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서평&예술평 (111)
theZINE
니얼 퍼거슨...이라는 사람의 훨씬 두꺼운 책 '문명'인가 하는 책을 사놓고 아직도 읽지 않았다. 이 책은 훠~얼씬 얇고 내용은 적다. 라디오 강연(?) 모음 성격의 책이라 읽기 쉽고 군데 군데 끊어읽기 좋다. 무슨 요약본 쓰듯이 챕터마다 내용 요약을 하는 편리한 구성이다. 처음에 이 책을 펴고 좀 짜증도 났다. 분량이 적은 점을 커버하려고 글자도 키우고 줄간격도 띄우고 하드커버까지 씌우고... 그렇게 해서라도 1.5만원을 꼭 받아야 했던 건지 어떤 건지... 아무튼 그 부분이 짜증났던 책. '시크릿'이나 '밀리언달러티켓'같은 사기성 제본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어쨌거나 사기성제본 내가 본 책 중에 worst no.3다. 제본으로 장난 치는 거에 대해서는 여기까지 하고... 저자의 예전 책에서 서구문명이, ..
얼마전에 출판사의 베스트셀러 조작 사건으로 작가가 절판을 선언한 책이다. 나도 온라인서점의 리스트를 보고 골랐으니 나도 낚인 셈이다. 책장사 최악의 불황이라는데 언발에 오줌눈 격이 됐다. 어쨌든 절판이라면, 본의 아니게 한정본이 된 걸 수도 있겠다. 처음에 시작하며 보니 기나길었던 조선시대 어느 시절이려니 했는데 조선시대가 끝나갈 무렵이 배경이다. 작가는 당시 '전기수'라는 직업 이야기꾼을 통해서 맥이 끊긴 이 땅의 이야기하기의 전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재미있어서, 막상 손에 잡은 뒤론 쉬이 읽어내려갔는데 책 끝머리 작가의 변이 더 재밌었다. 이 소설은 배경이 배경이니만큼 실제 사건을 차용한 부분이 많은데, 그렇지 않았더라도 소설은 신문만큼이나 실제 현실을 현실적으로 담아내는 장르라는 생각이 든다.
신경숙의 소설을 읽어본 적은 없고, 인기 드라마 원작자라는 점만 알고 책을 펼쳐 들었다. 나이는 많아도 소녀 감성의 글이 아닐까 생각을 했는데 예상 대로다. 꼭지 별로 짧게 짧게 구성된, 단편소설보다도 짧은 글들로 묶여 있는 형식의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이 생각났다. 그 책은 소설이 아니라, 소설가 무라카미의 일상 속의 잡담을 모아 엮은 책이고, 이 책은 짧긴 짧을 망정 '소설'로 쓴 글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어쨌거나 신문이나 잡지에 연재되던 글이라는 점, 작가가 일상 속에서 떠오른 생각들로 가볍게 시작해서 마무리한 글들이라는 점이 비슷하다. 이런 글을 읽을 때면 지난 번에도 그랬지만, 어떻게 말하면 명성에 기대어 참 쉽게 대충 쓰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짧은 글..
TIME에서 여러 페이지를 할애해서 소개를 했기에 진작부터 관심은 있었지만, 일요일 저녁 황금 같은 개인시간이 생겼을 때 딱 하나 볼 영화로 고르기엔 망설여졌었다. 결과는 예상과 대충 비슷... 잘 만든 영화가 있고, 가슴을 울리는 영화가 있는데 잘 만든 영화인 건 맞는데 즐겁던지 슬프던지 아름답던지 하는 것들과는 거리가 있다. 장애인 역할을 할 때는 실제로 걷지도 않을 정도로 배역에 푹 빠진다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나 주연 못지 않게 칭찬(?)을 받은 주인공 부인 역할 전문 샐리 필드나, 이 정도 영화 아니면 연출엔 관심이 없는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나 하나 하나 '잘 만든' 영화의 보증수표들. 어쩌면 감동 받고 싶은 마음만 있지 그럴 여유가 없어서 그런 걸 수도 있다. 바쁘고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
오랜만에 읽는 일본 소설....은 아니구나.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읽고 있는 다른 책도 있긴 하다. 그 책은 언제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책의 무게감이 많이 달라서이기도 하다. 이 책은 두께는 제법 되지만 종이질도 얇지 않고 페이지가 넘어가는 속도도 빨라서 생각보다 단 시간에 읽을 수 있었다. 내용을 알기 전에 표지 그림 따윈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책 속에 등장하는 낡은 잡화점에 대해 어린 시절 초등학교 앞 구멍가게를 떠올리곤 했는데, 책을 다 읽고 표지를 보니 일본 잡화점은 이렇게 생겼을까? 문득 궁금해지네. 내용은... 설명하기 애매하다. 어디까지 설명해야 스포일러가 아닐 수 있을까? 나미야 잡화점에서 익명의 고민들을 상담해주는데 그 고민 상담 서비스가 시공을 초월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매개가..
