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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의 한계 본문
http://news.media.daum.net/economic/stock/200709/20/yonhap/v18209590.html
한국 증시가 FTSE에 선진국 지수로 편입되는 데 3년 연속 실패했다는 기사가 올랐다. FTSE가 무언가 해서 찾아보니 Financial Times라는 신문과 London Stock Exchange(런던증권거래소)가 함께 만든 회사이고 여기에서 정한 기준으로 세계의 증시를 '선진국지수', '신흥시장지수' 같은 것으로 구분한다고 한다.
3년 연속으로 선진국지수에 편입되지 않은 것은 외환이니 뭐니 몇 가지 항목이 '제한적 충족'이 되었기 때문이고 이 중 몇가지가 '충족' 상태가 되어야 선진국 지수에 편입이 되는 것 같다.
그런데 거기에 곧이어 눈에 띄는 기사가 있다. '한국 증시가 선진국지수에 편입되지 않은 진짜 이유'라는 기사다.
http://news.media.daum.net/economic/stock/200709/20/yonhap/v18212473.html?_RIGHT_COMM=R2
실제로는 제도 미비와 같은 부분보다는 한국과 대만이 신흥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선진국지수로 편입시키지 않았다는 요지의 기사다. 외국의 일개 기관이 한국의 증시를 낮게 평가하는 것에 대한 반발감을 살살 긁어주기 위한 기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클릭해봤다.
한국과 대만의 증시는 각각 신흥시장에서 시가총액으로 17%, 12%라고 한다. 거기에 포함된 나라가 여럿일테니 비중이 꽤 높은 셈이다. 두 나라를 합치면 거의 30%니까 말이다.
이렇게 비중이 큰 두 나라가 신흥시장에서 빠져서 선진국 지수로 편입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나라 증시도 변동성이 꽤 높은 편인데 그 외의 신흥시장에 속한 국가는 그 변동성이 더 심해서 '난리 부르스' 수준이라고 한다. (이런 건 '블루스'라고 쓰면 어감이 살지 않는다.) 우리나라 증시가 변동이 심하지만 삼성전자 같이 시가총액이 큰 기업이 묵직하게 큰 변화가 없이 자리를 지켜서 그나마 코스피 지수가 조금 더 안정될 수 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신흥시장 지수'에서 한국, 대만처럼 시가총액이 큰 나라의 증시가 자리를 지켜야 신흥시장 지수가 '널 뛰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변동폭이 크다는 것은 곧 리스크가 높다는 말이므로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는가보다. FTSE지수가 주로 유럽계 펀드가 참고하는 중요한 지수인 만큼 투자를 위축시키고 금융회사의 돈벌이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FTSE는 두 번째이고 가장 영향력이 높은 관련 지수는 MSCI라고 한다.
위에 나온대로 MSCI는 모건스탠리 계열에서 운영하는 지수이다. 미국 회사니만큼 미국의 자금들이 해외 투자를 할 때 이 지수를 주로 참고한다고 한다. 세계의 돈줄은 유럽이 아니면 미국일테니까 (잘난 일본도 이런 지수는 없나보다.) 이 두 지수에 따라 그 나라의 증시에 대한 평가가 오르락 내리락 한다는 말씀.
한국과 대만의 비중이 큰데 이 두나라의 증시가 빠질 경우 이를 대체해줄 만한 것이 중국의 증시다. 하지만 중국은 외국인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고 있어서(중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A주/B주를 나누어놓고 외국인은 B주에만 투자할 수 있다고, 아주 오래전에 들은 기억이 난다.) 신흥시장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한국과 대만이 FTSE 선진국지수에 편입되지 못한 것은 외부적인 요건에 대한 고려 때문이라는 것이 이 기사의 요점이다.
물론 FTSE가 제시한 이유들도 나름 근거가 있다. 외환은행-론스타 사태처럼 정부가 개입하는 모습이 불확실성을 증가시켰고, 한국 재벌기업들이 불법을 저지르고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더라도 처벌받지 않는 불투명성 말이다. 불법 경영 행위를 용인하고 사법부에서는 휠체어만 타면 다 용서해주는 '친기업적'인 풍토로 인해 Korea Discount가 생겨났다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국가 경제의 전반이 외국의(주로 미국과 영국의) 일개 기업체나 기관에 의해 평가받고 그 평가에 의해 경제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현실에 대한 자조감이다.
