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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끄적끄적

삼연굴

thezine 2018. 6. 11. 00:22
'발굴'의 '굴'자다.
한국식 한자어는 '발굴'인데 중국어에서는 '후벼낼 알'자를 써서 '알굴挖掘'이라고 쓴다. '굴'자는 '팔 굴'.

그냥 '삽질 세번'이라고 쓰면 될 것을 그냥 없는 말 만들어보려다가 서론이 길어졌다.

피곤한 일요일 저녁, 먼 길을 다녀오는 길이라면 1분 1초라도 아껴서 당장 꼭 해야 할 일이 아니면 내일로 미루고 씻고 누울 시간이다.

처음은 차에 전화기를 두고 와서 다시 내려갔다오고, 그 이후에는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날을 넘기지 않으려고 또 내려갔다. 그리고 현관을 들어서는데 뭔가 쎄~한 느낌... 음식물쓰레기를 잠시 내려놓고 재활용쓰레기를 버리다가 그만 잊어버리고 그냥 올라왔다. 세번째 다시 1층으로 내려가서 음식물쓰레기를 수거 기계에 넣고 올라왔다.

삽질 세번(삼연굴) 끝에 세수를 하는데 문득 삽질이라고 해봐야 겨우 이 정도 일들인 상황이 오히려 해피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 돈을 손해보거나, 사회 생활을 하면서 크게 체면이 깎이거나, 가족 간에 불편한 사건이 있었다거나 하는 강도 높은 스트레스가 아닌 엘리베이터 두어번 더 타는 정도라면, 그 이상의 삽질거리가 없었다는 뜻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
(예시를 들다 보니... 큰 돈을 손해보거나, 사회 생활을 하면서 크게 체면이 깎이거나, 가족 간에 불편한 사건이 있었던 옛날 일이 본의 아니게 생각 나버렸다.)

1) 엘리베이터 타고 1층 몇 번 더 내려갔다온 게 오늘의 삽질이라니, 그 정도면 선방했네.

2) 나는 생각보다 긍정적인 사람일지도 몰라.

3) 아니, 뭐... 그렇다고 내가 그렇게 유달리 긍정적이고 해피한 성격은 아니긴 한데.

 원래 하루 중에 멍하니 보내는 시간이 80% 이상, 나머지 시간에 짧은 순간 순간 생각 거리들이 스쳐지나간다.

다 쓰고 나면 그리 길지 않은 이 글을 쓰는 사이에도 생각 해보다 그냥 마음에만 담아둔 생각들 한 두가지가 스쳐 지나간다. 세 번의 삽질을 했던 어느 나쁘지 않은 일요일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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