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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9356

유인촌 문화부 장관의 문화대혁명

thezine 2008. 9. 17.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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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체육'과 '관광'이 하나로 묶여있는 우리나라


 유인촌이 문화부 장관이 되고난 후 어쩌면 그동안 방송 생활을 하며 먹은 욕보다 더 많은 욕을 먹지 않았을까 싶다. 전후로도 여러 발언들을 했지만 특히나 전 정권에서 임명한 기관장은 모두 알아서 물러나라는 발언이 아마 가장 강력한 작용을 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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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성 IOC의원에게 "대통령께서 만들어주신 거야"라고 말하기도

 귀찮아서 길게 검색해보진 않았지만 '유인촌 발언'으로 뉴스를 검색해보니 위와 같은 내용이 뜬다. 물론 개중에는 문화부 고유의 업무 영역에 국한된 기사들'도' 꽤 있긴 하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일반적인 네티즌들이 접하는 '유인촌'은 주로 현 정권의 입 역할을 해왔다는 인상이 강하다.

 유인촌의 새로운 발언이 쏟아질 때마다 그러려니 하고 듣다보니 정권 출범 후 반년 이상 지난 요즘 문득 청와대 대변인의 요즘 소식이 궁금해진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이 땅투기 등과 관련해서 사퇴 압력이 심했을 때라던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미리 청와대 입장을 밝히는 '마이너리티 리포트' 사건 등 이슈의 당사자가 될 때는 존재감이 뚜렷했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기사 외에는 긍정적인 일로 이슈화된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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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사라졌을까? 농지 관리하러 가셨나


 '이동관 대변인'으로 뉴스를 검색해보니 어째 첫 머리부터 '이동관 대변인이 사라졌다'는 제목의 기사가 떠오른다. '아니, 내가 블로그에 글 쓰려고 하던 내용인데 누군가 벌써 기사화한 건가?' 하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클릭해보니 다행히도 유인촌과 연관지어 작성된 기사는 아니다. 기사 내용은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의 브리핑 횟수가 최근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내용이다.


 유인촌이 현 정권의 입 역할을 하며 정치적 강성 발언들을 거침없이 하는 것이 어쩌면 이동관 대변인의 일을 줄여주었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청와대의 브리핑실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이야기한다는 사실 때문에 표현 방식에도 제약이 따를 수 있다. 하지만 실무부서 장관으로서 이곳 저곳을 방문하고 수많은 산하 기관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인촌은 대변인에 비해 훨씬 자유롭게 내키는 말을 할 기회가 있다.

 정치판에는 거침없는 언사로 적군을 분노하게 만들고 안티를 다수 양성하는 반면 한편으론 매니아 성향의 아군들을 속시원하게 해주는 사람들이 늘 있기 마련이다. 말하자면 정치판의 실명 악플러라고 할까. 요즘 유인촌은 다른 누구보다도 그 역할을 대신해주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 바닥의 '거두'로 칭송해 마땅한 전여옥 거성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은 상황에서는 유인촌만으로도 충분해 보인다.

 다만 한나라당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유인촌의 행보에는 아쉬운 구석이 많다. 정치인의 길에 들어서긴 했지만 유인촌은 어디까지나 문화부 장관인데도 불구하고 그가 정치적인 발언 외에 문화부 본연의 업무와 관련된 일로 주목을 받는 일은 거의 보지 못했다. 아마 이명박의 전적인 신뢰를 받는 '그들만의 리그'의 멤버로서, 유인촌은 이명박이 신뢰하는 '입'이자 '행동대장'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가 이명박에겐 참 고맙고 믿음직한 존재일 거라 짐작이 된다.

 하지만 새 정권 들어 유인촌의 행보에 실망한 사람들의 생각은 대충 한 가지로 모아질 듯 하다. 정치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지간한 중진 정치인 못지 않게 강한 정치적 행보를 하는 그에게서 몇 십년 활동한 중진 배우의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린 데 대한 실망감, 문화부 장관보다는 '한나라당 정치인'으로만 활동한다는 인상 때문.

 어쨌거나 유인촌이 금방 경질되거나 교체될 기미는 안 보인다. 언제까지 장관 자리에 있을지는 모르지만 남은 기간 동안 문화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보는 게 어떨까? 정치적인 발언을 해줄 만한 전문 정치인들이 여의도에는 충분히 많다. 어차피 큰 기대는 하지 않으니만큼 편안한 마음으로 지켜봐줄테니 앞으로는 문화부 일에 집중하는 그의 모습을 보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