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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형 영부인 미셸 오바마를 보며 느끼는 결혼과 부부에 대한 생각 본문

시사매거진9356

활동형 영부인 미셸 오바마를 보며 느끼는 결혼과 부부에 대한 생각

thezine 2009. 10. 30. 14:49

  연합뉴스에 실린 기사다. 정확하게는 뉴욕타임즈에 실린 기사를 연합 뉴스 특파원이 인용 보도한 내용이다. (연합뉴스 기사 링크)

 기사의 제목은 얼마 전 오바마가 부인 미셸과 함께 뉴욕에서 뮤지컬을 관람한 것에 대해 공화당에서 '호화 관람'이라며 비판한 것이 가장 괴로웠다는 내용이다. 말이 '괴로웠다'이지, 부부가 뮤지컬 보는 것 가지고 딴지를 거는 공화당에 가장 열 받았다는 뜻인 것 같다.

 제목과 관련된 기사 내용과는 별개로, 이 기사가 인용한 NYT의 기사 전문은 뮤지컬 관람을 포함한 미국 대통령 부부의 생활에 대한 것인 듯 하다. 그리고 이 인용기사의 마지막 부분은 다음과 같다.

"......

   미셸의 통찰이 대통령의 생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질문에 미셸은 "나는 남편이 내리는 그 많은 어려운 결정들에 관심이 없다"며 정치 문제와 거리를 뒀다.

   그러나 백악관 관계자는 미셸이 자신의 참모들이 제출한 사회 현안에 관한 보고서를 매일 읽고 있다며 미셸의 생각이 분명히 대통령에게 영향을 주는듯 하다고 말했다.

   미셸은 여론의 분위기를 대통령에게 전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오바마는 "거의 모든 국내 현안에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고 무엇이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지에 관해 미셸이 매우 도움이 되는 통찰을 준다"며 "미셸은 1인 여론조사 결과와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미셸은 "모든 사람이지!"라며 혼자만의 생각이 아님을 강조했다.

   NYT는 앞으로 3년이나 7년 뒤에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게 되면 오바마 부부는 결혼 생활을 어떻게 해나갈지 다시 의논을 하게 될 것이라며 그 때는 아마도 미셸 오바마의 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해 부부 생활의 중심이 미셸이 하는 일로 넘어가게 될 것임을 설명했다."

기사의 마지막 부분 인용

 미셸 오바마 역시 비서관들의 사회 현안 보고서를 두루 읽어보고, 국민 여론 동향과 함께 오바마에게 조언을 해준다는 내용이다. 일반적인 경우, '영부인'의 역할은 주로 고아원 방문, 청소년 행사 참석, 부부동반 파티 참석과 같은 가정적이고 전통적인 여성상에 가까운 역할에 치중하는 듯 하다. 그리고 미셸 오바마는 여기에 더해서 비공식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에게 그녀의 통찰을 제공하는 역할도 하고 있는 듯 하다.

 예전에 클린턴 대통령이 재임하던 시절, 사람들은 진짜 대통령은 힐러리다, 혹은 클린턴을 대통령으로 만든 건 힐러리다 하는 이야길 하곤 했다. 클린턴이 바람을 피우고 '부적절한 관계'를 인정할 때에도 힐러리와 클린턴의 태도와 반응은 마치 말썽쟁이와 엄마 같은 느낌이었다. 결국 힐러리는 클린턴 재임 중 뉴욕주 상원의원이 되더니 민주당의 대권주자로 부상하는가 하면 현재 미국 국무장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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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위에도 썼지만 클린턴과 힐러리의 관계는 말썽꾸러기와 엄마 같은 느낌이라면 오바마와 미셸의 관계는 진짜 어른스런 파트너로서의 부부의 느낌을 준다. 오바마와 미셸이 만난 건 시카고의 한 로펌이었는데, 미셸이 오바마보다 더 잘 나가는 변호사였고 수입도 더 많았다고 한다. (엄밀히 말하면 '빌과 힐러리', '버락과 미셸'이라고 해야 맞겠지만 저렇게 쓰는 게 더 알아보기 쉬울 듯 함^^)

 물론, 부부가 정신적으로도 동등한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 둘 다 고학력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미셸은 변호사라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이었고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남편에게 다양한 깊이 있는 정보를 전달해줄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할 것이다.

 다양한 사회 현안에 대한 비서진의 보고서를 읽어보고, 그 외 사회 여론을 접해서 정리해서 바쁜 대통령 남편에게 조언을 해주는 부인 미셸이 오바마에게는 어떤 비서관보다도 든든한 지원군이지 않을까. 더군다나 미셸은 현재의 오바마가 있게 된 바탕인 시민단체 활동 시절부터 함께 해왔던 만큼 오바마의 취향과 관심사, 지향점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이희호 여사의 약력이 잠깐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이희호 여사는 당시 이화여대와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사회학 석사학위를 받았던, 1950년대 한국 최고의 엘리트 여성이었다. 김 전 대통령이 엄청난 독서광이자 메모광이었고 자료와 수치를 정확하게 기억, 인용하던 사람이란 점은 비교적 잘 알려져있는데, 이희호 여사도 그런 면에서 상당히 비슷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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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바마 대통령이 '부인과 뮤지컬 본 걸로 딴지 건' 공화당에 화가 났었다는 말은 그만큼 부인과의 관계, 가족들에 대해 각별하다는 반증이기도 한데,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퇴임 후 부인 이희호 여사와 늘 함께 하는 것이 퇴임 후 가장 좋은 점이라고 했었다.

 나이가 들수록 애정과 함께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깊어져가는 든든한 반려자를 만나는 것은 정말 커다란 축복이다.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김대중 전 대통령, 그리고 그 어느때보다 미국인과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좀 오바스러운 면도 없지 않지만) 오바마 대통령에게 그런 영부인이 있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는 아닌 것 같다.

 전통적인 영부인과는 달랐던 힐러리와는, 또 다른 새로운 영부인 상을 보여주는 미셸을 보면 부부 관계의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런 든든한 동료 의식이란 생각이 든다. 대통령 영부인이라는 거창한 자리가 아니더라도, 보통의 부부들이 함께 가계를 꾸려나가고 육아를 함께 하는 것처럼 평범하지만 중요한 일상에서도 물론 마찬가지다.

 결혼을 하면 1년 정도는 '결혼하니까 좋으냐'는, 단순한 인사말이나 마찬가지인 질문을 종종 듣게 된다.(아직 1년이 안됐지만 아마 그 정도는 채우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인사말인데 정색하고 진지하게 답하기도 뭣해서 '벌써 지겨우면 앞으로 평생 어떻게 살겠어요'라고 가볍게 농담 겸 반문으로 넘기곤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결혼 후 가장 크게 느끼는 장점이자, 변화라면 역시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든든한 동료의식이다.

 '결혼이란 이런 것'이라는 결론은 지금은 물론이고 앞으로 오랜 시간이 지나도 쉽게 말하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가장 근접한 답인 것 같다. 다른 초보 유부남들은 어떻게 느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