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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보수의 비교 #2: 이성과 감성 본문

시사매거진9356

진보와 보수의 비교 #2: 이성과 감성

thezine 2008. 6. 10. 18:53

 진보와 보수는 다르면서도 비슷한 점이 많다. 극과 극은 통한다던데, 극좌에서 극우로 이동한 사람들은 꽤 많다. 주사파였으나 지금은 한나라당 전위대인 뉴라이트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그렇다.

 진보와 보수의 지향점은 지극히 상이하지만 상대방에 대해 가지는 의식은 대체로 비슷하다. 상대방은 논리에 귀기울이지 않으며, 감정적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인식이다.

 보수가 보는 진보, 진보가 보는 보수의 관점은 대충 다음과 같은 듯 하다.

 대미(對美), 안보, 전쟁 관련

 보수주의자의 생각: 진보주의자들은 민족주의적인 측면을 내세워 현실을 도외시한다. 미군은 한반도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용미(用美;미국을 이용)해야 한다. 미군 철수는 말도 안된다. 아프간, 이라크 파병은 국익을 위해 필요하다. 침략전쟁이니 비도덕적이라는 점은 중요하지 않다. 미군은 한국에 시혜를 주는 존재이며 아쉬운 쪽은 한국이다. 미군 범죄를 처벌하고 환경 오염을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반미감정 때문이다.

 진보주의자의 생각: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더라도 범죄는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 군기지 유류 오염 등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 보수주의자들은 숭미(崇美)주의자들이다. 이라크, 아프간 파병에서 우리나라가 얻은 이익은 없다. 도덕적으로 명분이 없는 전쟁에 참여할 수 없다. 미군은 나름대로 목적이 있어서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것이므로 우리도 요구할 부분은 요구해야 하며 이것은 반미가 아닌 동등한 주권을 행사하려는 주장이다.


 경제 및 재벌 관련

 보수주의자의 생각: 재벌의 경우 경제기여도가 크고 영향력도 크므로 관례적으로 이루어지는 범법행위는 용납해야 한다. 삼성 등에 대한 진보주의자들은 비판은 대체로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이 가진 자들을 끌어내리려는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불법적인 관행도 적당히 용인하면 경제에 도움이 된다.

 진보주의자의 생각: 재벌이 저지르는 경제범죄를 처벌해야 경제가 더 건강해진다고 믿는다. IMF 환란이 일어난 이유 중 하나가 재벌들의 무분별한 경영 관행 때문이었으므로 견제가 필요하다. 당시 공적자금(세금)을 투입해 기업들을 살렸으나 그 결과는 경영 부실을 초래한 경영자들에게만 이익이 되었다. 비용은 사회가 치르고 이익은 소수 특권층이 사유화하고 있는 문제를 방지해야 한다.


 광우병 쇠고기 관련

 보수주의자의 생각: 광우병의 확률이 높지 않다고 믿는다. 미국의 검역 체계를 그대로 믿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자국의 기준과 동일한 기준으로 수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치명적인 질병이라곤 해도 확률이 낮으면 무시하는 편이 경제적이다. 미국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조그만 확률을 침소봉대하여 과장하고 있다.

 진보주의자의 생각: 질병 발생은 확률적으로 따질 문제가 아니라 예방 차원에서 100% 예방을 목표로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광우병에 대해 충분히 연구가 되지 않았으므로 확률적으로 안전하다는 주장은 포인트를 벗어났다고 생각함. 광우병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이것저것 찾아서 나름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함.


결론
 보수와 진보는 서로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 "쟤네들은 너무 감정적이야. 쟤네들은 이성적이지 못해. 말이 통하지 않아." 서로 그렇게들 생각하고 있는데, 둘 다 맞을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진보도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보수 역시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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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정규분포일 경우 좌우의 스펙트럼

 표준 정규 분포란 말 그대로 일반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좌파와 우파가 비슷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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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가 본 한국

 보수 우파가 보기에는 우리나라의 상황이 위와 같다고 느낄 것이다. 이명박의 지지율이 15%에 가까울 정도로 곤두박질치고 수십만명이 촛불시위에 나서는 상황을 보고 현재 상황은 좌파가 득세한 세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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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한국

 이것은 좌파가 보는 한국이 아니라 실제의 한국의 경향을 나타낸다. 우리나라는 실제로 보수적인 편에 속한다. 오랫동안 남북대치 상황을 살아왔고 유교문화권 특유의 보수적인 문화가 중국보다도 더 심하게 남아있는데 진보적인 사람이 더 많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개인적인 느낌을 떠나서 보수와 진보에 대한 객관적인 학문적 정의에 따른다면 한국은 보수적 성향이 강한 국가이다.


 위에 말한대로 진보가 보는 세상과 보수가 보는 세상은 사뭇 다르다. 이치상 둘 중에 하나는 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름의 생각이 워낙 확고하기 때문에 타협이 불가능한 선까지 전선(戰線)이 이동했다. 이명박의 남은 15% 남짓한 지지율이 그렇다. 100만명이 시위에 운집할 거라는 오늘도 결론은 불확실하다. 한국 사회가 앞으로 변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 진보와 보수를 보다보면 나름의 특징이 있다고 느낄 때가 많다. 정리하기가 쉽지 않아서 그때 그때 생각나는대로 쓰고 있다. 지난 번에도 보수와 진보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제대로 정리하긴 너무 어려울 듯 하고 일단은 이렇게 단편적인 면부터 정리해나가야겠다. 보수와 진보의 원칙(5월 28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