과거를 예로 들면, 영국의 한 천문대를 기준으로 표준시를 자기네들끼리 정해놓은 것이 지금은 전세계 사람들이 보는 시간의 기준점이 되었고, 마찬가지로 유럽 어느 나라에서 시작되었을 현재의 남성정장이 지금은 전세계 사람들이 '예절을 갖춘 말끔한 차림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것들이 그렇다.
또 실질적인 면을 보면, 미국의 무디스/S&P와 같은 신용평가사의 국가신용등급/투자등급을 한 등급 올리기 위해 정부가 열심히 노력을 하고 그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현실도 그렇다.
금융, 문화, 과학, 그 외 여러 면에서 이미 그들이 만들어놓은 게임의 법칙을 따라서 발을 맞춰야 하는 것이 '그 외 나라들'의 신세라고 할 수 있다. 서양식 무도회장에 처음 들른 갓 쓴 양반이 열심히 왈츠를 따라 추면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동등하게 경쟁할 수는 없는 법이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그들이 만들어놓은 게임의 법칙'에 맞춰 조금 더 앞서나가기 위해 영어를 배우고 증권거래시스템을 고치고 서양으로 유학을 떠나고 신용평가사에 열심히 자료를 갖다 바치고 있다.
세계사에 조연으로라도 그 비중을 늘리기 위해 노력중인 한국. 한국이 더 분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민족주의, 국가주의 같은 관념들이 허점도 많고 문제도 많은 관념이라고 생각하지만 세계적인 움직임을 볼 때마다 이런 기분이 드는 것도 어쩔 수가 없다. 결국 세계로 나가면 나갈수록 "where are you from?"이라는 질문의 대답에 나 자신을 규정받게 되는 건 현실이다.
이 와중에 약간 동떨어져보이는 기사 한 꼭지.
http://news.media.daum.net/foreign/others/200709/20/seoul/v18208174.html?_RIGHT_COMM=R6
현지 대만 집권당인 민진당의 '천수이비엔'을 공격하기 위해 국민당에서 한국인 기업인을 등장시켜 현재 정권이 독립과 같은 이념에만 치우쳐있고 경제에 신경쓰지 않는다는 광고를 내보냈다고 한다.
이에 발끈한 천수이비엔이 대만의 거시지표가 한국보다 뒤쳐지는 부분도 있지만 더 앞선 부분도 있으며 결코 뒤쳐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는 내용이다. 기사에는 이 기사의 제목에 낚인 다수의 네티즌들이 발끈해서 대만을 욕하는 리플이 달려있다.
대만과 한국이 나란히 FTSE 선진국지수에 편입되지 못했다는, 다소 불공정한 평가라는 지적이 담긴 기사와 함께 이 기사를 접하니 묘한 우연의 일치이다. 지구본을 빙글빙글 돌려봐도 나라마다 처한 상황이 제각각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나마 경제적으로, 지역적으로, 역사적으로 공통점을 가진 두 나라가 함께 FTSE에서 왕따를 당하고 또 다른 편에선 경제적인 경쟁심리를 자극하는 고약한 정치광고 때문에 들끓고 있는 모습은 서글픈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대만이나 우리나라나 모두 열심히 조연으로 살아가는 수밖에는 없겠지... ^^
한국 증시가 FTSE에 선진국 지수로 편입되는 데 3년 연속 실패했다는 기사가 올랐다. FTSE가 무언가 해서 찾아보니 Financial Times라는 신문과 London Stock Exchange(런던증권거래소)가 함께 만든 회사이고 여기에서 정한 기준으로 세계의 증시를 '선진국지수', '신흥시장지수' 같은 것으로 구분한다고 한다.
3년 연속으로 선진국지수에 편입되지 않은 것은 외환이니 뭐니 몇 가지 항목이 '제한적 충족'이 되었기 때문이고 이 중 몇가지가 '충족' 상태가 되어야 선진국 지수에 편입이 되는 것 같다.
