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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물류보안 강화와 무역환경변화' 학술세미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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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물류보안 강화와 무역환경변화' 학술세미나

thezine 2008. 6. 14. 00:50
 '국제물류보안 강화와 무역환경변화'라는 주제로 학술 세미나가 열렸다. 한국관세포럼과 한국무역협회가 주관하고 지식경제부, 관세청, 한국관세무역개발원에서 후원한 행사다. 오늘, 6월 13일 오후에 무역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일단.. 뭔지는 알아야 하니 이 정도로 '정식 소개'는 마무리. 물류보안이나 무역환경이 어떻게 강화되고 변화되는지에 대해서 내가 관심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러나 어찌어찌하다보니 머릿수를 채워주러 오후 업무시간을 할애해서 2시간쯤 앉아있다 온 것 같다. 나랑은 관계가 없는 분야이지만 듣다보니 재미있는 부분도 조금(정말 조금) 있었고 잡생각을 해서 그런지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어차피 앉아있어야 하는 거 잘 들어보자 생각하고 메모도 좀 한 게 있어서 글로 써본다. 행사 후기 겸, 내가 느낀 점 몇가지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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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관련 사진이 없어서 container 야적장 사진을 올림



 행사가 시작하자 관세청장이란 분이 격려사를 하고 무역협회 부회장이란 분이 축사를 했다. 이것만 봐도 격식을 차리고 고루한 느낌이 팍팍 들지 않는가. 여기에 덧붙여 기획재정부 국장, 관세청 연구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원, 한국관세무역개발원 연구원, 대학교 교수 같은 사람들이 발제강연, 주제발표를 하고 토론자로 참석했다. 면모로만 봤을 때는 상당히 있어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자리였다.

 역시나 형식적인 면도 없지 않았고 '어떤 분(프라이버시를 위해 직책은 공개하지 않음)'은 주제강연 동안 고개를 젖히고 주무시기까지 했다. 하지만 나름 새로운 지식도 얻었고 관련해서 여러 가지 생각도 해볼 수 있었다. 문외한에게도 그랬으니 관련 학과가 있는 각 대학의 교수와 학생들에게도 알려졌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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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대회의실에서 폰카로 찍은 사진. 왼쪽에 ASEM타워, 멀리 아이파크, 영동대교



 세미나가 열린 곳은 무역센터 51층 대회의실이다. 무역센터는 전체 52층 건물인데 52층은 레스토랑이기 때문에 사무용으로 쓰는 공간은 51층이 최고층이다. 대회의실은 벽이 통유리로 되어있고 주변에 30층을 넘는 건물이 별로 없기 때문에 경치가 끝내준다. 북쪽 회의실에서는 청담동 방향 강남 일대와 한강, 강북 일대가 훤히 보이고 남쪽 회의실에서는 삼성동 사거리와 테헤란로의 건물들, 그리고 일원/개포동 방향이 한 눈에 들어온다. 평소에 개방해두는지, 어쩌다 산보삼아 가보면 경치 구경만 해도 시간을 보내기 좋은 명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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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세히 경청하진 않았지만 요점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미국의 9.11 사태 이후 국경, 물류 보안이 강화되었다. 미국은 미국과 교역하는 모든 국가의 세관에 미국 직원을 파견해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화물들이 선적 단계에서 미리 검사가 완료되도록, 그리고 운송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컨테이너를 봉인(sealing)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 미국 내부적으로는 언제까지 뭘 어쩌겠다 하는 목표를 정해서 각종 관련 법안들이 입법되고 있고 편리한 검사, 봉인 등을 위해 인식장치, 전자 봉인장치 등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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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컨테이너에 전자 봉인을 한다고



 이같은 미국의 움직임에 맞춰 타 국가들도 미국의 체제에 부합하는 제도 변경을 적극 검토하고 있고 유사한 자국 제도를 정비해서 미국과 무역, 물류에 있어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검사 기준을 정해서 물류 회사, 항만 등의 검사 능력, 신뢰성에 대해 미국 정부가 인증을 실시하는 식이다. 그리고 타국도 유사한 제도를 마련해서 서로의 인증제도를 인정해주는 식으로 인증 제도를 보급하려고 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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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국가 운영의 각종 제도를 잘 정비하고 운영하는 선진국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경제 규모 면에 있어서, 그리고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있어서 미국이 그만큼 영향력이 크다는 뜻으로 들렸다. 아무리 잘 나가는 선진국이고 자기네 국민들끼리는 잘 산다고 해도 규모가 작은 나라라면 자기들이 제도를 마련하고 '세계여 나를 따르라' 하는 식으로 관행을 바꾸긴 불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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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인텔社가 USB 3.0의 규격을 독단적으로 추진한다 어쩐다 한다. 그만큼 '표준'이라는 것 자체가 돈이 되는 세상이다.

