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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사이트의 스팸, 보험회사 영업사원 모집 광고

thezine 2009. 8. 21. 11:40
 나는 몇 달에 한 번씩은 구인구직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곤 한다. 추가 수정할 내용이 많을 리 없지만 한 번씩 돌아보고 내용을 수정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직을 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업데이트가 필수인데, 구인을 하는 회사에서 구직 사이트를 검색 할 경우에는 업데이트한지 오래 된 이력서는 일단 배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장 이직 의사가 없더라도 업데이트를 해두면 새로 연락이 오는 회사들을 보면서 '아 이런 회사도 있구나' 하고 알게 되는 점도 많다. '서울에는 내가 아는 회사 말고도 참 벼라별 회사가 다 있구나', 그리고 '내가 몰랐던 이런 괜찮은 회사가 있구나' 하는 것도 나름 소소한 배움거리다.


 그런데 이미 몇 년은 된 일이지만, 이렇게 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려놓으면 가장 자주 연락이 오는 것은 대부분 보험 회사다. 당장 최근에 온 메일만 몇 가지 모아놓으면 아래와 같다.

보험회사의 취업 제의 이메일


 나름 재정, 금융, 설계사, 기타 '좀 있어 보이는' 단어들을 동원하는데 결국은 한 마디로 '보험영업'이다.



무차별적 채용 제안

  위의 보험회사 취직 제안을 보면 수십 명에게 모두 이메일을 보낸 것을 알 수 있다. 최소한 받는 사람들은 숨은 참조에 넣어서 1대1로 보낸 것 같은 성의라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사람을 뽑는다는 것 자체가 업계의 상황을 반증한다. '난 네가 누군지 모르지만 우리 회사 영업사원 할래?'에 다름 아니다.





 구직사이트에서는 최근에 당 회원의 이력서를 열람한 업체를 보여주는데 거기에 보험회사는 항상 끼어있는 것 같다.

 참고로, 나머지는 보통 헤드헌팅 회사다. 채용을 원하는 회사의 담당자가 직접 찾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헤드헌팅 회사에서 업무를 대행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회사들은 대체로 회사 이름에 '커리어'나 '컨설팅', ''HR'같은 단어가 들어가있는 경우가 많다.



어떤 지역의 보험영업지점은 편의점보다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예전에 보험과 관련해서 지점을 방문하려고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지점이 너무 많아서 놀란 적이 있다. 회사가 삼성동이라 근처를 찾아봤는데 반경 1KM에만 20~30개는 되는 것 같았다. 포스코 4거리 부근 같은 경우에는 5분만 걸어도 지점 10군데는 지나갈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해당 보험사가 전체를 사용하고 있는 빌딩에 이름을 달리한 지점이 각각 다른 층에 입주해있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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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영업이라고 해서 남달리 천시받거나 무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오히려 영업은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며 하늘의 선택을 받은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위와 같이 무차별적인 모집 관행은 문제가 있다.

 '아무나 일단 들어오게만 만들자'는 식으로 끌어들인다는 건 바로 가족, 친구, 동료들을 대상으로 한 연고판매로 단물을 뽑아내기만 하면 된다는 태도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10년만에 친구한테 연락이 오면 결혼청첩장 아니면 보험영업이 99%라는 상식 아닌 상식이 퍼지기도 했다. 본인도 오래 전에 멋도 모르고 보험사 면접에 응했던 적이 있다. 그때도 이미 무차별적으로 인원만 늘리고 보자는 식이었던 것 같다. 이런 식이라면 피라미드와 크게 다를 바가 없어보인다.

 금융위기 이후 상당수의 보험영업지점이 문을 닫고 실적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알고 있다. 몇 달 전에 모 보험사의 영업지점을 찾아가려고 하니 3군데 모두 문을 닫은 상태고 4번째에야 문을 닫지 않은 영업지점을 찾아낸 경우도 있다.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영업사원들이 생계의 곤란을 겪었을까 생각하면 안타깝고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생존경쟁에 살아남은 영업지점과 직원들 역시 실적과의 전쟁을 하고 있을 것은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도 이해가 가는 바. 그들이라고 해서 영업사원 모집관행을 포함한 그 바닥의 상황을 좋게만 보는 건 아닐 것이고, 안다고 해도 결국은 '하던 대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것도 알고 있다. 다만 적성과 재능이 전혀 맞지 않는 미취업자들이 판단을 잘못해 무차별적으로 보험영업에 뛰어드는 경우는 없어야겠단 생각이다.


 열심히 현직에 종사중인 보험영업사원들을 비하하는 내용은 아니다. -_-; 구직사이트에 가서 보험회사의 취업제안은 스팸처리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지 찾아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