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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책 잘 읽는 방법

thezine 2021. 10. 27. 01:27


배민 창업자 김봉진 전 대표가 쓴 책이다. 사업 이야기가 아니라 책 읽기에 대해 쓴 책이다.

"꼬리를 무는 독서법"

이 책에 독서법에 대한 이야기로 거론되는 방법 중에 하나가 무어냐면, 어떤 책을 읽다가, 그 책에 주석으로 등장한 책에 관심이 생겨서 그 책을 찾아 읽는 식의 꼬리물기식 독서법이다. 내가 블로그에 얼마 전에 '출판사 에디터가 쓴 글 쓰기 책'에 대해 글을 썼는데, 애초에 그 책을 알게 해준, 다른 '글 쓰기에 대한 책'에는 김봉진의 이 책도 언급이 되어 있었다. 어제 회사 도서관에 다른 책을 반납하러 가는 길에 마침 이 책이 눈에 띄길래 빌려왔다. 세상에 그 많은 책들 중에서도 내가 고르고 읽은 책들은 이렇게 인연이 닿아있다. 이 책과, 어제 악평(?)을 한 '아들 돈 공부'를 빌려서 어제는 그 책을, 오늘은 이 김봉진의 책을 퇴근 길과 자기 전 틈에 모두 읽었다. 어떤 책은 지금 몇 달째 읽고 있는가 하면 어제, 오늘에 읽은 이 두 권은 훌훌 읽고 가뿐한 마음으로 다시 서가에 꽂아놓게 되는 그런 책이다.

아직도 이미 몇 달째 읽고 있으면서도 다 읽기도 전에 내가 이미 주변에 추천도 했던 책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인데, '사피엔스'도 김봉진의 책에 추천 도서로 등장했다. 책 읽기에 대한 책이라 그렇겠지만, 이것보다도 훨씬 더 서로 관계가 없는 다른 책들에서도 공통적인 정보나 통찰을 접할 때가 종종 있다. (소오름! 역시 진리는 통하는 것일까?) '사피엔스'는 내 생각을 아주 많이 건드린 책이긴 한데, 자기 전에 주로 읽다 보니 진도는 많이 느리다. 내용 특성 상 잠이 잘 오기 때문이기도 하다. 워낙 오래 나누어 읽어서 잊어버린 부분이 많아서, 이 책은 다 읽은 후에 다시 훑어봐야 할 것 같다. 이 책이 언제고 다시 보기 편한 e-book이라 다행이다.

김봉진이라는 인물에 대해 좋든 나쁘든 뭔가 나도 선입견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다 보니 왠지 직접적인 서평은 쓰기가 망설여진다. 지레 솔직 담백한 서평이 아니게 될 것 같은 느낌. 그래도 <나의 선입견이 들어가있으면 어떠하리, 안 들어가있으면 어떠하리> 라는 자세로 써보자면, 이 책은 각각의 문장이 짧고 쉽고 담백하게 쓴 글인데도 (성공한 사업가라는 아우라 때문인지 모르지만) 문체에 자신감과 확신이 묻어난다.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부담감 없이, 결과물의 성과에 대한 압박이 없이 쓴 글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때로는 생존을 위해 독서를 했을지 모르고, 또는 읽다 보니 생존에 도움이 되는 독서였을지 모르지만, 근본적으로는 독서라는 활동은 (공부로 분류는 할 수 있을 지언정) 업무나 일과는 다른 활동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책을 왜 읽고, 어떻게 읽고, 읽으면서 어땠고, 어떤 책을 추천하고, 더불어 아이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직원들에게 책을 권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책에 대한 책이다. 독서 습관 역시 사교육의 일부처럼 교육을 시키는 분위기에 대해서, 그리고 왜 책을 읽어야 하느냐는 질문이 있다면, 책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아래 글이 정답에 가깝다.

"책은 실질적으로도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을 길러준다. 자기답게 살려면 기본적으로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책은 그 모든 것에 대한 이해를 넓혀준다."

그나저나 이런 저런 책을 읽고 있으면서도, 정작 '고전 명작인데 아직 읽지 않은 책이 많구나' 하는 부담이 새삼 다가오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국 성인의 독서량이 많지 않다는 통계를 본 것 같은데, 그나마 책을 읽으려는 사람들끼리 서로 '난 이렇게 책을 읽어', '난 이래서 책을 좋아해' 하고 이야길 나누(듯 책을 쓰고 읽)는 것이, 비독서가들에게는 '쟤들은 저렇게 노는구나' 하며 그들만의 세상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문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