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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지에 나온 한국인 시리즈 3 - 김대중 전 대통령 본문

미디어비평

TIME지에 나온 한국인 시리즈 3 - 김대중 전 대통령

thezine 2009. 12. 30. 16:51
 TIME magazine의 기사에 등장한 한국 사람에 대해 블로그에 몇 번 글을 쓴 적이 있다. 내 기억으로는 가수 '빅뱅'과 운전면허 필기 시험을 수백 번 보았다는 차사순 할머니에 대한 내용이었던 것 같고 그 외에는 기억에 없다. 그래서 대충 적당히 '시리즈 3'이라고 했는데 잘 찾아보면 한둘 더 있을지도. (옛날보단 덜 하지만 여전히 기사에 한국 사람이 나오면 더 관심이 간다.)


TIME 기사에 나온 한국인: 김대중 전 대통령


 이번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기사에 나왔다. 지난 주에 나온 (2009년 12월..14일자인가?) TIME의 주요 기사는 2009년의 인물들을 조명하는 '올해의 인물'과 '2009년에 세상을 떠난 사람'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 중에서 '2009년에 세상을 떠난 사람들' 중 한 명으로 소개되었다. 정확한 기사 제목은 'Farewell - The lives and legacies of those who died this year'다. 번역하자면 '고별 - 올해에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삶과 유산'이라고 하면 될 듯.

 참고로 Ted Kennedy 상원의원, 마이클 잭슨, 패트릭 스웨이지, 코라손 아키노(필리핀 민주주의 운동가), 폴 새뮤얼슨(경제학자), 로버트 맥나마라(베트남전 당시 미국방장관) 같은 사람들이 함께 나왔다. 총 26명이 소개되는데, 미국 잡지니까 당연한 거겠지만 미국 사람이 대부분.


 말이 길어지면 한없이 길어질 수 있어서 우선 기사에 나온 글만 소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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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

대통령이자 반골이었던 사람, 85세

글쓴이: Donald P. Gregg

 김대중이 한국의 대통령에 당선되는 과정은 길고도 혼란스러웠다. 그는 1997년에 네 번의 도전 끝에 대통령에 당선되었는데, 처음 대선 출마는 1971년의 일이다. 이 기간 동안 김대중은 암살 시도, 납치, 그리고 사형 선고를 거치고 살아남았다. 이것들은 김대중이 군사정권이 경멸한 남부지방 출신의 의심스러운 진보주의자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1973년과 1981년에는 미국이 개입해서 그를 구하기도 했다.

 대통령으로서, 김대중은 한국을 아시아 금융 위기로부터 능란한 솜씨로 이끌었다. 그는 정실주의(필자 주: 끼리끼리 해먹는 거)로 인해 체질이 약해진 가족경영 재벌들과 부적절한 부채를 떠맡은 은행들을 청소했다. 북한과 화해를 위한 그의 '햇볕 정책'은 2000년 남북 정상 회담과 노벨평화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의 빛나는 업적은 가족의 부패(2명의 아들이 감옥에 갔다.)와 대북 비밀 송금 때문에 빛이 바랬다.

  격식을 잘 갖춘 김대중의  장례식장에서 나는 한국의 전 국무총리에게 '김대중 대통령이 어떻게 기억되겠는가' 하고 물어보았다. 그는 이렇게 간단히 대답했다. "그는 한국에 민주주의를 가져온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Gregg,  Korea Society의 명예 의장이며, 1989년부터 1993년까지 한국 주재 미 대사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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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한 TIME 기사 원문에 가깝게, 긴 문장만 끊어서 번역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좋게 평가하는 사람이든 나쁘게 평가하는 사람이든, 위의 글에 대해 '이건 아니고 이러이러한데'라고 할 말이 떠오를 것 같다. 위에 '군사 정권이 남부지방 출신을 경멸했다'는 부분만 해도, 지역감정이 선거 과정에서 박정희 정권이 만들어낸 정치적 발명품이라는 사실과는 어감이 많이 다르다. 몇 가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있지만 일단은 '노태우 정권 시절 한국에 근무했던 미국 대사의 시각은 이렇구나' 하는 정도로 받아들이는 게 좋을 것 같다.

 위 글의 필자는 TIME의 집필진이 아니지만 TIME의 글을 보면 아무래도 외국인들이 쓰는 글인 만큼 그렇게 깊이 있게 한국의 사건이나 인물을 다루는 경우는 드물다. 미얀마, 수단, 북한 같은 3류 독재국가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최근 한국의 민주주의의 위기는 그들이 보기엔 그렇게 '쎈' 사건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이해는 된다.


 세상을 떠난지 한참된 다른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제대로 체계적인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학술적 평가는 아직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