 국력을 가늠하는 다양한 수단이 있을 수 있다. 1인당GDP, 매년 특허등록수, 노벨상 수상자 수... 여러 가지 기준이 있을 수 있다. 그 중에는 해당 국가가 주도하여 정한 국제 기준이 몇 개나 되는가 하는 것도 국력을 가늠하는 데 참고할 수 있지 않을까. 아무튼 덩치가 크면 실력도 실력이지만 덩치 덕에 날로 먹는 것도 많아진다. 애플의 iPOD가 보편화되니 수 많은 업체들이 iPOD와 호환되는 주변기기를 생산하고, 그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이 iPOD를 사게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긴가만가)의 표현대로 선진국의, 선도 업체의 사다리 걷어차기 행위인 셈이다.(사다리를 올라간 후 남들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사다리를 치워버리는 행위) 물론 이는 사실 모든 기업들의 꿈이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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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중국산 음식물의 안전이 한창 논란이 되었을 때 일이다. 일본의 예를 들며 우리나라도 중국에 공무원을 파견해서 현지에서 수입 음식물의 품질과 안전도를 미리 검사해야 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어차피 우리나라는 먹거리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문제가 있으면 운송단계를 거칠 필요 없이 미리 현지에서 퇴짜를 놓으니 수출업자도 비용을 적게 들일 수 있고, 한국에서는 통관 절차를 간편하게 축소하고도 믿을 수 있는 물건을 수입할 수 있을 것이다.

 일부 저질 중국산 식재료 문제로 시끄러울 때 나왔던 이야기다. 지금 실제로 정부가 추진을 하는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좋게 보면 모든 문제를 미리 예측하고 준비할 수는 없는 것도 맞는 말. 하지만 '사후약방문'마저도 하지 않는, 그래서 같은 문제가 또 발생해도 이상할 게 없는 행정을 하는 것은 그보다 훨씬 큰 문제다. 미리 고치지 못했다면 소 잃고난 후에라도 외양간은 꼭 고쳐야 한다.


 중학생이 의욕만 가지고 대학생이 하는 공부를 따라할 수는 없으니, 처음부터 선진국 수준의 제도를 갖출 순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해방 후 형식적인 민주주의가 도입되고도 몇 십년이 흘러서야 형식적으로나마 완성된 형태의 민주주의를 갖추었고, 그러나 아직도 내용 면에서는 부족한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드는 생각인데, 아예 정부부처의 산하 연구기관에서 선진국의 제도를 상시 모니터링해서 한국 현실에 맞춰 고민도 해보고 수정해서 적용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보면 아예 대놓고 사대적인 행정을 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으니 미국이나 일본에 한정짓지 말고 분야별로 선진적인 국가의 제도를 연구하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아무래도 무역이나 국제 관계에서 미국과 일본의 비중이 큰 만큼 주로 이 두 나라를 연구하는 결과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것도 어쩌면 이미 일부 실시중일지도 모르겠다. 오늘 세미나에서도 미국을 위시로 한 물류안보 환경의 변화를 주제로 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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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미나에 갔더니 커피빈 커피를 커다란 보온통에 가득 채워놓고 쿠키와 머핀, 물을 제공하고 있었다. 평소에 비싸서 잘 마시지 않는 커피빈 커피, 기쁜 마음으로 컵에 가득 담아 세미나 발표 동안 홀짝거렸더니 끝나고 머리가 띠잉하다. 커피 때문인지, 점심 먹고 마신 녹차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지 녹차는 한 잔 이상 마시면 머리가 띵하다. 녹차보다 카페인이 많은 홍차나 커피를 마실 때도 괜찮은데 이상하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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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는 봉은사, 멀리는 청담동, 논현동, 압구정동과 멀리 남산까지 보인다. 와우~(역시 옛날에 찍은 폰카)



 그래도 51층에서 서울 경치도 내려다볼 수 있었으니 그것만으로도 평일 치곤 기억에 남을만 하다. 대만의 101층 건물 전망대에서도 느꼈는데, 높은 전망대나 비행기에서 시내를 내려다보면 기분이 묘하다. 아마 흔하고도 상투적인 표현일 듯 한데, 저 아래에서 아둥바둥 사는 것들이 모두 부질없어 보인다.

 하지만 전망대에서 보내는 시간은 잠시뿐이다. 하루의 대부분, 인생의 대부분은 평지에서 건물들을 올려다보며 살아야 한다. 그래서 사는 게 더 없어보인다. 서울 시민들은 늘 건물이 높아서 거기에 압도당하고, 그 건물들, 그 아파트들이 평생 모을 수 없을 것 같은 거액이 있어야 살 수 있는 것들이라는 사실에 압도당하면서 살아야 한다. (다른 동네도 그렇지만 테헤란로 근방 몇 킬로미터 동네는 어딜 둘러봐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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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올려다보면서 사는 인생



 물론 실제로는 늘 올려다보며 사는 사람들이 절대 다수인데도, 어째 현대인들은 늘 올려다보며 부러워하고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며 살도록 세뇌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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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참석한 세미나는 한국관세포럼에서 주최한 하계 학술세미나이다. 오늘 행사가 26번째라고 하니 꾸준히 열리고 있는 행사인 듯 하다.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한국관세포럼을 검색해서 다음 행사를 알아봐도 좋을 듯. 공짜 커피와 빵도 은근히 뿌듯한 기분이 들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