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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출일기

기시감

thezine 2017. 6. 3. 17:18
혼자 하는 여행을 특별히 선호하진 않지만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으니) 혼자라도 가야 할 때가 있다. 1) 같이 갈 만한 사람이, 2)마침 그 여행지를 좋아하고, 3) 마침 그 시기에 시간이 나야 가능하니까.

매년 돌아오는 회사 여행을 자유여행으로 준비하면서, 가볼 곳들, 먹고 싶은 음식, 동선을 그려보고, 시간을 맞춰보고, 여기에서 하고 싶은 것, 저기에서 하고 싶은 일들을 일하는 틈틈이 채워넣어보았다. 회사에서 바쁜 와중에, '어차피 할 거니까', 하면서 시간을 내서 한 일. 그런데 오늘, 주말 오후 간만에 여유를 느끼며 누워있는데, 어제 여행 일정을 짜던 일이 생각나고, 문득, '아 그 시간이 즐거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행은 여행 자체로 즐겁기도 하지만, 여행 준비도 못지 않게 즐거운 일이라는 이야길 하는데, 나 스스로도 재미가 있다는 생각도 하지 못한 채로 짬짬이 지도를 둘러보던 순간이 즐겁게 느껴지다니.

실제로 즐거웠던 것이 아니라, 기억의 불완전함과 센치함이 버무려져서 그렇게 느껴진 것이거나, 아니면 즐거움이 무엇인지 잊고 살기 때문에 이제서야 깨달은 것이거나, 둘 중에 하나.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온전히 내 시간으로 보낼 수 있으니 나름 중요한 행사다 싶은 생각이 든다. 매년 기대 없이 맞이하고 기대 없이 보내기도 했는데 갑자기 기다려진다. 이 회사 들어오고 매년 있던 행사인데 이런 기다림은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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