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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김미경의 마흔 수업

thezine 2023. 7. 5. 22:01


회사 도서관에 볼 책이 없나 습관처럼 배회하던 중 발견. 계획에 없던 책, 내가 어디서 듣고 고른 책이 아닌(탑다운?) 서가에서 우연히 만난 (바텀업?) 책이다. 이런 책을 읽는다는 것이, 어쩌면 주부들 대상 같기도 하고, 아침마당을 보는 듯한 어색한 느낌도 들지만 이런(?) 책은 십중팔구 쉽게 읽히고 부담도 없고, 살아보니 40대라는 나이가 요즘 사람들에겐 사십춘기 인생의 전환기가 맞다는 생각도 들어서, 한두가지라도 내 마음에 와닿는 것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퇴근 길에 집어왔다. 퇴근 길에 거의 다 읽고 집에서 마저 읽었다.

교육비라는 것은 선행학습, 국영수, 예체능 취미, 다른 건 몰라도 영어 회화는 시키자, 언어발달, 독서, 운동량 채우기, 친구 만들어주기, 부모님 퇴근 전까지 시간 보낼 곳 찾기, 성년이 된 자식의 유학비, 학부 졸업 후에도 공부를 이어가는 대학원생 뒷바라지 등등 범위가 아주 넓다. 아이의 숫자만큼 적정선도 다양하다. 40대에 해야 하는 중요한 판단 중에 하나가 자녀의 교육 방향이나 목표. 어디까지가 자유로움, 해방의 바람직한 한계인지, 어디까지는 부모로서의 책임이자 의무인지, 끝없는 고민을 아이들이 성년이 되는 10년 후쯤에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부부로서 기대치를 너무 낮출 필요는 없다 싶은데, 어쨌든 서로에 대한 너그러움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다고 한다. 이혼율이 높다는 말은 그만큼, 지금 40대가 그리워하거나 후회하거나 아쉬워하는 20-30대의 시간 못지 않게, 지금 40대의 시간에도 우리는 중요한 일,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하고 있다는 뜻이라는 말일 것이다. 가장 불행한 결정만큼이나, 통계 외적인 중요한 행복한 그리워할 기억에 남을 순간들이 많은 나이가 40대일 수도 있겠다.


많은 것을 이룬, 혹은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이 40대면 이미 충분히 두드러지기 때문에, 사람들이 각자의 삶에 대해 '인생 평가'를 하게 되는 것도 자연스럽다. 그리고 반대로, 40대 역시 못지 않게 많을 것을 할 수 있었던, 그러나 하지 않았던 시기로 남게 될 수도 있다. 지금 뭔가 해라. 저자가 하려는 말은 아마 이것이겠지.


볼 놈들은 꾸준히 봐온 터라 '오랜만에 보는 동창회' 개념의 모임이 많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동창회 현타 현상이 여자들에게 더 많은 현상인 것인지, 이유는 모르겠고, 나와 꼭 맞는 케이스는 아니지만, '섣부른 인생 정산'과 비슷한 상황이다. '비교' 때문에 불행해지고 '비교' 때문에 으스대고. 그러다가도 어떤 유명한 말처럼 비슷한 놈들 중에는 '배 안나오고 머리 풍성한 놈이 위너'가 될지도 모르겠다. 자존감 높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추구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ex. 트렌드) 요즘 했던 생각은, 인생을 살면서 자신을 지켜주는 가장 믿음직한 존재는 '뭣이 중한지' 알려주는 나 자신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에 나오는, 스스로의 대화로 나에게 조언을 해주는 존재 '리얼 미'도 같은 맥락.

40대 질풍노도(怒濤, 무서운 파도)의 시기를 가도(佳道아름다운 길, 원래는 '길'을 뜻하는 街道가도)로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적절한 타이밍에 들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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