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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번역별곡

thezine 2020. 10. 3. 02:11

한 때 중국발 웃긴 사진이 인터넷 짤방의 상당수를 차지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고보니 '그 시절이 꽤 오래 전이었구나', (아마 10년쯤 전?) 그리고 '지금도 중국발 웃긴 사진들이 가끔 보이긴 하지만 예전 같진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 식당에서 메뉴판을 보고 처음에는 '아 이게 뭐야' 하며 웃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 나름 잘 생각해서 번역을 했다. 메뉴에 쓰인 글자에 가깝게 발음할 수 있도록 Siksaryu라고 적어놓고, 그 옆에 영어 단어로 meals라고 적었다. 영어만 적어놓으면 주문을 받는 사람도 영어로 주문을 받아야 하고,(더군다나 한국말이 편하지 않은 외국인 서버가 드물지 않은 이 시기에) 그렇다고 한글 발음만 알파벳으로 적어놓으면 외국인 손님은 이것이 무엇일까, 근거 없는 감에 의지해 실패확률이 높은 도박과 다를 바 없이 메뉴를 골라야 한다. 번역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최선일 수밖에 없고 번역이란 잘해야 본전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이 정도면 충분히 사려 깊게 번역을 했다 싶다.

내가 사장이라면 외국인도 좀 온다 싶은 식당이라면, 주요 메뉴는 모두 커다란 컬러 사진 + 첨가 재료 리스트 + 매운 정도 + 원산지 등등을 표시한 메뉴판을 만들었을 텐데, 이곳 메뉴판은 보지 못해서 어떤지 모르겠다.

아무튼 나름 잘 만든 번역 표현이라는 생각으로 쓴 글인데 그래도 정서적으로 어색함 때문인지 siksaryu라는 글자가 자꾸 생각나는구만.