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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출일기

홍콩7080

thezine 2015. 6. 20. 01:11

7080도 아니고 백년전쯤 중국이 내전으로 혼란스럽던 시절에 난민들이 홍콩으로 몰려들었다고 한다. 지금 7백만이 넘지만 당시 백만이던 인구가 두배가 넘게 몰렸다니 얼마나 난장판이었을지. (사실 내 생각엔 홍콩은 현대적인 정부가 생긴지 수십 년 된 지금까지도 어느 정도는 난장판에 가깝다. 잘 돌아가는 난장판이랄까...)

홍콩 역사박물관은 면적이 아주 넓진 않지만 중국어와 영어만 적혀있고 게다가 전시물에 붙은 안내문구는 왜 그리도 작고 조명은 글자가 안 보이게 해놨는지... 암튼 그래서 4시간을 꽉 채워야 제대로 볼 수 있다. 이제 홍콩 역사는 빠삭한 기분?

전시물 중 옛날 흑백 영상에 잠깐 스쳐가는 저 장면에 바구니 속 두 아이가 내 아이들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전에 휘말린 고향을 떠나온 저들에게는, 튼튼한 지붕 덮힌 머물 곳조차도 없었겠지만, 바구니 속 두 아이는 엄마만 의지하며 빠꼼이 바깥 세상을 쳐다본다. 엄마가 있으니까 안심해라 아가들아... 대신 이야기 해주고 싶어서 그 장면을 찍었는데, 사실 사진 속 저 아이들이 나보다 80살은 더 많을 거란 생각이 드네.

지금의 부산한 침사추이 거리처럼 혼란스러운 근대를 보낸 홍콩. 박물관을 돌아보는데, 힘든 시절을 함께 견뎌 내야했을 부모와 아이의 모습들이 3초짜리 단편영화처럼 머리에 그려졌다. 백년 전 홍콩이 아니더라도, 지금도 사실은 사람 사는 일상이 그런 거라고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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