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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9356

4대강 살리기 늬우스

thezine 2009. 7. 19. 23:21


 요즘 최고의 정치계 이슈는 '미디어법(방송장악법)'이지만 그와는 별개로 소리 소문 없이 진행되는 초대형 토목 사업이 있다. 대운하에 줄 몇 개 긋고 예산은 14조에서 22조인가로 뻥튀기를 해서(22조원 역시 최소한으로 줄여서 잡은 것이고 실제 예산은 훨씬 초과될 것으로 예상) '4대강살리기'라는 아이러니한 이름을 붙였다.

 "대운하든 4대강살리기든, 이름은 상관없으니까 어쨌건 강바닥에 콘크리트 좀 제발 붓게 해주라." 하는 MB의 절실한 외침이 들려오는 듯 하다. 본인을 자수성가한 청빈한 지사(志士)로 착각하는 MB의 증세는 유식한 말로 '메시아 컴플렉스'라고 한다.

 그리고 회사경영(현대건설 부도)과 금융(BBK사기)에 모두 실패하고 국가경영도 능력과 도덕성 부족으로 고전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삽질에는 일가견이 있으니 그래도 자신이 있는 분야에서 뭔가 보여주겠다는 의도도 있는 듯 하다.

 MB의 필생의 역작인 '4대강살리기'을 통해 실로 엄청난 돈이 뿌려지고 있다. 전 정부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정부지출을 절제하고 재정건전성을 유지했던 것을 금융위기라는 훌륭한 핑계거리 덕분에 포기할 수 있게 됐으니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출처: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의 실상을 보여주는 좋은 자료 사진이다. 내가 보기엔 계절이 바뀌었을 뿐, 인공적인 변화라고는 시민 공원 정도 조성하는 것 같은데 이런 사업에 왜 그리 돈이 많이 필요한 걸까?



4대강 살리기 관련 입찰 정보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해서 조달청이 발주한 온갖 공사들의 입찰 정보들이다. 숫자가 너무 많아서 헷갈리는 사람들을 위해 대신 정리를 하면 오른쪽의 보라색 숫자들은 공사 금액이다. 위에 나온 입찰건의 경우, 1,352억원~3,646억원의 입찰건들이 나와있다. 그야 말로 입이 떡 벌어지는 액수들. 그런데 한 두 건이 아니란 점이 더 놀랍다. 어디선가, 누군가가 나라 곳간을 팔아 잔치하는 소리가 벌써 들려오는 듯 하다.

 정부에서 하도 일단 땅에 삽질부터 시작하라고 해대니 지자체들은 없는 돈에 일단 빚이라도 져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고민이고, 그 돈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걱정이란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그 부근에는 공돈, easy money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마치 벌레구멍 앞에서 벌레를 기다리는 새처럼 입맛을 다시고 있는 중이다.

 예전에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외국 건축디자인업체에서 근무하는 외국인도 이런 분위기를 알고 있는지, 한국에는 현재 easy money가 많이 풀릴 거라는 이야길 하는 걸 듣고 쓴 웃음이 나온 적이 있다.




'대운하랑은 달라요'


 대운하든, 4대강이든, 본질적인 목적은 동일하다. 그들이라면 강물 속에 도로를 닦는다고 해도 여론이 허락한다면 4대강살리기는 포기하고 강물속 도로 닦는 일에 매달릴 것이다. 결국 세금으로 삽질하게 해달라는 것이 목적이고 내용보다는 돈이 목적인 것이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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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일본의 고도 성장기, 일본에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고 한다. 일명 '건설족'으로 불렸던 건설업계는 정치인들에게 끝없는 로비를 통해 불필요한 토목공사를 반복했다. 예를 들어 사람도 살지 않는 산골짜기에 '홍수방지용 둑'을 만든다거나, 하루에 10사람쯤 보트로 건너다닐까 말까 한 강 위로 거대한 다리를 놓는 식이었다.



 일본의 정치인들이 다른 분야가 아닌 건설족과 결탁한 데는 달리 이유가 없을 것이다. 바로 건설토목 분야에서 건당 비용이 가장 '쎄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야쿠르트 아줌마와 결탁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기껏해야 동사무소에 야쿠르트를 강제로 먹게 해봐야 몇 푼 떨어질 게 없기 때문이다.


'넣어둬, ㅋㅋ'


 반면 위에 일례로 나온 입찰정보에서 볼 수 있듯 건설토목은 일단 했다 하면 엄청난 액수의 돈이 왔다갔다 하게 된다. 돈이 그만큼 많이 풀리기 때문에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긴 하다. 꼭 건설족이 아니어도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정부여당은 건설이 무지 땡기기 마련이다. 지역구에 선심도 쓸 겸('숙원사업'이라고들 하는), 콩고물도 챙길 겸, 경기도 살릴 겸 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현재 건설토목에 쏠리는 투자는 과도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MB 정부가 정통부를 폐지하고, IT산업이 고용문제를 유발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가 하면 IT산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면서도 건설토목에 대한 투자는 대폭 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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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부시 전 대통령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 매몰되어있을 때, 전문가들은 부시가 전쟁에 쏟아부은 천문학적인 금액도 문제지만, 앞으로 추가적으로 들어갈 금액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을 한 바 있다. 전쟁 전사, 상이군인들의 보상, 연금, 치료비용이 전쟁 동안 들어간 돈 만큼이나 엄청난 금액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베트남 전쟁의 경우에도 실제 전비보다, 전쟁 후 후처리에 더 많은 돈이 들어간 바 있다.

 일본과 미국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우리가 걱정해야 할 부분은 POST-MB다. 성장기의 아이에게 영양이 부족해도 당장은 표가 나지 않지만 청소년기, 성년기에 이르면 그 후과를 피할 수 없다. 막상 그때가 되면 MB는 청계재단 이사장이 되어 골프나 치러 다니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의 부인께서는 그때도 하던 버릇대로 다이아 반지를 숨겨서 들어오고 있을지도)
 
 그 언젠가, 임기 중의 문제에 대해 MB는 그저 '웁스, 미안~'이라고 하거나, YS가 하는 것처럼 '야당 책임이 60%다'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 10년, 20년 후 한국 과학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 되어있을까? 장마철 구름처럼, 대한민국 하늘에는 그다지 낙관적이지 못한 궁금함만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