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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이 오그라드는 한국인의 영어사랑

thezine 2009. 6. 28. 18:40

Amazing Gwanak Festival


 꽤 오래 전에 갖고 있던 폰카로 찍은 사진이다. 잘 보이진 않지만 현수막에 박힌 날짜를 보면 2008년 5월 2~3일에 열린 철쭉제를 알리는 현수막인가보다.

 관공서에서 개최하는 축제에서, 시민들을 초대하는 행사 현수막에 저렇게 생뚱맞은 영어를 써주는 센스! 이건 도대체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 이젠 어디서나 외국사람을 보기 쉬운 세상이 됐지만 그렇다고 늘어난 외국인들이 모두 영어권에서 온 사람들은 아니다. 그러면 저 현수막은 누구 보라고 만든 걸까?



 며칠 전에는 신촌 전철역을 지나가는데 '미샤'라는 화장품 가게가 내부 수리중이라며 매장 겉면을 막아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내부 수리중인 매장 겉면을 보기 좋게 막아놓은 건 좋았지만 거기에마저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영어가 쓰여있었다. (내부 수리중인 미샤 매장 겉면은 사진을 찍어둔 게 없어서 인터넷에서 찾은 사진으로 대신한다. 미샤가 사우디 아라비아에 매장을 냈다고 함.)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대충 '아름다움을 위해 매일 노력하는' 같은, 광고카피도 아니고 초등학생 작문도 아닌 수준의 문구였다.



모 나라 대통령의 국기에 대한 경례

 실로 손발이 오그라드는 이런 영어 문구를 찾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문구점에 가서 중고등학생 공책이나 팬시용품을 구경하는 것이다. 아니면 동네 1000원샵에 가서 플라스틱 세수대야나 비누통 같은 플라스틱 용품에도 그런 영어가 적혀있는 걸 볼 수 있다.

 영어를 읽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 않던 시절에는 그저 글자의 겉모양이 주는 느낌만으로 티셔츠나 생활용품에 디자인이랍시고 뜻도 없는 영어를 박아넣었다 치자. 하지만 초등학생이 토플, 토익 시험을 치는 2009년도에까지 그런 허섭한 영어를 여기저기 박아넣는 건 이제 그만할 때도 됐다.


신흥호남향우회 출신 팝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

 '신흥호남향우회'라고 쓰여진 치마를 입고 있는 모습이 사진에 찍힌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모습이다. 뜻 없는 영어를 이곳 저곳 아무 데나 쓰는 한국의 일부 업체를 본받아서 만든 걸까, 아니면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사실은 전라도 출신인데 우리가 몰라준 걸까? 진실은 저 너머에...


영어 쓰는 거 좋다. 다만 쓸 곳 안 쓸 곳만 가려서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