밤샘하는 사람들(Nighthawks)...이라는 제목, Edward Hopper 작. 누군가와 함께 밤을 새는 것은 즐겁고 고독한 일. 거리에 인적이 없는데도 불 켜진 어딘가 갈 곳이 있다면 기분 좋을듯. 구글신에게 화가 이름으로 찾아달라고 하면 외로운 느낌이 가득한 그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회사 독서동호회에서 내가 책을 고를 차례여서 고른 책이다. 서점에서 책 고르는 재미는 온라인서점에 비할 바 아니지만 몸이 게으르니 이럴 때 하던 대로 온라인 서점 인문 코너 추천 도서 부근을 클릭하다 찾은 책이다. 이 책은 조선의 해방 이후 한반도에 살고 있던 수백만의 일본인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언젠가부터 역사 논픽션에 끌린다... 이미 오래된 듯. 롬멜 전기 고를 때부턴가... 취향 고정이 너무 심한 듯ㅎㅎ)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해방 이후 일본인들이 본토로 귀환하면서 겪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겨난 해방 조선의 상황을 그린 책이다. 짐을 꾸려 열차에 몸을 싣는 모습이 딱... 피난민이다. 조선총독부 건물은 당시 최고의 자재로 지어졌다고 한다. 조선을 영구적인 식민지로 만들 계획이었기 때문이라고..
누군가가 유명해지면 뜬금없이 위인전 비슷한 책들이 쏟아져나오곤 한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선출되었을 때도 어린이를 위한 만화 위인전, 어른들을 위한 성공담 스타일의 책 따위가 서점 앞에 쌓여있곤 했다. 이 책도 혹시 그런 부류가 아닐까 해서 잘 보니 그런 건 아니고, 폴 스미스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정리만 해준 것 같다. 폴 스미스 본인은 난독증이 있어서 글을 쓰거나 읽는 일은 별로 하지 않는 것 같다. (포스트잇에 메모하는 건 즐겨 한다고 함.) 이 책은 A~Z 알파벳 순서대로 폴 스미스가 생각나는 키워드(ex. FASHION, JAPAN...)를 중심으로 짧게 언급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폴 스미스가 직접 찍은 사진 상당수를 포함해서 다양한 사진들이 나온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페이지..
시나리오를 즐겨읽는다고, 무라카미가 20년 전쯤 끄적인 글을 읽다 문득 궁금한 마음이 들었는데, 운 좋게도 몇 권을 빌릴 수 있었다. 애 보랴, 명절 쇠랴 정신이 없다가 이제서야 조금 읽고 있다. 초중고 교과서에서도 희곡이란 걸 다루었다는 기억은 나지만 이제와서, 나도 알고 있거나 본 영화의 시나리오를 읽으니 재밌고 신기하다. 장르의 특성상 짧은 여러 개의 씬으로 구성되어 있고, 대사와 장면을 묘사하는 글로 나뉘어 있는 것 같다. 이제 몇 장 넘겨본 정도라는 점은 감안하시라. 어떤 대본은 나름 표지도 따로 제본이 되어있고, 어떤 건 그냥 서류집게로 묶여있다! 영화를 전제로 쓴 글이라 당연한 거지만, 이어지고 짜임새있는 짧은 장면들이 무수히 모여 큰 그림 하나를 이루고 있다. 또 각 장면들은 아마 필자가 ..
4월쯤 이촌동 국립중앙박물관에 갔었다. 용산미군기지 메인포스트와 사우스포스트 사이를 가르는 길에 있는 전쟁기념관과 착각하고 그 길로 갔다가 다시 턴해서 가는 해프닝 끝에 도착. 그 오랜 옛날 경복궁 앞에 자리했던 중앙청에 중앙박물관이 있던 시절에는 두껍고 묵직하고 어두운 느낌이었는데, 지금의 중앙박물관은 여러 면에서 그보다 훨씬 쾌적하다. 가까이 있는데도, 돈이 그닥 드는 것도 아닌데도 잘 가지 않게 되다니, 참 게으르게 살고 있는 것 같단 생각이 갑자기 들면서 뭔가 시간이 아깝고 억울한 느낌? 오랜만에 올라온 초등학생 조카들을 데리고 간 건데, 크게 기대는 안 했지만 역시나 조카들은 박물관 유물 따위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초등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건 커다란 거북선 모형이라던지, 뭐 그런 거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