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ZINE

친미의 반대말은 반미가 아니다 본문

시사매거진9356

친미의 반대말은 반미가 아니다

thezine 2008. 6. 28. 16:51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나라의 보수와 진보를 논할 때 사실상 한국에 진보는 극히 드물고 개혁성향 중도, 중도 보수, 그리고 극우파가 있다는 이야길 한 적이 있다. '자칭'보수라고 할 정도면 실제로는 극우성향이라고 봐도 큰 무리가 없다. 친미와 'not친미' 역시 그와 비슷한 인구분포를 보인다.

 우리나라에는 미국을 절대선과 동일시하는 친미(실제로는 미국을 숭배하는 崇미)가 있고 '미국이 천사는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not친미'가 있다. 그리고 소수의 반미주의자도 존재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not친미'는 곧 '반미'라고 매도되곤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보수 집회는 늘 성조기가 등장한다


 실제로는 '반미'가 아니라 'not친미'라는 주장은 시위현장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번 촛불집회에서 내내 주된 이슈는 현 정부의 퍼주기 협상을 철회하고 위험한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요구였다. 미국 국기를 태우거나 반미 구호를 외치거나 하는 장면은 볼 수 없었다.

 반면 촛불시위를 훼방하려는 자칭 보수 단체의 집회에는 늘 성조기가 등장하고 군복이 등장했다. 그 점에서 보수 단체 참가자들의 집회 참가 목적은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촛불시위 참가자들은 미국 쇠고기가 안전한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논쟁이 쟁점이었다. 하지만 보수 단체 집회 참가자들은 우리가 미국이 원하는대로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점에 주목해서 집회에  참가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듯, 미국 쇠고기가 안전하지 않다는 주장은 반미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이슈다. 미국에 대한 태도와는 별개의 중립적인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반미라고 인식하고 '아차하면 월남된다'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분들이 안타까운 이유다.



-=-=-=-=-=-=-=-=-=-=-=-=-=-=-=-=-=-=-=-=-=-=-=-=-



 미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미국은 그리 선한 국가는 아니었다. 미국의 건국 이래 미국 외교의 중심 노선은 '팽창주의'였다. 팽창주의를 중심으로 하는 대외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무력과 경제력으로 여러 나라를 피폐하게 만들었던 것은 '미국을 감정적으로 싫어하는 반미 분자'의 주장이 아니라 역사책의 한 페이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역사적으로 '추한 국가'가 미국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국주의 시절의 강대국 대부분은 자국의 이익, 정확하게는 자국의 중상(重商)계층의 이익을 위해서 많은 해악을 끼쳤었고, 미국만이 유난히 비도덕적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 다만 우리나라의 숭미 극우주의자들은 이런 주장만으로도 충분히 '불경스럽다'고 느낄 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요점은 이거다. 미국을 특별히 악한 국가라고까진 안하더라도 최소한 '절대선'은 아니라는 것, '천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호주의 反-Bush 시위

 미국이 특유의 문제점을 안고 있었지만 현재처럼 미국의 국제 정치를 비난하게 된 것은 아들 Bush 행정부가 등장한 이후부터다. 진보주의자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긴 했지만 적어도 아버지 Bush 행정부에서는 이처럼 미국의 대외정책이 비난을 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들 Bush가 등장한 이후 미국의 대외정책은 전세계적인 비난을 맞닥뜨리게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러 면에서 귀감이 되는 시위다


 미국의 역대 어느 정부도 Bush처럼 프랑스, 독일 같은 유럽의 동맹국가들과 사이가 나빠진 적은 없었다.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호주, 영국, 프랑스, 독일, 브라질 등 여러 나라에서 Bush가 가는 곳마다 anti-Bush 시위가 벌어졌었다. 그 시위 방식은 위 사진처럼 귀여운(?) 방식도 있었지만 때에 따라선 경찰이 시위대를 폭행하고 연행할 정도로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전세계의 anti-Bush 시위


 이탈리아, 브라질, 미국, 인도, 영국, 멕시코, 캐나다, 스페인, 독일, 프랑스... 수 많은 나라에서 부시의 일방적인 대외정책과 침략전쟁에 반대하는 반Bush 시위가 열렸지만 이들 국가에는 이들을 보고 '반미주의자', '빨갱이'라고 덧칠을 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물론 해당 국가에도 친미주의자들은 존재한다. 하지만 '친미'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은 하지만 우리나라의 자칭 보수주의자들처럼 미국의 이익이 곧 우리나라의 이익이라는 식의 무제한적인 감정이입은 하지 않는다.

 이번에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해서 농림수산부의 공무원들, 이명박 정부의 내각, 한나라당 인사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서 "미국의 검역을 믿지 않으면 뭘 믿느냐", "미국이 어련히 먹을 수 있는 고기를 수출하지 않겠냐" 하는 이야길 했었다. 미국에 대한 그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읽을 수 있는 단면이었다. 미국으로서는 참 감사해야할 일이다. 미국 사람도 이처럼 미국의 이익을 걱정해주긴 어렵지 않을까. 미 대사관은 이들에게 명예시민증이라도 수여하는 걸 검토해보길 바란다.

-=-=-=-=-=-=-=-=-=-=-=-=-=-=-=-=-=-=-=-=-=-=-=-=-




 요즘 보수 단체의 시위를 보면 오래전에 어떤 할머니가 생각난다. 봉고차에 할머니를 태워드리고 어딘가를 가는 길이었는데 가는 길이 평소와는 달랐던 모양이다. 그 할머니는 "이 길로 가면 안되는데... 이 길이 아닌데" 하며 불안해하고 있었다. 물론 봉고차는 할머니가 가셔야 할 곳까지 무사히, 더 빠른 길을 지나서 도착할 수 있었다. 자기가 잘 모르는 길이라고 해서 운전 중에 운전사의 목을 조르는 게 지난 10년 동안 보수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행동이었다.


 그러나 자칭 보수주의자들이여, 안심하시라. 그대들이 그토록 신뢰하고 존경해마지 않는 미국 자체에 대해서 촛불시위대가 들고 일어난 것이 아니다. 미국의 검역체계, 동물사료, 위험부위 수입과 같은 문제 때문이다. '어디 감히 미국이 하는 일에 반대해?!'하며 분기탱천하여 군복을 입고 시청 광장에 나온 그대들이여, 미국이 절대악이 아닌 것처럼 절대선도 아니라는 점을 부디 깨닫길 바라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보수주의자들의 이상향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