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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9356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thezine 2008. 7. 12.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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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를 처음 접하니 우선은 충격이었고 둘째로는 어째 한국은 조용할 날이 없는가 하는 의문이었다. 조선이 망하고 일제의 지배를 받고 해방이 되는가 싶더니 38선이 그어지고 전쟁이 터지더니 휴전 후에도 건국 이래 오만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았던 우리나라.

 그 중에 상당 부분은 북한과 관련이 있다. 북한이 직접 관련이 되어있지 않았어도 북한의 존재 자체가 영향을 미치는 일도 많았다. 예를 들면 독재 정권이 간첩 사건을 조작해서 민주인사들을 죽일 수 있었던 것도 북한이라는 좋은 핑계거리가 있었던 덕분이다. 실로 독재 정권은 북한에 감사해야 할 점이 한 둘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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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가 일어난 곳은 한국의 사법권이 미치지 못하는 금강산 관광지다. 사정을 알고 있을 망자는 이제 말을 할 수 없다. 사건은 인적이 거의 없을 새벽에 일어났다. 상대방은 '은둔자의 왕국'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북한 정권이다. 사건이 깨끗하게 해결되기란 지극히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몇 해 전, 영국에서 유학 중이던 한국인 남학생이 무참히 살해당한 사건이 있었다. 영국 경찰은 교통 사고로 위장하고 사건을 덮으려 했지만 죽은 학생의 아버지가 생계를 포기하고 진상을 밝히는 데에 매달렸다. 주영 한국 대사관은 영국 경찰의 편을 들며 덮어두려고만 했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국경이라는 벽, 인종 차별이라는 벽, 국력 차이라는 벽 앞에서 진실은 덮혀져갔고 살인자들은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나름 선진국이라고 하는 영국에서도 동양인 외국인의 살인사건에 대해서는 지극히 무성의하게 진실을 은폐하려 했다. 하물며 '신뢰'를 돈으로 환산하면 최빈국이라 할 수 있는(실제로도 최빈국이지만) 북한의 발표 결과가 얼마나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질까. 더구나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들만 하더라도 명쾌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 북한 당국이 성실히 조사에 협조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어떻게든 나온 결론에 대해 남한 사람들이 얼마나 동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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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저 너머에



 결국은 불명확한 결과를 놓고 입장 차이에 따라서 달리 해석하며 정치적인 소재로 이용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온라인으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지만 생각이 어떻건 간에 확실한 이야기와 본인의 추측, 누군가의 주장은 모두 구분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경고를 무시하고 부주의하게 군사경계구역에 들어가서 정지 명령에 불응해 사격을 했다는 설명이 100% 사실이라 하더라도 시신이 식지도 않았을 망자를 놓고 '자업자득'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촛불시위를 하던 사람들은 왜 이런 일에는 가만히 있냐'는 사람들의 정신세계는 유치원을 한 번 더 다녀야 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까지 자세히 알려진 게 없으니 앞으로 뉴스 등 관련 정보가 많이 쏟아져나올 듯 하다. 조선일보에서 어떤 상상력을 발휘해서 이 사건을 촛불시위 참가자들 및 노무현 전 대통령과 연결시킬지도 궁금하다.(관련 없는 사안을 엮어내는 그들 능력의 탁월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