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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리

thezine 2017. 8. 1. 00:10
'든자리는 몰라도'... 는 아니다. 나처럼 예민한 사람은 든자리가 신경쓰이고 피곤한 것이 사실이다. '난자리는 안다'는 말, 물론 이건 사실이다. 있던 게 없는 것, 없던 게 있는 것 모두 감각을 자극한다.

우선, 아침에 일어날 때 알람소리를 빨리 꺼야 한다는 조급함이 없다. 알람이 울리면 아이들 깨기 전에 빨리 끄려는 생각만으로도 이미 새벽잠이 방해를 받는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조용히 입을 옷을 찾고 움직일 이유도 없다. 눈 뜨면 커튼도 열고 불도 켜고 소리도 맘껏 낸다. 오늘 아침에 오~랜만에 그렇게 해보고 나 스스로도 새로웠다. 아침 샤워를 하며 뉴스를 틀어놓은 건 처음인 것 같다. 그 이후로는 평소와 비슷하고, 다른 것은, 집을 나설 때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기 전 막판 5초 정도, 아이들 자는 볼때기에 뽀뽀하고 잠깐 자는 얼굴 보고 집을 나서는 단계가 없다. 그 짧은 루틴을 없앤 덕(?)에 집을 나서는 순간이 여유로운 느낌이다.

집을 나선 이후는 평소와 완전히 같은데, 허전하긴 허전하다. 육아 스트레스에 쩔어 있으면서도 거기에 완전 빠져있는 심리상태. 대한민국 부모들의 흔한 증세겠지?

평소는 출근 후 아이들 어린이집 갔을 시간이면 등원 도와주시는 분이 보내주는 그날 그날의 아이들 사진이 오기를 기다리는데 오늘은 그럴 일이 없다. 잠시 후 부산에서 내 아이들을 돌봐주고 있는 처남댁이 첫째의 감기기운 때문에 본인 아이 포함, 아이를 셋이나 데리고 소아과에 다녀온다는 소식에 고마움과 안스러움이 교차하고, 이내 나는 저녁에 미용실에 들리고 이웃집에 들리는 일과를 계획했다.

평소 빨래를 며칠 째 널어두던 것을 오늘은 있던 빨래는 개서 넣고 빨래거리 모두 싹 빨아 널었다. 몸과 마음의 피로를 줄이고자 평소에는 아이를 씻기고 이를  닦이는 것 같은 필수적인 일만 했는데 혼자 있으니 확실히 여유가 있다. 새로 어지르는 세력이 없다는 것도 큰 이유다.

주변에 중고등학생, 대학생이나 군복무중인 자식을 키우는 분들을 보면 궁금해진다. 아이들 그만큼 크면 지금처럼 보고 또 보고 싶은 마음이 덜 해지는지, 며칠 안 봐도 익숙한지, 그런 궁금함. 중학생 아들이 집에만 오면 말도 적고 애교도 없어져서 아쉽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다. 부모 마음은 나이가 들어도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나의 두 아이들은 지금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두고 다투고 행복해하지만, 그 자리의 큰 부분을 친구와 애인과 배우자와 자식들에게 돌리는 날이 오겠지. 내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이미, 수 틀릴 때마다 쿨하게 아빠 싫어 외치는 둘째는 커서도 쿨하겠지. 지금도 세상에서 엄마를 제일 좋아하고 동경하는 첫째는 커서도 그렇겠지. 나는 그때도 이런 아이들의 모습에 피식 웃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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