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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9356

상투잡기, 막차타기

thezine 2007. 4. 1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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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를 잡는다는 표현도, 막차를 탄다는 표현도 생각해보면 참 재미있는 표현이다. 늘상 하는 표현 속에는 그렇게 나름 예술적 가치(?)가 느껴지는 표현이 많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 '막차 탔다', '말다(예: 소주를 맥주에 말다. 즉 섞는다는 말)', '상투를 잡았다'...

작년 가을이나 연말쯤에 한창 미친 듯이 치솟는 집값 열풍에 모든 사람이 놀라고, 또 많은 사람들이 그 열풍에서 자기 몫을 놓치지 않을까 싶어 뒤늦게 그 열풍에 합류하기도 했다.

그 후에 종부세에 대한 논란이 일 때 들었던 생각은, 부동산 투기로 돈 벌면 재테크고 세금 걷는 건 못마땅한 심리, 도박으로 따면 내 돈, 잃으면 정부 탓,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좀 있었던 것 같다. 위험을 부담하는 사람이 도박의 배당금을 잃거나 가져가는 법.

어찌보면 기사에 등장한 아줌마의 신세가 쌤통이다. 집 담보로 이리저리 돈을 빌려서 무리하게 집을 사서 대단한 시세차익을 누려보겠다는 소박한(?) 욕심. 그러나 뭣도 모르는 사람이 남들 따라서 '나도 해야지'할 때, 이미 진짜 투기꾼들은 빠져나가고 남들 따라 8억 대출 받은 간 큰 아줌만 남아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투기에 동참한 아주머니가 한 편으론 쌤통이지만 정말 손해를 봐야 할 투기꾼들은 이미 '이익 실현'하고 강 건너 불 구경하고 있을 것 같다.

남들 따라서 나도 뭔가 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착각하고 뛰어드는 것이 '투기', 때론 실패하더라도 나름대로 기준과 원칙을 갖고 하는 것은 '투자'라던 '시골의사...'의 내용이 떠올려지는 대목이다.

내친 김에 그 책에서 공감했던 부분을 덧붙이면 부동산이든 고가의 미술작품이든 그 작품의 순수한 가치(물론 측정할 방법도, 객관적인 기준도 없다.)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투자의 방법으로 새로이 뜨고 지는 수 많은 방법들(중국의 회화 작품 구매 열풍, 한국 큰 손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그 외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르는 의외의 투자처들) 모두 그 자체가 가치가 있어서 비싸지는 게 아니다.

 그림을 사고 팔고 하는 것도 결국 시장에 풀린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림값이 올라갈 것이고 시장에 유동 자금이 적어질수록 사려는 사람도 적어지고 가격도 떨어질 거다.


서울에 손 꼽히는 고급 아파트나 주상복합은 매매가가 20억원을 넘는다. 로또에 당첨되도 살 수 없는 25억원짜리 주택. 만약에 25억원을 펀드를 하든 뭘 하든 해서 연수익률 8%를 얻을 수 있다고 했을 때 이 집주인은 매월 1650만원 정도를 기회비용으로 지불하며 그 집에 사는 셈이 된다.

왠만한 특급호텔의 좋은 방이라도 1년씩 장기로 묵으면 아마 저 돈이면 충분히 호텔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호텔은 방의 집기도 기본으로 비치되어있고 냉난방과 유지비가 따로 들지 않는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왠만한 고급 호텔의 좋은 방을 빌려 살 돈을 집값으로 깔고 앉은 채로 사는 셈이다.

하지만 비율로 따지면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고층 주상복합 건물들이 워낙 눈에 띄다보니 상대적인 빈곤감만 생긴다. 그 나라의 최상위 1%이내의 부자들과 비교했는데도 중산층들이 '뭐 사는 거 비슷하구만'하고 느낄 만한 나라는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