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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출일기

비하인드 스토리

thezine 2023. 8. 6. 00:32

찾아보면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군복무 시절에 아마도 한 번도 아니고 두어번쯤, 전역의 날을 꿈 꾸며 '그날이 오면, 그 날이 오기만 하면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심훈 선생은 1901년에 태어나서 36년에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평범한 한국 고등학생은 누구라도 교과서에서 그 이름을 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문인으로서 대단한 성취이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들에겐 '들어보긴 한 것 같은' 정도의 인물일 것이다. 이상한 말이지만 흔히 공감할 법한 표현을 쓰자면, 나에겐 '평범한 위인'이라는 범주의 인물이었다.

그리고 교과서에서 만난 '그렇고 그런 훌륭한 인물 중 한 명'이었던 사람을 긴 시간이 지나 이렇게 1대1로 만나는 것이 이렇게 인상 깊은 순간들이 될 줄이야.

기껏 만든 영화를 검열 때문에 제대로 개봉도 하지 못하고, 그나마 혼자 써내려갈 수는 있는 글쓰기의 세상으로 들어갔던 심정이나, '그날이 오면'의 절실한 표현들이 마음에 와닿았다. 고등학교 국어 시간의 '공부'와 '시험'이라는 것은 '더 큰 어머니'가 무슨 뜻인지, '그날'이 어떤 날을 뜻하는지 물어보는 것이었는데, 지금 세월이 지나 읽는 심훈의 글에는 미칠 듯이 끓어오르는 감정과 답답함과 절실함이 가득했다. 내가 나이를 먹어 더 오래 살아봐서 더 다양한 감정을 많이 느껴봤기 때문일까. 같은 글을 바라보는 방향도, 깊이도 그때와는 많이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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