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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흉내 내다 곤경에 처한 대만 총통 마잉주 본문

시사매거진9356

이명박 흉내 내다 곤경에 처한 대만 총통 마잉주

thezine 2008. 6. 17. 13:17

 요즘은 어째 글만 썼다 하면 시사에 관련된 글이 되버린다. '시사매거진9356' 카테고리로만 글이 올라오게 되니, 마침 대만에 관련된 글이고 해서 '중국' 카테고리를 선택할까 하다가 그냥 시사 카테고리를 선택했다. 대만은 딱히 중국이 아니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중국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는 생각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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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 일보에 올라온 글

 딴지일보에 재미있는 글이 올라왔다. 한국에 살고 있는 대만 화교로서 이번 촛불시위를 보며 느낀 생각을 올린 글이다. (원래 글 보기 클릭)

 대만 여행을 다녀오면서, 그 전후해서 대만에 대한 책들을 읽으면서(대만-아름다운 섬, 슬픈 역사) 대만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이 글에 달린 댓글들을 읽으면서 또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딴지일보에 실린 원래 글은 길어보여도 막상 읽어보면 그리 길지 않다. 그래도 클릭 한 번 하는 게 은근히 귀찮은 법이니 나름 요약을 해서 그림으로 만들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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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약을 하다보니 원래 글의 느낌은 많이 줄어들었다. 원래 글에는 대만 신문의 스크랩 같은 자료 같은 것들도 있고 전체적으로 더 실감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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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 본문에 나온 사진

 본문에 나오는대로, 대만 사람들은 한류 열풍이니 뭐니 해도 경제만큼은 한국에 앞서있다고 자부했었다. 하지만 1인당 GDP가 한국에 추월당하게 되자 한국의 경제적 저력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두 나라는 비슷한 시기의 대통령 선거를 치르게 된다. 때마침 한국에서는 경제를 내세운 이명박 후보가 등장했고, 한국 경제를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를 이용해서 대만의 마잉주라는 총통 후보는 '마잉주=대만의 이명박, 이명박=대만의 마잉주'라고 홍보를 했다고 한다.

 그렇게 마잉주 후보가 대만 총통으로 당선되었고, 총통으로 취임한지 보름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명박은 쇠고기 정국을 맞아 총체적인 어려움을 겪고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을 맞는다. 이명박이 취임 100일 만에 나라를 국밥 말아먹듯 말아먹었다고 하는 비난을 받는 동안, 이제 겨우 취임 보름밖에 되지 않았는데 벤치마킹한 대상이 망하는 바람에 마잉주 총통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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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대만에 여행을 갔을 때 TV토론 프로그램에서 이명박(중국말로 '리밍보')과 747공약을 소개하던 장면을 보았다. 나는 이명박의 747 공약이 허술한 점이 많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토론 패널들은 '한국은 이렇게 주마가편(走馬加鞭)을 하고 있는데 우리도 위기 의식을 갖고 열심히 해야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었다. 마잉주의 633 공약은 성장율 6%, 실업률 3%, 국민소득 3만달러의 약자였는데 역시 이명박 747 공약을 따라한 정치적인 구호였다.
 
 우리나라도 미디어나 지도층 인사들은 인접 국가의 발전상에 대해 장점을 위주로 바라보며 내부적인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그런 면에서 당시 TV토론 패널들의 '오버'는 한 편으론 웃기지만 한 편으론 이해도 갔다.


 참고) 내가 생각하는 대만 사람들의 인식

 여행을 하면서 대만이란 나라와 대만 사람들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았지만 대만 사람들의 정치의식이나 국제 의식은 그렇게 높지 않다. (우리나라나 중국 본토처럼) 언론 보도에 따라 부화뇌동하기도 하고 인접 국가에 대한 혐오감정도 많다. 혐한 감정도 눈에 띄는 편인데, 이에 대해 한국이 대만에 대한 혐오감이 별로 없다는 점은 대만을 좋게 본다기보다는 그만큼 무관심하다는 뜻일 것이다.

 우리나라 인터넷 신문기사를 보면 중국과 일본을 싫어하는 댓글이 많은 것처럼 대만과 교류가 많을수록 혐오감을 표시하는 네티즌 역시 많아질 거라 생각한다. 다만 이제까지는 주로 한국의 한류 문화를 주로 대만에서 받아들이기만 하는 입장이었고 역사적인 배경 때문인지 한국을 많이 의식하는 대만의 특징 때문에 대만 일반인의 혐한 감정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

 대만 여행을 갔을 때 TV토론회에 이명박이 등장하고 747공약이 소개되는 걸 보고 신기하고 재밌었는데, 요즘 한국에서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이 10%를 하회하는 상황이다보니 '지금 대만의 상황은 어떨까', 마침 궁금했었다. 이명박을 모방한 구호를 내걸었던 마잉주는 지금 어떤 상황일까 궁금하던 차에 마침 이런 글이 등장해서 재밌게 읽었다.

 군인이던 시절 미군들과 이야기를 하거나 아니면 복학해서 한국에 온 교환학생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네들의 독특한 관점이 아주 흥미롭고 신선했다. 외국사람들은 현지인들이 당연히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서도 색다른 시각에서 해석하고 평가를 한다. 한국 사람이 잘 알지 못하는 대만의 자국 상황과 비교한 이 글도 그렇다.

 김대중 정권, 노무현 정권에 대한 평가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너무 극단적으로 나뉜다. 한나라당이 초래한 IMF 와중에 경제를 되살리고 IMF를 조기 졸업했으며 남북관계를 잘 관리해서 불안정을 막아 경제를 제 궤도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하는가 하면, 한나라당이 더 잘 했을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전 정권이 나라를 망쳐놓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국내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대만 사람이 봤을 때 한국은 지난 10년 동안 IMF라는 깊숙한 수렁에서 벗어났을 뿐 아니라, 멀쩡히 발전하던 대만마저 제쳐버린 나라였다. 주가지수, 성장율 같은 '지표'들이 그렇다. (물론 경제의 지표만 가지고 사람들의 삶의 질을 논할 수는 없다. 주가지수가 오르고 거시경제가 성장해도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는 세계화 때문에 중간 계층 이하의 삶은 더 팍팍해질 수도 있다. 지표를 절대적인 것으로 추앙해서는 안되지만 그렇다고 경제 지표라는 확실한 물증을 무시하는 것은 그보다 어리석다.)

 우리나라에서 평소에 듣는 바깥 소식이라곤 늘 미국과 유럽, 일본 같은 국가에 한정되곤 한다.  중국과 일본 다음으로 가까운 대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등잔 밑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반도체, LCD 등 산업구조 면에서 대만은 한국과 경제적으로 경쟁관계라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론 각각 중국과 북한이라는 멀고도 가까운 존재를 군사적으로 경계하면서도 원만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다.

 대만에 대한 책을 읽으려고 찾아보니 책이 많지 않았다. 그만큼 대만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는 뜻인 듯 하다. 대만 역사책을 읽으면서 우리와 비슷한 부분도 있고 연관된 부분도 군데 군데 눈에 띄었다. 이웃을 이해하는 것은 곧 우리 자신에 대해 이해하는 것과 상통한다. 대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좋은 책들도 더 많이 상대방 국가에 번역되어 소개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