그런데 거기에 곧이어 눈에 띄는 기사가 있다. '한국 증시가 선진국지수에 편입되지 않은 진짜 이유'라는 기사다.
http://news.media.daum.net/economic/stock/200709/20/yonhap/v18212473.html?_RIGHT_COMM=R2
실제로는 제도 미비와 같은 부분보다는 한국과 대만이 신흥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선진국지수로 편입시키지 않았다는 요지의 기사다. 외국의 일개 기관이 한국의 증시를 낮게 평가하는 것에 대한 반발감을 살살 긁어주기 위한 기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클릭해봤다.
한국과 대만의 증시는 각각 신흥시장에서 시가총액으로 17%, 12%라고 한다. 거기에 포함된 나라가 여럿일테니 비중이 꽤 높은 셈이다. 두 나라를 합치면 거의 30%니까 말이다.
이렇게 비중이 큰 두 나라가 신흥시장에서 빠져서 선진국 지수로 편입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나라 증시도 변동성이 꽤 높은 편인데 그 외의 신흥시장에 속한 국가는 그 변동성이 더 심해서 '난리 부르스' 수준이라고 한다. (이런 건 '블루스'라고 쓰면 어감이 살지 않는다.) 우리나라 증시가 변동이 심하지만 삼성전자 같이 시가총액이 큰 기업이 묵직하게 큰 변화가 없이 자리를 지켜서 그나마 코스피 지수가 조금 더 안정될 수 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신흥시장 지수'에서 한국, 대만처럼 시가총액이 큰 나라의 증시가 자리를 지켜야 신흥시장 지수가 '널 뛰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변동폭이 크다는 것은 곧 리스크가 높다는 말이므로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는가보다. FTSE지수가 주로 유럽계 펀드가 참고하는 중요한 지수인 만큼 투자를 위축시키고 금융회사의 돈벌이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FTSE는 두 번째이고 가장 영향력이 높은 관련 지수는 MSCI라고 한다.
위에 나온대로 MSCI는 모건스탠리 계열에서 운영하는 지수이다. 미국 회사니만큼 미국의 자금들이 해외 투자를 할 때 이 지수를 주로 참고한다고 한다. 세계의 돈줄은 유럽이 아니면 미국일테니까 (잘난 일본도 이런 지수는 없나보다.) 이 두 지수에 따라 그 나라의 증시에 대한 평가가 오르락 내리락 한다는 말씀.
한국과 대만의 비중이 큰데 이 두나라의 증시가 빠질 경우 이를 대체해줄 만한 것이 중국의 증시다. 하지만 중국은 외국인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고 있어서(중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A주/B주를 나누어놓고 외국인은 B주에만 투자할 수 있다고, 아주 오래전에 들은 기억이 난다.) 신흥시장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한국과 대만이 FTSE 선진국지수에 편입되지 못한 것은 외부적인 요건에 대한 고려 때문이라는 것이 이 기사의 요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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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FTSE가 제시한 이유들도 나름 근거가 있다. 외환은행-론스타 사태처럼 정부가 개입하는 모습이 불확실성을 증가시켰고, 한국 재벌기업들이 불법을 저지르고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더라도 처벌받지 않는 불투명성 말이다. 불법 경영 행위를 용인하고 사법부에서는 휠체어만 타면 다 용서해주는 '친기업적'인 풍토로 인해 Korea Discount가 생겨났다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국가 경제의 전반이 외국의(주로 미국과 영국의) 일개 기업체나 기관에 의해 평가받고 그 평가에 의해 경제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현실에 대한 자조감이다.
과거를 예로 들면, 영국의 한 천문대를 기준으로 표준시를 자기네들끼리 정해놓은 것이 지금은 전세계 사람들이 보는 시간의 기준점이 되었고, 마찬가지로 유럽 어느 나라에서 시작되었을 현재의 남성정장이 지금은 전세계 사람들이 '예절을 갖춘 말끔한 차림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것들이 그렇다.
또 실질적인 면을 보면, 미국의 무디스/S&P와 같은 신용평가사의 국가신용등급/투자등급을 한 등급 올리기 위해 정부가 열심히 노력을 하고 그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현실도 그렇다.
