서 뭔가 할 말이 한 줄이라도 있는 것들만 위주로 찍었다. 여행을 가서 사진을 찍다 보면 인터넷에 올릴 때 무슨 말을 적을지 이미 어느 정도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런 이야기가 떠오르는 장면이기 때문에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사진을 찍는 것이기도 하고.


공룡화석 같은 자연사적 유산도 없고, 신라금관 같은 훌륭한 예술 작품도 없고, 다만 땅과 사람들의 살아간 이야기만 담겨 있어도,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내느냐에 따라서 충분히 매력적인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다. 박물관에 가는 일이 재미없다면, 보는 사람이 관심이 없어서도 이유겠지만, 재미없게 전시를 해놓은 탓도 있을 수 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에르미타쥬 박물관은 되는 대로 아무렇게나 전시한 것 같아도 워낙 대작 그림들이 넘쳐나게 걸려 있어서 그닥 훌륭하지 않은 큐레이터가 오더라도 컨텐츠로 가득 채울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고 재미있게 구성했는지에 따라 박물관은 훨씬 더 재미있는 장소가 될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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