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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OUT, please 본문
유모차를 끌고,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젊은 아빠 엄마들,
손을 잡고 '이명박 OUT'을 들고 다니던 중년 부부,
1~2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사람들,
해병대 모자를 쓰고 의경들을 향해 꾸짖는 아저씨,
오랜만에 보는 대학생들 깃발,
'비운동권'인 고려대 총학생회 회장이 학생 폭행에 항의하자 연행되고,
시민들을 골목에 몰아넣고 얼굴을 겨냥해 물대포를 쏘는 경찰들,
시민들에게 돌을 던지고 물대포를 쏴서 갈비뼈를 부러트리고 방패를 갈아 폭행하는 경찰들,
테러범들을 진압하는 데 투입되어야 할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끌고 밟고 때리고,
간밤의 차가운 밤바람(어젯밤 바람이 꽤 싸늘했다.)에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떨던 시민들,
그런데 이명박氏는 '촛불 누가 사준 거냐'는 소리나 하는 걸 보니 아직 정신을 못차렸나보다.
아마 오해를 한 것 같은데 한국의 주인은 시민들이지 대통령이 아니다.
물론 '주동자'가 어떻고 '배후'가 어떻고 '정치적 노림수'가 어떻고 하는 떨거지들도 있겠지.
이번 광우병 문제는 우리나라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조중동 신문이 문제가 많다는 것도 이번 광우병 사태로 널리 알려지고 광고 불매 운동으로 급기야 조선일보가 논조를 바꾸기에 이르렀다. (역시 조선일보에게 최고의 선은 안보도, 반공도 아니고 '돈'이었다.)
이명박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 사람인지 모르고 단순히 현대건설 회장 출신이었다는 점 때문에, 교회 장로라는 점 때문에 맹목적으로 지지했던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취임 100여일 동안 저지른 엄청난 잘못들과 그 잘못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막을 만큼 무능한 정부를 보면서 어린 아이들부터 중학생, 고등학생, 사회 문제에 무관심하다는 요즘 대학생, 거기에 젊은 아줌마 아저씨들, 중년 부부들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이 정부에 등을 돌렸다.
무능한 야당(민주당)과 힘이 부족한 진보 언론들, 힘없는 운동가들도 이룰 수 없던 변화다. 이명박은 사기꾼이고 거짓말장이라고 목청이 터지도록 외쳐도 사람들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 후에 비로소 이명박의 진실을 이명박 스스로 사람들에게 알린 셈이다.
IMF 주역 강만수를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앉혀서 시대착오적인 고환율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을 야기시키고 경제위기를 확대시킨 것 말고도 이명박 정부는 3개월 동안 더 잘못을 하기도 어려울 만큼 잘못을 많이 저질렀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 소환제도가 없는 만큼 온라인 탄핵 요청은 실제효과는 없는 일이었지만 진중권의 말처럼 정치 소비자들의 불량품(이명박)에 대한 리콜 운동의 의미를 갖게 됐다.
그런 와중에도 한나라당은 종부세를 감해주는 법안을 18대 국회 1호법안이랍시고 밤새서 자랑스럽게 제출했다고 한다.
속이고, 거짓말로 모면하고 오해였다고 오리발을 내미는 방식으로는 3개월이 한계였나보다. 이명박 정부를 선출한 댓가는 너무 크다.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막아야 한다.
오늘 결혼식장에 갔는데 오랜만에 만난 군대 친구가 피곤한 와중에도 어제 새벽까지 시위 현장에 있었다고 한다. 착하고 정의감 강하던 친구인데 역시나 책임감으로 시위에 나갔다고 한다. 피곤해 죽겠는데 이명박이 쉬게 내버려두질 않는단다.
이번 폭력 진압 상황은 살인을 일삼았던 박정희, 전두환 만큼 심하진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은 2008년이라는 점이다. 조갑제 같은 돌아이들은 80년대에 비하면 양반이라고, 군대를 동원해 진압하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다행스럽다. 극우 선동가들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 현재 상황은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너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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