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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끄적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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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zine 2018. 7. 22. 23:30

어떤 한반미반(한국인 반 미국인 반) 친구가 I hate Korean apartment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어쩌면 한국문화의 몰개성을 대표하는 의식주 환경이 아파트 아닐까 싶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이런 저런 지적질을 당할 주거 문화이긴 하지만 한편으론 한국에서는 일정 부분 내려놓고 살기에는 아파트만한 공간도 없다. 그러니까 너도 나도 아파트로 이사를 다니고, 재개발이니 어쩌니 하고, 국민은행이든 네이버든 '주택시세'='아파트시세'인 환경에서 살고 있다.

예전에는 그런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어제 그제는 잠깐 집 앞에 외출할 때 골프 우산을 챙겨 나갔다. 땡볕에서 그거라도 쓰니 조금 나았지만 그래봐야 200-300미터 걸어 간 후에도 땀이 줄줄...


아파트 광장에 분수대는 1년 중에 며칠이나 트는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요즘 너무 덥다 보니 매 주말마다 틀고 있다. 물은 맑은데 구석에는 하얗게 석회가 낀 것이 마뜩치 않아 물장난을 치지 못하게 해왔지만... 오늘따라 둘째가 장난치다 옷에 물을 묻힌 김에 살짝 분수대에 둘째를 담갔다... 그리고는 후다닥 집으로 돌아오는데 한쪽 신발은 내팽개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간다.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 '이건 해야지' 싶은 어떤 일들에 대해서는 책임감 있게 잘 해내고, 누군가 뒤를 봐줄 만한 일에 대해서는 본능적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기 갈 길을 가는 사람. 그리고 반대로, 누가 해도 티 나지 않을 허드렛일들을 뒷감당하는 것이 습관이 된 사람.

발자국 한 개는 크록스, 발자국 한 개는 발바닥 자국이 선명한 뜨거운 여름. 나의 본능과 습관에 대해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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