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ZINE
원 룸 본문
작은 엘리베이터와 좁은 계단실과 한 층에 한 방씩만 있는 구조가 눈에 들어오듯 그려진다. 방은 클 수가 없지만, 건물 구조 상, 삼면이 창으로 되어 더할 나위없이 탁 트인 공간일 것 같다. 옆으로는 하루에도 잊을 만할 때마다 한번씩 기차가 지나다니는 곳.
자취방이라는 공간은 구질구질함과 낭만, 칙칙함과 아늑함의 경계선에 있는 곳이다. 뭐 하나만 부족해도, 둘 중 나쁜 쪽으로 쏠리기 마련. 만약 지금의 내가 어쩔 수 없이 저런 공간에서 산다면 딱하다는 소릴 들을지도 모르지.
그래도 자취방 하면 문득 떠오르는 내 이십대 끝자락의 자유로움, 문득 그리워진다. 원룸의 그 작은 냉장고가 그렇듯이, 그 곳을 채우는 데는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았다.
약속 없는 휴일, 아침에는 늦잠, 오후에는 빨래와 청소. 그리고는 친구 자취방에서 업어온 소파에 앉아 오래된 스피커로 노래를 들었네.
창문 건너편은 유치원 꼭대기층이었는데 내가 집에 있을 때면 아이들이 유치원에 있을 시간이 아니었으니 아이들의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지금은, 나의 휴일을 가득 채우는 아이들의 존재감. 늦잠을 잘라치면 아빠 눈 감지마~ 하며 잠을 깨우지.
저기 사는 사람들이 어떤지 아는 바 없지만 불쑥 나홀로 솟은 원룸건물을 보면 자취시절 생각이 나곤한다.
그것도 출근할 때만 보게되는 저 건물을 볼 때마다.
로또 당첨되면(평소 사지도 않으면서 상상은 해본다) 저런 방 하나 얻어서 컴퓨터, 작은 냉장고, 작은 책상, 스피커를 놓고 휴식공간으로 쓰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