금융, 문화, 과학, 그 외 여러 면에서 이미 그들이 만들어놓은 게임의 법칙을 따라서 발을 맞춰야 하는 것이 '그 외 나라들'의 신세라고 할 수 있다. 서양식 무도회장에 처음 들른 갓 쓴 양반이 열심히 왈츠를 따라 추면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동등하게 경쟁할 수는 없는 법이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그들이 만들어놓은 게임의 법칙'에 맞춰 조금 더 앞서나가기 위해 영어를 배우고 증권거래시스템을 고치고 서양으로 유학을 떠나고 신용평가사에 열심히 자료를 갖다 바치고 있다.
세계사에 조연으로라도 그 비중을 늘리기 위해 노력중인 한국. 한국이 더 분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민족주의, 국가주의 같은 관념들이 허점도 많고 문제도 많은 관념이라고 생각하지만 세계적인 움직임을 볼 때마다 이런 기분이 드는 것도 어쩔 수가 없다. 결국 세계로 나가면 나갈수록 "where are you from?"이라는 질문의 대답에 나 자신을 규정받게 되는 건 현실이다.
이 와중에 약간 동떨어져보이는 기사 한 꼭지.
http://news.media.daum.net/foreign/others/200709/20/seoul/v18208174.html?_RIGHT_COMM=R6
현지 대만 집권당인 민진당의 '천수이비엔'을 공격하기 위해 국민당에서 한국인 기업인을 등장시켜 현재 정권이 독립과 같은 이념에만 치우쳐있고 경제에 신경쓰지 않는다는 광고를 내보냈다고 한다.
이에 발끈한 천수이비엔이 대만의 거시지표가 한국보다 뒤쳐지는 부분도 있지만 더 앞선 부분도 있으며 결코 뒤쳐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는 내용이다. 기사에는 이 기사의 제목에 낚인 다수의 네티즌들이 발끈해서 대만을 욕하는 리플이 달려있다.
대만과 한국이 나란히 FTSE 선진국지수에 편입되지 못했다는, 다소 불공정한 평가라는 지적이 담긴 기사와 함께 이 기사를 접하니 묘한 우연의 일치이다. 지구본을 빙글빙글 돌려봐도 나라마다 처한 상황이 제각각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나마 경제적으로, 지역적으로, 역사적으로 공통점을 가진 두 나라가 함께 FTSE에서 왕따를 당하고 또 다른 편에선 경제적인 경쟁심리를 자극하는 고약한 정치광고 때문에 들끓고 있는 모습은 서글픈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대만이나 우리나라나 모두 열심히 조연으로 살아가는 수밖에는 없겠지... ^^
참고
위 기사에 악플을 다는 사람들을 보고 생각나서 사족을 붙이자면 대만은 생각보다 잘 사는 나라다. 몇 년 전까지 우리나라보다 GDP가 앞섰고 지금은 우리나라가 더 앞섰지만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게다가 물가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싸니까 살기에는 구매력은 더 높을 것이다. 또 이 사람들도 나름 감정적이고 편견도 많고 하겠지만 불쌍한 사람들. 포르투갈, 스페인, 네델란드의 침략을 받고, 나중에는 중국 대륙에 버림받아 하루 아침에 뜬금없이 일본에 식민지로 할양되고 어쩌다 해방되니 곧이어 대륙에서 밀려온 국민당에 탄압받고, 이래저래 동네북 신세였던 나라.
위 기사에 악플을 다는 사람들을 보고 생각나서 사족을 붙이자면 대만은 생각보다 잘 사는 나라다. 몇 년 전까지 우리나라보다 GDP가 앞섰고 지금은 우리나라가 더 앞섰지만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게다가 물가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싸니까 살기에는 구매력은 더 높을 것이다. 또 이 사람들도 나름 감정적이고 편견도 많고 하겠지만 불쌍한 사람들. 포르투갈, 스페인, 네델란드의 침략을 받고, 나중에는 중국 대륙에 버림받아 하루 아침에 뜬금없이 일본에 식민지로 할양되고 어쩌다 해방되니 곧이어 대륙에서 밀려온 국민당에 탄압받고, 이래저래 동네북 신세였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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