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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듣보잡 인터넷 언론들의 생존법

thezine 2010. 3. 8. 11:13
  인터넷 포털 뉴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게 외국의 언론이나 네티즌을 인용한 기사다. 위 기사에서는 '중국 네티즌, 연아 깎아내리기'라는 기사 제목이 눈에 띈다.


내용을 보니 미디어 이름은 '엑스포츠 뉴스'다. 이 이름을 들어본 사람 손? 아니, 리플?



  내용을 들여다보니 이 기사는 중국의 인터넷 언론이라는 '레코드 차이나'를 인용했다. 엑스포츠? 얘도 처음 보는데 그 안에 다시 처음 보는 애가 등장한다. 요즘 신생 소규모 인터넷 언론사가 무지 많아졌다.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매체들이 종종 포털 뉴스에 등장하곤 한다. '소스'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법한 무명 네티즌의 '리플'이나 엑스포츠, 레코드차이나 같은 소스를 통틀어 요즘 말로 듣보잡이라 한다.

 이런 식으로 듣보잡을 인용해가며, 자극적인 제목을 남발하며 클릭을 구걸하는 인터넷 기사들이 많다. '클릭수 높이기'를 지상 과제로 하는 신생 인터넷 사이트들은 내용이야 어떻든 그저 클릭만 늘어나면 장땡이라는 식으로 기사를 작성할 때가 많다. 최근에 비슷한 예로 일본의 DCinside라고 하는 2ch라는 사이트와 관련된 최근 에피소드를 들 수 있다.

 그 사건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일본 사이트 2ch에서 '김연아의 금메달은 사기, 매수 어쩌고 하는 글들 등장'
>3.1절을 기해 한국의 DCinside 등 네티즌들이 2ch 사이트에 대한 공격 감행, 사이트 마비 사태 발생
>2ch의 서버가 미국에 있기 때문에 이 서버를 관리하는 회사가 이 사건을 신고했는데, '주state'의 경계를 벗어나는 사건이다보니 FBI가 사건 접수


 국내의 네티즌을 인용할 때도 아이디 하나만 있으면 '인용'의 형식으로 작문이 가능한데 외국 네티즌의 비실명 아이디를 인용하는 것은 결국 기자가 소설을 쓰겠다는 셈이다. 더군다나 DCinside나 일본의 2ch은 유난히 막말을 즐기는 네티즌들이 많기로 유명한 사이트.

 그런 식으로 한국의 언론은 2ch의 막말 리플을 인용해서 한국 네티즌을 열받게 하고, 중국이나 일본의 듣보잡 언론들은 한국의 포털이나 DCinside에 올라온 막말 게시물을 인용해서 반한/혐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면서 클릭수를 구걸하는 장사를 하는 셈이다.

 결국 '어느 나라 네티즌의 막말이 더 자극적인지'를 경쟁하는 듯한 이런 기사들은 전형적인 황색 언론(언론이란 단어가 아깝긴 하지만)의 수법이다. 그리고 거기에 낚여서 중국과 일본 네티즌에 대해서만 핏대를 올리는 사람들도 그만큼 늘어가게 된다.

 반대로, 예전에 중국 사천성에서 큰 지진이 발생해서 많은 피해자들이 생겼을 때도 이를 조롱하는 막말 리플이 한국의 포털 사이트에 올라오기도 했는데, 반대로 이런 글이 캡쳐되어서 중국의 황색 언론이나 막말 사이트를 통해 퍼져나가고, 중국의 순진한 네티즌들은 '한국 사람들이 지진 피해자들을 조롱하는 막말을 한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일이 생긴다.

 요약하자면, "막말네티즌 + 듣보잡 신생 인터넷 뉴스 업체"가 함께 북치고 장구치고 클릭 수 올리고 한중일 반감 올라가고 하는 일이 오늘도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앞으로 포털 뉴스를 볼 때 '어느 나라 네티즌, 언론이 이런 헛소리를 한다'는 식의 자극적인 기사가 올라올 때는 그 기사를 올린 업체의 이름, 기사에서 인용한 근거를 한 번 확인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