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ZINE

소원 목록 본문

잡담끄적끄적

소원 목록

thezine 2007. 11. 6. 11:25
사용자 삽입 이미지


 책을 거의 인터넷 서점에서만 산지 꽤 됐다. 보통 10% 할인에 10% 적립이고 4만원 정도가 넘으면 추가로 얼마를 할인해준다. 게다가 배송료까지 공짜. 오프라인 서점이 어려워진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오프라인 서점을 애용할 이유도 떠오르지 않아서 온라인 서점을 애용하고 있다.

 어쩌다 읽고 싶은 책을 추천받거나 궁금한 분야가 생기면 냅다 온라인서점에서 책을 검색한다. 그리고 '위시리스트'에 추가시켜놓았다가 나중에 5~6권씩 한번에 주문을 한다.

 '구매를 희망하는 책들의 목록'이기 때문에 '위시 리스트'라는 이름이 붙은 게 당연하지만, 어제는 새로운 책을 추가하면서 다른 생각을 했다. '사고 싶은 책'이기도 하지만 책은 당연히 '읽기 위해' 사는 거다. 퇴근 후엔 늘, 전철에서도 거의 언제나, 주말에도 틈틈이 책을 읽지만 진도는 느리기만 하다.

 매월 받아보는 '좋은생각', '행복한 동행'도 보고, 친구 부탁으로 주말마다 받아보는 '중앙 선데이'도 읽고 보험회사에서 보내주는 잡지도 읽고 요 몇주간은 '시사IN'도 읽어야 했다. 쌓아둔 책은 커녕 때 되면 배달되는 책 읽기에도 빠듯한 처지.

 ('시사IN'은 시사저널 사태로 해직/사직한 기자들이 창간한 잡지다. 구독 생각은 없었고 기부금을 냈는데 잡지가 날아오길래 몇 부 받아보고 배달은 그만두라고 했다. 창간호에 기부자 명단에 내 이름도 있다. ^^v 많은 사람들이 응원하며 힘을 보태 독립언론의 목표를 갖고 창간한 시사주간지다. 아쉽게도 아직은 기사 품질이나 디자인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정보 수집에 집착하는 것 같을 때도 있지만, 새로운 걸 알아가는 자체가 너무 재밌어서 뭐 하나 대충 버리질 못한다.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는 잡동사니를 쌓아놓고 버리지 못하셔서 외할머니가 짜증을 내셨던 기억이 나는데, 나는 이런 자료들이 모두 쓸모 있다고 생각되서 쌓아두고 있거나, 적어도 한 번은 읽고 버리게 된다.


 책꽂이에 책을 둘 곳이 없어서 장롱에 책을 쌓아뒀다. 혹시나 습기를 먹을가봐 비닐에 싸서 쌓아둔 책이 이젠 부피가 꽤 된다. 하지만 아직도 나의 인터파크 '위시 리스트'에는 52권의 책이 주문을 기다리고 있다. (아, 그 중에 하나는 음악CD였다.)

 '사고 싶어서' 위시리스트이기도 하지만 '읽고 싶어서' 위시 리스트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이 느낌은, 욕심과 흥미가 뒤섞인 감정이다. 야근도 거의 없고, 하는 일 자체가 많지는 않은데다가 TV도 잘 보지 않는데 나는 늘 바쁘다. 읽어야 할, 읽고 싶은 글자들이 너무너무 많기 때문이다.

-=-=-=-=-=-=-=-=-=-=-=-=-=-=-=-=-=-=-=-=-=-=-=-=-=-=-=-=-=-=-


 한 교수가 수업 시간에 학생에게 '나는 망망한 지식의 바다에서 스푼으로 지식을 떠 먹는 것 같은 기분이다.'라고 했다. 그러자 학생이 울상을 지으며 '저는 포크로 떠 먹는 기분이예요.' 했다는 '리더스 다이제스트'류의 유머가 있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가진 지식이 엉성함을 느낀다. 위시 리스트에 있는 대부분의 책을 다 읽어도 나는 여전히 내 지식에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지식의 바다에서 스푼으로 지식을 떠 먹는 일이 '숙제'라면 너무 괴롭겠지만, '떠 먹을 지식이 아주 풍부해서 평생 즐겁게 떠 먹어도 모자람이 없다'고 생각을 한다면, 이 또한 어찌 즐거운 일이 아니겠는가.


'잡담끄적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Feliz Natal, Boas Festas  (0) 2007.12.23
울컥  (0) 2007.11.25
홍콩사람과 confenrence call을 마치고  (0) 2007.10.29
[잡담] 시간 잘도 간다  (1) 2007.10.21
합창연습실  (0) 2007.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