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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9356

미국 멕시코만의 기름 유출 사고 이야기

thezine 2010. 6. 19. 23:57

미국 멕시코만이 어디냐면...


 위 지도에서 미대륙의 움푹 들어간 거대한 만이 멕시코만이다.

 이 곳에서 BP라는 석유 회사가 해저 유전을 뚫어서 기름을 뽑아내고 있었는데, 석유시추선이 폭발을 하고 만 것이다. 흔히 바다 위에 네 다리로 떠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런 시설물인데, 이놈이 폭발을 일으켜서 열 몇 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생기더니, 며칠 후엔 결국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버린 사건이다.


 바로 이놈이 폭발 후 가라앉은 문제의 Deepwater Horizon 이라는 부유식 해상 석유 정제... 뭐 대충 이런 식의 이름을 가진 시설물이다. 그런데 이게 폭발하고 가라앉은 걸로 끝났으면 비극적인 인명 사고 정도로 끝났겠지만 문제는 저게 터지면서 바다 밑의 석유 시추 구멍이 열린 채로 계속해서 석유를 뿜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원래는 사고로 시추 파이프가 망가지면 자동으로 구멍을 막는 안전 장치가 있지만 어쩐 일인지 그 장치가 작동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 장치를 해저 로봇으로 수동으로 작동시켜보려고 했는데 실패. 그 다음에는 거꾸로 된 깔때기 같은 걸 뒤집어 씌워서 석유를 바다 위의 배로 빨아올리려고 했는데, 그 구멍이 해저 1500미터 아주 추운 곳이다보니 석유가 무슨 하이드레이트 라고 하는 얼음 같은 물질을 만들면서 구멍을 막아버려서 또 실패.

그리고 골프공이랑 뭐랑 쏟아부으면서 점성이 강한 물질로 덮어버리려고 하다가 실패했대나... 파이프를 깔끔하게 잘라내서 거기에다가 위에 말한 안전 장치를 달아서 그 안전 장치를 작동시키는 방법도 고려 중인데, 그랬다가 파이프가 부러지면 손 쓰기 더 힘들어지는 대재앙 우려 -_-

 그 외에 해저 밑의 그 구멍 옆으로 구멍을 2개 더 파내려고 가고 있는데, 그게 그 구멍으로 연결되면 그 새 구멍들로 기름을 빨아들여서 망가진 구멍을 막기가 쉬워지도록 하는 방법도 추진 중이다. 그런데 이건 이미 오랫동안 공사를 했지만 앞으로도 두달인가 더 걸린다고 한다.

 1500미터 바다속에서 벌어진 일이다보니 날고 기는 현대 과학 기술로도 해결이 난망한 것 같다.

 이 일은 공교롭게도 한국도 관련이 없진 않다. 저기 등장하는 Deepwater horizon 이라는 시설물이 1998년 12월 한국의 울산 현대 중공업이 제조를 시작했던 거라고 한다. 그게 12년이나 걸리진 않았을테니, 아마 다른 데서 쓰다가 거기로 옮겨서 다시 작업에 쓰려던 게 망가진 것 같기도 하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 사태로 기록된 이번 사고는, 우리나라와는 크게 상관이 없어보이긴 하지만 미국 국내 정치에선 아주 복잡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부시 대통령의 경우 카트리나 태풍으로 인한 피해 수습 과정을 잘 관리하지 못한 것이 말년 인기 하락의 원인이었다고 하는데, 오바마의 경우 바로 이런 대형 악재가 터져서 수습, 그리고 입장 표명이나 대응 조치 같은 것들을 하나 하나 굉장히 신경써서 하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이 대체로 찬성해왔던 근해 해저 유전 개발(offshore drilling)에 대해, 오바마가 보수주의자들에 대한 일종의 타협 제스처였는지 아니면 경제 위기 때문이었는지, 아무튼 해저 유전 개발은 앞으로 지속하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근해에서 유전 사고가 터졌으니 입장이 거시기해진 면도 있을 것 같다.




 이번에 새어나오는 기름들은 미국의 남부 해안들을 이미 오염시키고 있는데, 그곳은 자연 생태계가 풍부한 습지가 많고, 미국 사람들이 먹어치우는 해산물의 상당수를 잡아올리는 수자원의 보고였다. 그런데 지금은 이미 상당 부분 어업 금지가 된 상태. 우리나라에서 얼마 전 일어났던 사고처럼, 그 지역의 어민들과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생업의 기반이 완전히 망가지는 망연자실한 상황이다.




 한/편/

 이번 사고에 관계된 몇 개 업체들 중에서 가장 욕을 먹고 있는 회사는 BP다. British Petroleum의 약자인데 요샌 친환경적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Beyond Petroleum이라고 광고를 하는 것 같다.

 이번에 사고가 난 곳은 유정의 지분도 몇 개 회사가 나누어 가지고 있고, 부유시설물은 스위스 트랜스오션 사의 소유였고, 운영 주체가 BP였던 것 같다. BP는 이번 사고로 시가 총액이 100조원 정도는 증발한 것 같다.

(세계적으로 시가총액이 제일 큰 회사들은 거의 석유 회사들인데, 페트로 차이나, 엑손모빌 같은 회사들은 300조 정도... 회사 한 개가 뭐가 그리 비싸다냐...)

 BP도 순위는 모르지만 아무튼 최고 상위권이었는데 이번 사고로 주가가 몇 십 퍼센트씩 쫙 쫙 빠진 탓에 지금은 순위가 많이 밀린 것 같다.(엄청 많이 빠진 건데도 대충 130조원...) 앞으로 정확한 배상 과정은 알 수 없지만 손가락질 할 악의 대상이 필요한 분위기상 BP가 독박을, 그것도 심하게 쓸 것 같다.


 태안에서 사고 났을 때... 사고 낸 삼성중공업은 '도의상' 50억인가 150억인가 냈다던가... 그래도 언론에서도 욕도 안하고 잘 넘어가는 것 보면 기업친화적인 환경 하나는 우리나라가 최고인 것 같다. 자칭 보수라고 하는 미국 빠돌이들이 흔히 미국 예를 드는 거 좋아하는데 나도 미국 빠돌인가? 암튼 예를 들고 싶어진다. -_-;; 삼성중공업이 미국 캘리포니아 바닷가 앞에서 유조선 기름을 유출시켰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그냥 어떨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