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ZINE

숨겨진 이야기 - 헬렌 켈러의 20살 이후의 삶 본문

시사매거진9356

숨겨진 이야기 - 헬렌 켈러의 20살 이후의 삶

thezine 2009. 9. 13. 15:16
우선, 헬렌 켈러의 삶에 대한 5분짜리 동영상부터 감상하시라



 헬렌 켈러가 어릴 때 심한 병을 앓고 시력, 청력을 잃고 그로 인해 말도 할 수 없는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설리번 선생을 만나 헌신적인 가르침 끝에 장애를 극복하고 하버드 대학에 진학했다는 것까지는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위 동영상에 나온 것처럼 그 이후의 삶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헬렌 켈러가 살았던 미국은 어떤 곳이었나

 헬렌 켈러는 1880년에 태어나 1968년에 사망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인권 운동은 1970~1980년대에 정점을 이루었지만 미국은 헬렌 켈러가 활동하던 시기가 바로 민주주의의 가치들을 성취해낸 시기였다. 

여성과 흑인의 참정권 운동
 1870년대부터 1910년 사이에 미국 몇 개 주에서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하다가 1920년에 미국 연방에서 여성 참정권을 공식화했다.

흑인의 참정권을 독려하며 순회하던 'Freedom ride' 운동가들의 버스가 공격을 당한 모습


 흑인의 참정권의 경우 꽤 일찍 1870년에 법으로 참정권에서 인종차별을 철폐했지만 실질적으로 흑인들이 자유롭게 투표를 하게 된 것은 그로부터 한참 지난 1960년대 후반이었다. 거의 100년의 기간동안 왜 흑인들은 투표를 하지 못했을까?

 흑인이 투표장 근처에만 나타나도 폭행하고 살해협박을 하는가 하면 문맹테스트, 투표세와 같은 수단을 동원해 흑인의 투표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관련 영화: 흑인들의 투표를 격려하기 위한 여행을 하던 대학생 운동가 3명이 남부 미시시피주에서 실종(살해)된 사건을 다룬 영화 '미시시피 버닝'가 있다.)


다국적 기업의 탄생과 노동 운동
 이 시기의 미국은 한 편으로는 다국적 기업이 엄청나게 성장하고 비참한 환경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인권 운동이 성장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J.P. Morgan과 Rockefeller같은 유명한 기업인들이 엄청난 부를 축적했던 시기이며, 비인간적이고 비참한 노동조건을 견디지 못한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해 정부 및 기업과 대결했던 시기이다.


언론의 자유 억압
 미국은 1차,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한편으로는 국내적으로 인권탄압, 노동자 학대, 인종차별 등,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 한 번은 겪어야 하는 다양한 갈등을 모두 겪고 있었다.

 이윤을 높이기 위해 안전장치를 제거한 기계로 일을 하다 불구가 되거나, 일을 열심히 해도 저임금 때문에 비참한 생활을 벗어날 수 없었던 빈민들의 현실은 그 사실이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권력과 재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었다. 미국 내부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미국은 방첩법(espionage act)을 제정해 정부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언론의 자유를 제한했다.


미국 격동의 시기를 살았던 헬렌 켈러는 이 모든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여성 참정권, 인종차별 반대, 사형 폐지, 노동자의 권리 향상과 같은 목표를 위해 노력했다. 진보적인 사회 운동을 펼쳤던 헬렌 켈러, 20살 이후의 삶이 이토록 알려지지 않은 것은 왜 일까.

헬렌 켈러 위인전 표지 (사악한 느낌 -.-)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위인전과 EBS의 명작영화로 접했던 헬렌 켈러의 삶이 단지 20대까지의 삶만을 그리고 있는 것은 우연은 아닌 것 같다. 이 글 맨 위에 소개한 동영상에 나오듯 헬렌 켈러는 오래도록 FBI의 감시를 받았던 '요주의 인물'이었다.

-=-=-=-=-=-=-=-=-=-=-=-=-=-=-=-=-=-=-=-=-=-=-=-=-=-=-=-=-=-=-=-=-=-=-

 외국의 인물에 대한 '위인전' 하면 수 많은 이름들이 떠오른다. 스티븐슨, 에디슨, 벨, 나폴레옹, 제너, 퀴리부인... 이 중에 외국의 위인들의 이야기들은 아마 1960년대 이전에 한국에 들어올 만한 이야기는 이미 거의 다 들어오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이 시기의 권력자였던 이승만, 박정희 같은 부패한 독재자들이 반공주의를 빌미로 국내의 저항운동을 탄압하던 시절이었던 만큼, 헬렌 켈러의 진보운동가로서의 활동은 자연스레 묻혀버렸을 거라 짐작이 가능하다.

 헬렌 켈러를 소개하려면 제대로 할 것이지, 88년이나 살았던 사람의 삶을 뚝 잘라서 20년만 소개하고 나머지 68년의 이야기는 엿바꿔먹은 건 누가 그랬을까? 누가 그랬을까?


누가 그랬을까? 응? 누가 그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